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10만원 인상? 득일까 독일까
[경향신문]
윤 정부, ‘30만원→40만원’ 인상안 국정과제에 포함
“부부일 경우 국민연금보다 수급액 많아질 수도” 우려도
‘30만원→40만원’. 윤석열 정부가 기초연금 인상을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설치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금체계를 전반적으로 손보면서 이와 맞물려 기초연금의 노후보장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지급하는 노후보장체계로, 최소한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안전망 역할을 맡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초연금 인상 공약을 발표하며 “국민연금을 포함한 노후 소득 보장체제 전반을 개혁해 노인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심각한 노인빈곤율, 국민연금만으로 부족한 노후 안전망, 기초연금과 국민연금과의 정합성 등이 향후 논의 테이블에 올라올 전망이다. 한국은 ‘최악의 노인빈곤율’이란 오명을 떨쳐낼 수 있을까. 이제 막 첫발을 뗀 윤석열호에 달렸다.
■노인이 빈곤한 나라
기초연금을 누구에게, 얼마나 줄 것인가는 이전 정부에서도 주요 화두였다. 박근혜 정부는 당초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출범했으나, 향후 논의 과정에서 지급대상이 전체가 아닌 70%로 축소됐다. 이를 두고 박근혜 정부는 2013년 5월 13일 국무회의에서 “그동안 저를 믿고 신뢰해주신 어르신들 모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과했다. 당시 정부는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이유로 재정상의 어려움을 꼽았다. 이후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형태의 기초연금을 2014년 7월부터 도입했다.
기초연금은 문재인 정부에서 30만원으로 올랐다. 이 또한 문재인 대통령 ‘어르신 공약’의 일환이었다. 다만 지급대상을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뤄내지 못했다. 지난 2월 나온 보건복지부 고시를 보면, 올해 기초연금은 월 30만7500원(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 각각 산정된 연금액의 20% 감액)이다. 70%를 가르는 소득인정액은 단독노인 월 180만원, 부부가구 월 288만원이다.
거의 5년 주기로 기초연금이 오른 건 단순 ‘표 계산’이 아니라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최악 수준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3월의 통계청 자료를 보면, 처분가능소득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상대적 빈곤율(노인빈곤율)이 2020년 38.9%로 집계됐다. 40%를 웃돌았던 노인빈곤율이 30%대로 내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줄곧 ‘노인빈곤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란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 중 상대적으로 노인빈곤율이 높은 축에 속하는 미국, 일본도 20%대이고 OECD 평균(2019년 기준)은 13.5%에 그친다. 한국이 OECD 평균보다 약 3배 높다. 이는 한국의 국민연금 역사가 짧고(1988년 시행) 가입대상도 점진적으로 확대해옴에 따라 노년에 이르러 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초연금 인상이 노인빈곤율을 5%포인트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한국은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연금도 굉장히 늦게 도입됐다. 5년에 10만원씩 올라왔으니 굉장히 급진적으로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워낙 낮은 금액으로 시작해 이제 막 쫓아가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기초연금 소득대체율(약 7.8%)을 고려하면 여전히 절대적 수준은 낮다”고 설명했다.
■노후보장체계 속 기초연금
기초연금 인상의 명분은 뚜렷하지만, 다른 연금체계와 맞물린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기초연금이 40만원으로 오를 경우 국민연금에 대한 반감이 커지리란 우려를 내놓는다. 기초연금 수급액이 국민연금 수급액을 넘어서면서 소위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1년 기준 국민연금 평균수급액은 월 55만원 수준이다. 기초연금이 40만원으로 오르면 부부의 경우 64만원을 받는다(부부감액 20% 적용).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사람보다 내지 않은 가구의 기초연금이 더 많아지는 셈이다. 국민연금 최소 가입기간은 10년이고 평균 가입기간은 22.6년이다. 반면 기초연금은 명칭은 ‘연금’이지만 기금 없이 그때그때 재정에서 빠져나가는 사실상의 ‘수당’이다.
재원 부담도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초연금 인상에 따른 소요 재원을 약 8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고령화와 맞물려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급자 수는 2014년 약 435만명에서 2019년 531만명으로 늘었다. 올해엔 628만명으로 예상된다. 예산 또한 도입 당시 약 7조원에서 올해 약 20조원으로, 10년도 채 되지 않아 2.9배가량 늘었다. 지급액 인상과 노인인구 증가가 예산 증가를 쌍끌이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을 비롯해 아직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통해 연금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기초연금 또한 이 위원회에서 전체적인 노후보장체계의 틀과 맞물려 논의될 가능성이 대두된다. 마침 5년마다 시행하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내년에 나온다. 오건호 정책위원장은 “(역전에 대한 우려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에서 생기는 것이지 기초연금 인상 때문에 국민연금 회피 문제가 더 깊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며 “사실 기초연금이 40만원으로 올랐다고 해서 이것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되진 않는다. 그렇지만 그렇게 느끼게 하는 요인(국민연금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국민연금 보험료를 혼자 부담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기초연금 인상에 따른 박탈감의 가장 큰 대상이다. 이들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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