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타호 하이컨트리, 크기에 놀라고 섬세함에 반했다

2022. 5. 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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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m 넘는 육중한 덩치에도 섬세한 주행감각 인상적
1000분의 1초마다 노면 스캔..최적의 승차감 제공
작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투박한 버튼은 아쉬워
쉐보레 타호 하이컨트리의 정측면 디자인. [원호연 기자]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미국차, 그 가운데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면 덩치만 크고 투박한 주행성능에 빈약한 편의 성능을 가졌을 거란 편견이 있다. ‘쉐보레 타호’를 처음 마주했을 때도 ‘미국차의 전형’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세련된 주행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접하자 편견은 사라졌다. 그리고 높은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쉐보레 타호’는 지난 1994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기준 미국 내 대형 SUV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모델이다. 골격 기능의 두꺼운 프레임에 섀시 부품을 결합하는 바디 온 프레임(프레임 장착 구조)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형제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고급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한 최상위 트림인 하이컨트리만 판매한다. 부실한 옵션으로 실망감을 줬던 미국차의 이미지를 극복하겠다는 한국지엠의 의지가 엿보인다.

쉐보레 타호 하이컨트리의 후측면 디자인[원호연 기자]

타호는 전장 5352㎜, 전폭 2057㎜, 전고 1925㎜ 등으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나 기아 카니발이 아담해(?) 보일 정도다. 휠베이스는 3m가 넘는 3071㎜이다. 1열부터 3열까지 넉넉한 공간이 장점이다. 일반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할 때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지만, 버튼 하나만 누르면 언제라도 360도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를 작동시킬 수 있어 큰 문제는 아니었다.

적재용량도 ‘광활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3열을 펼친 상태의 기본 적재용량은 722ℓ이다. 여느 국산 중형 SUV보다 크다. 2열을 접으면 적재용량은 3480ℓ까지 늘어난다. 천장까지 높이도 넉넉해 차박이나 차크닉을 하면서 허리를 펴도 머리가 닿지 않는다. 차 안에서 잠을 자는 것 외에도 모든 생활이 가능해 최근 유행하는 ‘스텔스 차박’도 가능하다.

쉐보레 타호 하이컨트리의 3열은 무릎공간이 넉넉해 성인이라도 장거리 이동에 불편함이 없다. [원호연 기자]

외관 디자인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이 돋보인다. 높게 자리 잡은 파워돔 스타일의 보닛과 거대한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이 터프함을 강조했다. 그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파고든 ‘ㄷ’자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DRL)이 지나치게 커 보일 수 있는 인상을 부드럽게 완화한다.

측면은 마치 픽업트럭의 짐칸에 덮개를 씌워 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 부분은 미국 대형 SUV 디자인의 정석을 따랐다. 헤드램프 끝에서부터 테일램프까지 이어진 캐릭터 라인이 시선을 아래위로 나눠 자칫 둔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에 날렵함을 더한다.

후면의 창문은 전체 테일 게이트와 별도로 따로 열 수 있다. 간단한 짐을 트렁크에 밀어 넣는데 편리하다.

쉐보레 타호는 높은 차고와 넓은 적재용량으로 차박에도 편리하다. [원호연 기자]

내부 디자인은 운전석과 차량 중심의 센터페시아가 큰 대조를 이룬다. 운전석의 12인치 LCD 클러스터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세련된 인터페이스를 갖췄다. 클러스터의 형태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취향에 따라 클러스터 디자인을 바꾸는 재미가 쏠쏠하다. 넓은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량도 적절했다. 15인치 대형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역시 필요한 정보를 선명하게 비춰 만족스러웠다.

드넓은 공간의 역효과도 보인다. 센터페이시아의 10.2인치 컬러 터치스크린이 차량의 크기에 비해 다소 작게 보였다. 공조 시스템을 조작하는 버튼도 다소 투박한 것이 아쉬웠다. 다만 통풍시트를 좌판과 등판 별도로 조절하도록 설계한 부분은 신선했다.

디스플레이 왼편에 경사진 형태로 자리한 버튼식 기어와 고해상도 디지털 카메라로 작동하는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는 최첨단의 느낌을 줬다. 내장된 순정 내비게이션은 없다. 대신 무선으로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 수준 높은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담을 수 없다면 오히려 이 방식이 편하다.

쉐보레 타호 하이컨트리의 12인치 LCD 클러스터. [원호연 기자]

거대한 차체를 움직이려면 강력한 엔진이 필수다. 타호에는 6.2ℓ V8 에코텍3 OHV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최대출력 426마력, 최대 토크 63.6㎏·m의 제원상 수치가 공차중량 2615㎏의 차체를 밀어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부드러운 엔진 회전 질감과 뛰어난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대책으로 대형 세단에 뒤떨어지지 않는 승차감이 돋보였다.

무거운 공차중량과 큰 바퀴가 이룬 균형감은 다소 거친 콘크리트 노면을 달릴 때에도 안정감을 선사했다. 1000분의 1초 단위로 노면을 스캔해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agnetic Ride Control)’ 기능도 만족스러웠다. 다만 높은 시트 포지션 탓에 큰 코너를 돌아 나갈 때는 약간의 쏠림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쉐보레 타호의 실내 디자인. [원호연 기자]

고속 항속 주행에서 타호의 엔진은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엔진 실린더를 17개 모드에 따라 각각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하는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가동했다. 덕분에 1ℓ당 6.4㎞의 표시 연비를 훨씬 뛰어넘는 8~9㎞/ℓ의 실연비를 기록했다.

기본으로 탑재된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이 적재물의 무게에 따라 자동으로 차량의 지상고를 조절하는 자동 레벨링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고속으로 주행할 때는 공기 역학을 위해 지상고를 20㎜ 낮춰주고, 오프로드를 주행할 때는 최대 50㎜ 높여 험로 주파 능력을 배가했다.

거친 환경에 적합한 사륜구동 시스템과 트레일러 지원 기능도 갖췄다. 온로드 주행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더라도 믿음직한 승차감을 유지한다는 점은 타호가 가진 최대의 매력이었다.

개별소비세 3.5% 인하분을 적용한 타호의 가격은 9253만원이다. 다크나이트 스페셜 에디션(9363만원)을 선택하면 검은색의 쉐보레 마크와 LED라인을 추가할 수 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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