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형 선거공보물' 보장 법안, 국회에 발의됐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 수어가 모국어인 농인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대표발의
선거공보물에 수어영상 QR코드 삽입, 참정권 보장…의료·교육분야 수어통역 지원까지 3법 발의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농인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수화형 선거공보물을 보장하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농인은 일부 청각장애인과 같이 수화언어(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이들을 뜻한다. 현행법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 관련 규정이 있듯이 농인을 위한 선거공보 규정을 마련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이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갑)이 지난 12일 대표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한국수어가 모국어인 청각장애인(농인)은 한글 이해력이 비장애인에 비해 다소 부족한 경우가 있으며 이로 인해 글로만 만들어진 선거공보물로는 후보자 공약이나 정치 비전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유하면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에게 외국어로 된 선거공보물만 제공하면 참정권에 제약이 생기는 것처럼 제1언어가 한국수어인 농인들에게 한국어 공보물만 제공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개정안에선 선거공보물에 수어영상 QR코드를 삽입해 농인들도 후보자의 공약과 정치 비전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선거공보에 수어QR코드를 표시하고 그 비용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미디어오늘은 10여년 전부터 수화형 선거공보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실제 대통령선거 당시 대선후보 선거공보물을 수화 영상으로 만들어 농인들에게 제공했던 김상화 농아사회정보원장을 지난 3월 인터뷰했다. 김 원장은 한국수화언어법상 수어가 한국어와 동등한 지위인 점을 강조하며 마땅히 수화형 선거공보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직선거법에서 수화형 선거공보물을 규정하는 법 한 줄만 개정하면 농인도 동등하게 선거정보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개정안이 그 '법 한 줄'에 해당한다.
[관련기사 : 수화형 선거공보물이 필요한 이유 “법 한 줄만 바꾸면 돼”]
김상화 원장은 홍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미디어오늘에 “10년 이상 수화공보물 문제를 지적하고 요구해왔던 당사자 입장에서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첫발을 뗄 수 있어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다만 수어 QR코드 표시라고만 했을 때 소극적 적용이 될 여지가 있다”며 “단순히 점자공보물처럼 공보물 전체 내용이 아닌 일부분만 적용한다든지 내용에 오류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원장은 “농인 수어번역자의 직접 참여가 보장되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 의원은 이날 청각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다른 법 2가지도 함께 발의했다.
홍 의원은 이날 발의한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서 장애인들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때 수어통역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제안이유를 보면 청각장애인이 건강권·생명권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의사 등 의료진과 의사소통을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수어통역사를 배치해 운영하는 병원은 전국 4곳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통령령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에 수어통역사를 포함해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한 현행 평생교육법에선 국가·지자체, 시도교육감이 관할 구역 내 장애인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데 청각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수어통역 등 비용을 본인이 직접 부담하도록 한다. 경제적 부담이 청각장애인들 교육 참여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이에 홍 의원은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서 청각장애인 등 장애 영역별 맞춤형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해 평생교육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평생교육법 개정안에 담아 발의했다.
홍 의원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원활한 의사소통 지원을 통해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참정권 행사를 위한 맞춤형 정보제공과 평생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는 등 전국의 모든 청각장애인들에게 차별 없는 환경이 보장해야 한다”고 입법취지를 밝혔다. 이어 “청각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 복지와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개선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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