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멘터리] 마블 vs 마석도..원조 MCU와 국산 MCU의 대결

이주형 기자 2022. 5. 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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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기자의 씨네멘터리 #25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덕을 봤다고 해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초반 기세가 놀랍습니다. '백만이 누구 애 이름이냐' 할 시기에 사전 예매 관객으로만 백만 명을 넘길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을까요?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전체 관객이 백만이 넘은 영화가 "해적",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단 두 편뿐인데, "닥터 스트레인지2"는 개봉 이튿날인 5일 하.루.에.만. 백만 명 넘게 봤습니다. 개봉 후 일주일간 관람객 381만 명, 누적매출액 405억 원. "닥터 스트레인지2"는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이 세운 코로나 사태 이후 개봉일 최다 관객수(63만4962명), 일일 최다 관객수(68만2609명) 기록은 이미 갈아치웠고, 이제 최다관객수(755만 명) 기록을 깰 수 있느냐가 영화계의 관심사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의 완다 캐릭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마블 영화 중에서도 특히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마블의 영화적 설정 세계) 영화는 이제 한국에서 개봉할 때마다 아이맥스관의 좋은 좌석 예매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2"는 MCU 페이즈4의 5번째 영화입니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페이즈3로 막을 내렸고 페이즈4는 이른바 멀티버스(다중우주) 개념 또는 설정을 본격적으로 도입합니다. 마블 영화에 큰 관심 없는 분들은 어려우시죠? 개봉 때마다 엄청난 관객을 동원하는 마블 영화인데 의외로 진입 장벽도 상당합니다. 소위 'MCU'를 알아야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물론 저처럼 MCU를 성기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관람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보이는 만큼만 이해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됩니다. '오락은 오락으로-, 세계관은 세계관으로-' 가 제 생각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미국 내에서도 개봉 첫 주 2천3백억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코로나 시대로만 보면 "스파이더맨:노웨이 홈"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고, 전체로 쳐도 "어벤져스:엔드 게임"과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스파이더맨"에 이은 마블 영화 역대 4번째 개봉 주 기록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영화에 흥행도전장을 내미는 한국 영화가 다음 주 개봉합니다. 또다른 MCU 영화인 "범죄도시2"입니다. 한국영화에 무슨 MCU냐고요? 이 MCU는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입니다. 우락부락한 생김새와 만화처럼 커다란 몸집으로 무지막지한 완력을 과시하지만 때론 허술하고 마음 약한 상남자를 연기하는 영화 속 마동석의 캐릭터, 마동석 영화를 MCU에 빗대어 부르는 겁니다. 2017년 개봉한 첫 번째 "범죄도시"는 예상을 깨고 입소문을 타면서 687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아 역대 '청불 영화' 흥행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1위는 "내부자들", 2위는 "친구") 직전 해에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1"이 54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니 토종 MCU의 승리였다고 할까요.
  이번에 개봉하는 "범죄도시2"는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베트남 로케도 포함하는 등 스케일을 넓혔습니다. 살짝 저예산 영화 분위기가 섞여 있고 상대적으로 어두웠던 전작에 비해 좀 더 코믹하면서도 액션의 쾌감과 난도는 올라간 영화가 나왔습니다. (다만 여전히 지나치게 잔인한 칼질이 불편하기는 합니다) 코로나 시대의 답답함을 한 번에 깨부수려는 듯한 본격 파.괴.액.션. 영화라고나 할까요.

"범죄도시2" ⓒABO엔터테인먼트


     첫 편 이후 5년 동안 마동석의 위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마동석은 지난해 실제 MCU 페이즈4의 3번째 영화인 "이터널스"에서 길가메시를 연기하면서 글로벌 액션 배우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속편에서는 1편에서 이미 잡혀있는 마석도 형사 캐릭터를 좀 더 강화했습니다. 마동석 자신을 확실하게 장르화 했다고 할 수 있는 2편에서는 주연은 물론 제작도 겸했습니다. 마동석은 "범죄도시2" 시사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도 자신은 "처음부터 마석도 형사를 중심으로 하는 8편의 프랜차이즈를 구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쯤 되면 진짜 마동석시네마틱 유니버스겠지요? 하지만 "범죄도시2"가 후발주자로 좇아가는 이번 두 번째 흥행 대결은 "닥터 스트레인지"가 워낙 앞서 줄달음질을 쳐서 결과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완빤치'는 마석도가 좋지만,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은 쉽게 추월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영화계가 주목하는 것은 두 영화의 흥행도 흥행이지만, 사실 두 영화가 얼마나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내고 바람을 일으켜서 여름시장을 견인하느냐는 겁니다. 일 년 중 가장 큰 극장가 대목인 여름 시즌이 핵심입니다. 지난달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국영화산업 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에서 CJ 영화콘텐츠사업국 조영용 국장이 "올 여름이 영화시장 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이자 절호의 기회"라고 말할 정도지요.
  지난해 한국영화의 관객수와 매출은 코로나 전에 비해 ⅓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코로나 사태 이전 평균 5조1천3백억 원 규모였던 여름 성수기 시장이 2020년에는 2천2백억 원까지 축소됐다가 지난해는 2조2천4백억 원 수준으로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성기 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미디어시장조사업체인 컴스코어의 선임분석가인 폴 더개러베디안은 "닥터 스트레인지2의 흥행은 여름 시장을 코로나 전으로 되돌릴 아주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은 불투명합니다. 코로나 여진도 여진이지만 코로나로 바뀐 관객들의 콘텐츠 소비 습관도 있기 때문입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혼자 보기, 빨리 보기, 몰아 보기, 끊어 보기에 길들여진 관객들이 블록버스터와 중소영화 기대작들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비용도 많이 들고 발품도 팔아야 하는 극장으로 다시 돌아올지가 영화계의 큰 관심사입니다.

     미 시라큐스대의 대중문화 교수인 켄달 필립스는 "할리우드가 이번 여름에 힘자랑을 하면서 극장 관람을 다시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되돌려놓으려 하고 있다"고 악시오스에 말했습니다. 그동안 쟁여놨던 할리우드 최고 콘텐츠들을 여름시장에 풀려한다는 거지요. "할리우드는 미국인들이 다시 팝콘과 함께 어두운 극장을 돌아올 준비를 마쳤다는 데 걸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이어 톰 크루즈가 36년 만에 다시 파일럿으로 돌아오는 "탑건:매버릭". 그리고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영화화한 "밥스 버거스" 등이 메모리얼 데이 시즌에 개봉하고, 한국에서는 6월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송강호의 "브로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등 중량급 영화들을 거쳐 "한산:용의 출현"과 한국 최고의 흥행감독 최동훈의 "외계+인" 등 여름 대작으로 넘어갑니다. 우선은 닥터 스트레인지와 마석도가 펼치는 펀치 대결의 결과가 기대됩니다.

이주형 기자joo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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