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감사원이 공시가격 산정하라는 국회.."우리가 왜? 반대"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손질하기 위한 국회 논의가 본격화됐다. 국토교통부가 산정하는 방식을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거나 감사원이 검증하고, 코로나19(COVID-19) 같은 재난 시에 가격을 동결하는 규정을 마련하자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지자체와 감사원은 반대의견을 냈고 국회 담당 상임위는 '일관성과 균형성 등을 이유로 신중해야 한다'는 검토보고서를 내 새 정부가 내걸은 공시가격 전면 개편 추진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들을 골자로 한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상정됐다. 소위에 상정된 부동산 공시가격 관련 개정안은 태영호·이채익·이종배·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4개 법안이다. 현재 국토위에는 이를 포함해 모두 20개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들은 현 공시가격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공시가격 조사·산정 권한을 현재 국토부에서 시·군·구 지자체로 이양하고, 공시가격 산정근거 자료 공개하라는 게 핵심이다. 또 감사원에 개별부동산가격의 검증 권한을 부여하고, 재난 발생 시에 공시가격을 아예 동결할 수 있는 규정들도 들어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이달 초 인사청문회에서 "공시가격을 현재와 같은 산정 방식으로 현실화 한다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반해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편 방향에 대해 벌써부터 우려와 반대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국회 국토위는 4개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관련 부처·지자체도 제도 개편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비쳤다.
최시억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보고서에서 "표준부동산 가격의 조사·산정 권한을 시·군·구에 이양하는 경우 유사한 특성을 가진 부동산의 가격이 지역별로 다르게 조사·산정돼 공시가격의 일관성과 지역간 균형성을 달성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한 이양과 관련해 부동산 가격공시 업무 자체를 지자체 자치사무로 판단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업무는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처리가 필요한 사무이자 전국에 걸친 균형성·형평성이 필요해 자치사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대구·충북·전남 지역 일부 지자체는 공시가격 조사·산정 업무 이관을 반대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공시가격의 지역간 균형성과 형평성·공정성 문제, 업무 이관에 따른 업무량 증가 및 인력·예산 부족 등을 사유로 들었다.
공시가격을 동결하는 내용의 법안은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련 개정안은 자연·사회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공시가격을 직전 연도 수준으로 동결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검토보고서는 "공시가격을 인위적으로 동결하면 공시가격과 실제 시세 차이가 벌어지고, 이듬해에 이를 좁히기 위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시가격의 산정 근거를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개정안도 이미 현 체계에서도 기초자료뿐 아니라 인근 실거래가, 시세자료 등 상세 정보들을 공개하고 있어서 실익이 적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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