누적조회수 5억,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완결..8년 만에 대단원

오경민 기자 입력 2022. 5. 15. 10:30 수정 2022. 5. 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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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천계영 “시원섭섭 아닌 감사·죄송”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제작
작가 건강 악화 이후 음성으로 그려

<좋아하면 울리는>의 선오(왼쪽)과 조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천계영 작가(52)의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이 연재 약 8년 만인 지난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천 작가는 종양 제거 수술, 손가락 퇴행성 관절염 등 악조건 속에서도 연재를 완주했다.

<좋아하면 울리는>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반경 10m 안으로 들어오면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 ‘좋알람’이 출시한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누가 나를 좋아하는지, 누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지 휴대전화 화면만 보면 아는 세상에서 주인공 조조가 자신만의 사랑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좋알람’ 앱과 앱을 활용하는 방식은 점차 발달해 사람들은 ‘자신을 좋아할 사람’까지 알 수 있게 된다. 천 작가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좋알람’이 나타난 세계의 모습을 때론 발랄하게, 때론 무시무시하게 그려냈다. 무엇보다 예측할 수 있는 사랑, 운명적인 사랑 등 사랑에 얽힌 환상과 실체를 ‘좋알람’이란 소재를 통해 꿰어내 진정한 사랑과 관계의 의미를 다뤘다.

<좋아하면 울리는>의 소재인 ‘좋알람’이 작동하는 장면. 반경 10m 안에 휴대전화의 주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접근하면 알람이 울린다. 카카오엔터터엔먼트 제공.


‘순정만화의 전설’로 불리는 천 작가의 작품인 만큼 시작부터 관심을 모았던 웹툰은 지난 13일 기준 국내에서만 누적 조회수 5억5000만회를 기록했다. 2019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돼 <킹덤>과 함께 넷플릭스표 K드라마의 역사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게임으로도 만들어졌다.

천 작가는 본편 연재를 마친 지난달 6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좋아하면 울리는> 마지막 회가 오늘 업로드됐다. 2014년 시작해 8년만에 결말을 냈다. 작품할 때마다 기본 4년씩은 해서 ‘전공 하나 더 할 수 있는 시간이 걸렸구나’라는 저만의 셈법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건강 문제로 전공을 두 개 할 수 있는 시간을 바쳤다”며 “이번 8년은 아깝지 않게 보낸 것 같다. 특히 건강을 잃어봤던 경험이 제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고 소감을 남겼다.

천계영 작가. 넷플릭스 제공.


<좋아하면 울리는>은 길게는 2년까지 휴재를 했고, 주 2회였던 연재 주기를 바꾸기도 했다. 천 작가의 건강이 악화된 탓이다. 2020년 종양 제거 수술을 한 뒤에는 손가락에 퇴행성 관절염이 찾아왔다. 마우스를 쥐기도 어려웠던 천 작가는 연재 후반기에는 손이 아닌 장애인용 음성 인식 프로그램으로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는 한 편의 연재분을 6개월 만에 완성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급하게 이야기를 마무리짓지 않고 계획했던 대로 만화를 계속 그렸다. 2014년 9월 다음웹툰(현 카카오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장장 8년간의 대장정을 마친 천 작가는 지난 4일 공개한 에필로그 마지막 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원도 섭섭도 아닌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훨씬 커요. ‘완결을 기다리느라 독자분들이 너무 고생하셨다’ ‘그래도 해냈다’ ‘더 좋은 작품이 되지 못해 아쉽다’ 등 여러 생각이 듭니다. 독자님들께 이번에 큰 빚을 졌습니다. 빚을 갚는 길은 더 좋은 작품을 더 잘하는 길뿐이라 믿습니다.(…)그동안 <좋아하면 울리는>을 지켜봐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더 이상 그릴 수 없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그리겠습니다.”

천계영 작가가 서울 마포구에 연 ‘웹툰 카페’. 천계영 작가 트위터.


천 작가는 후배들이 건강하게 작업을 이어나가기를 바라며 웹툰 작업에 특화된 공간인 ‘웹툰 카페’를 지난 10일 열었다. 천 작가는 웹툰 카페 공지글을 통해 “오래 만화가로 일하는 첫 번째 비결은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자는 것이다. 낮밤을 바꿔 살거나 며칠씩 밤샘을 하면 당장은 괜찮을 수 있지만 건강이 무너지는 순간이 온다”며 “햇빛을 매일 봐야 한다.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자주 외출하시라고 이곳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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