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전력도매가 30% 내려..한전 역대급 적자 부담 덜까

김형욱 2022. 5. 1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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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2원/㎾h서 5월 140원 전후로 하락..작년 12월 수준
발전용 LNG 하락 영향 "일시적 계절 요인..다시 오를 것"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5월 전력 도매 기준가격이 유가 급등 이전인 작년 말 수준까지 낮아졌다. 고유가 탓에 역대급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015760)의 재정 부담을 일시적으로나마 완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내리거나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 한 한전를 포함한 국내 전력 생태계의 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5월 SMP 140원/㎾h 전후로 4월보다 30%↓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기준인 계통한계가격(SMP)은 5월 들어 1㎾h당 140원 전후로 4월 평균(201.58원/㎾h)과 비교해 30%가량 낮아졌다. 국제유가 폭등 이전인 지난해 12월 평균(142.81원/㎾h) 수준까지 내린 것이다.

지난 4월30일까지만 해도 200.34원/㎾h이던 SMP는 5월1일 133.68원/㎾h으로 내린 이후 13일(141.48원/㎾h)까지 줄곧 140원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현 추세라면 5월 평균도 140원/㎾h 전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MP 하락은 역대급 적자 상황의 한전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SMP에 기반한 도매가격에 전력을 사들여 이를 정부 정책에 의해 사실상 고정된 소매가격에 판매한다. 즉 SMP가 내리면 물건(전기)을 더 낮은 가격에 사서 팔 수 있다는 것이다.

SMP는 지난해 5월까지 1㎾h당 70원 전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빠르게 올랐다. 같은 해 10월 100달러를 돌파했고 올 3월엔 급기야 200달러를 넘어섰다.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가 올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국제유가가 오른 게 결정적이었다.

SMP 폭등은 한전의 역대급 영업적자로 이어졌다. 지난 13일 발표한 한전의 올 1분기(1~3월) 영업적자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7조6484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영업적자(5조9000억원)를 1개분기 만에 훌쩍 넘어버린 것이다.

한전은 이 기간 전력 1㎾h를 190~200원을 기준으로 사들여 110원대(올 2월 기준 115.20원)에 판매했다. 1㎾h당 80~90원씩 밑져가며 판매한 것이다. 5월 들어 SMP가 140원/㎾h 수준으로 내린데다 한전의 전력 소매판매 가격도 4월부터 6.9원/㎾h 올린 만큼 한전의 손해는 1㎾h당 20원 이내로 줄어들 수 있다. 흑자 전환은 어렵더라도 적자 폭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시적 계절 요인…여름 되면 다시 오를 것”

그러나 5월 SMP 하락은 일시적 계절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한전의 실적 개선 효과도 얼마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5월 SMP 가격 하락은 한국가스공사(036460)가 에너지 수요가 줄어드는 봄철을 맞아 발전용 천연가스 공급단가를 낮췄기 때문”이라며 “전력 수요 증가와 함께 SMP는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를 국내 도입할 때 통상 수요를 예측해 그 물량만큼만 장기계약해 도입 단가를 낮추고, 물량이 부족할 때만 가격대가 높은 실시간 현물시장에서 천연가스를 사들여 추가 보급한다. 5월 들어 장기 계약 물량만으로 수요를 충당할 수 있게 되면서 공급 단가를 낮춘 것이다. 5월은 1년 중 에너지 수요가 가장 낮다.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나 겨울철 도시가스 난방 수요가 늘어나면 SMP는 다시 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공사 전남 나주 본사. (사진=한전)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여름철 폭서나 겨울 한파가 들이닥치면 다시 현물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천연가스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우크라 사태가 끝나고 산유국 간 증산 협의가 원활히 이뤄져 국제유가가 내리거나, 전기요금을 연료비 상승에 맞춰 올리지 않는 한 국내 전력 수급 구조는 계속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발 고유가 여파에 최근 1년 새 전기요금을 30% 이상 올리는 와중에도 수많은 전력회사가 파산하고 있다. 한전 역시 역대급 적자 속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으나 누적 차입금 규모가 곧 한계에 이르리란 분석이 나온다. 현 추세라면 2008년처럼 국민 세금으로 한전 적자를 메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부는 2008년 고유가 상황 속 한전 실적이 악화하자 한전이 부담한 연료비 증가액의 약 절반 수준인 8350억원을 전기요금 안정 지원을 명목으로 투입한 바 있다.

유 교수는 “현 상황에서 지금처럼 물가당국이 전기요금을 전적으로 결정한다면 전력산업 생태계 자체가 망가질 것”이라며 “당장 연료비 연동 요금제 운영을 정상화하고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전반의 가격 결정구조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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