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IPEF로 중국 경제 포위하려는 美, 尹정부 선택은?
기사내용 요약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쟁점 부각
尹 취임 후 한미동맹 강화 속 가입 유력
IPEF, 중국 배제해 공급망 훼손 가능성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중국과 패권 경쟁 중인 미국이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을 포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 규모 등을 고려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에 편입되는 것을 꺼려 왔던 한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새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경제 포위망에 가담할지 주목된다.
미국이 마련한 경제 포위망이란 바로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7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IPEF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2월11일 공개한 인도 태평양 전략서에서 IPEF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IPEF는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궁여지책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에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에도 가입해 있지 않다. 반면 중국은 RCEP에 이미 가입했고 CPTPP 가입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 질서 주도권을 중국에 내 줄 위기에 처한 미국이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2.0이자 인도 태평양 전략의 경제 분야 구상인 IPEF를 내놓은 것이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신남방협력연구센터장은 '인도태평양 통상-안보 환경의 변화: 자유무역에서 공급망 경쟁으로' 보고서에서 "인도 태평양 통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IPEF는 RCEP 출범으로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위기에 처한 미국이 내민 비장의 카드"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한국 윤석열 정부가 IPEF에 참여해 자유주의 국제 질서 재건과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 과제에 'IPEF 참여 긍정 검토'라는 문구를 넣는 등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IPEF는 인도 태평양 지역의 다자 경제 협의체로서 핵심 소재와 산업(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디지털 경제, 무역 원활화, 탈탄소·청정에너지, 인프라, 노동자 권리 등 6개 분야별로 참여국들 간 합의에 기반을 둔 협의체가 될 전망이다.
IPEF는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공급망 회복력,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 조세·반부패 등 4가지 분야에 초점을 두고 올 상반기에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치 일정을 주시해온 바이든 행정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IPEF 협상을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
IPEF에는 미국과 한국 외에도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전통적인 미국 우방국들이 포함될 전망이다. 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대만 등도 관심을 표하고 있다.
무역 분야에서는 디지털 무역, 경쟁, 무역 원활화, 노동 및 환경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공급망 분야에서는 조기경보 시스템, 핵심 품목 공급망 보안 강화 등이 협의된다.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 분야에서는 역내 인프라, 오염 물질 배출 저감, 파리협정 약속 진전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조세·반부패 분야에서는 글로벌 최저한세 노력 지속, 자금세탁 방지 표준 이행 등이 다뤄진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이 IPEF에 초기부터 가입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 신정부 출범에 대한 미국의 인식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서 "신정부는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질서인 IPEF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신정부는 가능하다면 초기 멤버로 참여해 무역, 기간 시설, 공급망 등에 관한 국제 규범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신정부의 경제 안보 강화와 국정 운영 동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종연구소에 기고한 '윤석열 정부의 다자외교안보 과제: 강대국 정치와 다자외교'라는 글에서 "IPEF 가입 결정을 편승외교라고 비판하는 지적도 있지만 우크라이나 위기는 동맹의 가치를 일깨운 자명종이었고 미국 중심의 가치 동맹이 결집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한국의 디지털 강점 극대화를 통한 민주주의 기술 동맹 연대 참여와 주도 방안을 다각도로 구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 학장 겸 국제대학원 원장은 세종연구소에 기고한 '윤석열 정부의 통상정책 과제'라는 글에서 "디지털 무역, 노동, 환경, 경쟁, 공급망, 인프라, 글로벌 최저한세 등 최근 화두가 되는 분야에 새로운 규범 설립의 장이 될 IPEF에 윤석열 정부는 우리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관련 국제 규범 설립 과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IPEF가 인도 태평양 지역 경제를 뒤흔들어 불안정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이 배제되면서 공급망이 훼손되고 중국이 경제 보복 등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양희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은 'RCEP, CPTPP, 인태경제프레임워크(IPEF) -지역질서의 분절화·진영화 우려와 대응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IPEF에 경도된 나머지 아세안(ASEAN)이 주도한 RCEP을 결과적으로 흔들고자 한다면 이는 바이든 정부의 동맹 중시 노선에도, 아세안 중심성 존중 기조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신남방협력연구센터장은 "IPEF 참여가 예상되는 국가들 중 대만을 제외하면 모두 RCEP 회원국이다. RCEP이 무기력해지면서 아세안 중심성의 훼손과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RCEP 회원국이 RCEP의 원산지 기준과 재료 누적 조항 적용을 받아 중국을 비롯한 IPEF 미참여 국가를 경유한 소재 및 부품을 포함하는 상품을 수출하는 경우 IPEF 체제에서 제약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중간재 무역 비중이 높은 한국에게는 특히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IPEF 가입 움직임을 감지한 중국 정부는 윤석열 정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왕치산 중국 부주석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과 접견한 자리에서 "중한 경제의 상호 보완성이 강하고 호혜 협력의 잠재력이 크며 양국 간 산업 공급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국이 IPEF 가입으로 미국 주도 공급망에 참여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2일 "아시아·태평양은 협력·발전의 고향이지 지정학의 바둑판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의 경고에 한국 정부는 중국을 안심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IPEF는 어느 한 나라를 겨냥해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과 직접적으로 이해 상충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쿼드 가입 논란에 이어 IPEF 문제를 놓고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여 고민을 하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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