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盧 연결고리 '낙동강·관광조선벨트'..'파란불' 유지될까?
민주당 수성 VS 국힘 탈환 '경남 최대 격전지'
관심을 끄는 만큼 이곳은 경남의 최대 격전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과 묘역, 그리고 그의 정치적 동지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고향과 사저가 모두 이곳에 있는, 그야말로 민주당의 성지로 연결된 고리다.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과 인접해 있고, 정치 성향도 비슷한 김해와 양산, 그리고 인접한 창원까지 낙동강 벨트로 묶인다. 관광·해양 도시이자 중대형 조선소가 몰려 있는 고성·통영·거제 그리고 남해까지는 '관광조선 벨트'로 불린다.
경남은 전통적으로 보수 세가 강한,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보수 텃밭이다. 그러나 4년 전 7개 시군을 '탄핵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모두 휩쓸었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이 계속 차지한 '노무현의 땅' 김해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승리한 곳이다.
경남 18개 시군 중 절반도 아닌 7곳에 불과하지만, 도내 전체 인구의 70%가 이곳에 몰려 있다. 경남의 지도를 보면, 4년 전 당선 기준으로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대각선을 그어 아래쪽은 민주당(7곳), 위쪽은 국민의힘(11곳)으로 양분된 모습이다.
4년 만에 펼쳐질 지방선거 표심을 엿볼 수 있는 최근 대선 상황을 보면, 민주당이 수성해야 할 '낙동강·관광조선 벨트'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文 사저' 양산, 전·현직 대결에 무소속 출마 변수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의 보금자리가 있는 양산. '잊혀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했지만, 문 전 대통령이 귀향하면서 자연스럽게 양산시장 선거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양산시장 선거는 민주당 김일권 후보(현 시장)와 나동연 후보(전 시장)의 대결로 관심을 끌지만, 무소속 전원학 후보 출마로 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
김일권 후보는 재선을, 나동연 후보는 3선 도전에 나서는데, 두 후보는 2010년부터 시장 선거만 4번이나 맞붙을 정도로 경쟁 관계다.
그리고 감정의 골도 깊다. 4년 전 선거에서 나동연 후보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김일권 후보를 고발했고, 대법원까지 갔지만, 김 후보는 무죄를 받았다.
4년 전 김 후보가 나 후보를 10%p 이상 따돌리며 거머쥔 양산시장이지만, 최근 대선에서는 반대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53.52%)과 민주당 이재명 후보(42.18%)의 표 차이는 10% 이상 벌어졌다.
이 '10%의 차이'가 보수 성향의 무소속 후보의 출마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관심이다.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을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각오다.
13주기 추도식 앞둔 盧의 고향 김해, 여야 '맞대결' 성사
'파란 물결'을 유지하고 있는 김해는 다시 5월이 오면서 '노란 물결'로 출렁이고 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부터 재선거를 포함해 4회 연속 민주당이 시장을 차지한 김해다. 국회의원 2명을 포함해 도의원 7명도 모두 같은 당이다.
4년 전 선거에서는 현 시장인 허성곤 후보가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를 무려 35%p 가까운 표 차이로 누른 곳이다. 2016년 재선거 이후 3선을 노리는 허 후보의 상대는 국민의힘 홍태용 후보다. 의사 출신인 홍 후보는 2016년부터 두 차례나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다 떨어진 뒤 이번에 처음 김해시장에 도전할 정도로 지역에서 잔뼈가 굵다.
최근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49.33%)과 이재명 후보(46.23%)의 득표율 차이는 도내 시군 중 가장 적은 3.1%p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꽤 오르면서 민주당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12년 만에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어 초박빙 접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23일 엄수될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을 계기로 지지층을 끌어모아 국민의힘 기세를 꺾겠다는 바람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도 풀린 상태여서 이번 5월의 봉하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보인다. 또, 퇴임 후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한 문 전 대통령도 봉하를 5년 만에 찾을 것으로 보여 지방선거 9일을 앞두고 엄수될 추도식이 김해시장 선거를 포함해 위기의 '낙동강·관광조선 벨트'에 상당한 화력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특례시로 위상 키운 창원, 여야 맞대결 '격돌'
경남에서 인구가 100만 명이 넘는 최대 도시인 창원은 1대1 맞대결 구도다.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허성무, 국민의힘 홍남표 후보가 격돌한다.
창원은 올해 특례시로 격상되면서 위상이 커졌다. 국민의힘이 창원시장 공천을 지역이 아닌 중앙당에서 할 정도로, 공을 들이는 곳이다.
창원 역시 보수 세가 강한 곳이지만, 4년 전 민주당의 바람이 분 곳이다. 현 시장뿐만 아니라 시의회도 보수 정당과 동수를 이룰 정도로 많이 진출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5개 구(성산·의창·마산회원·마산합포·진해)에서 적게는 15%p, 많게는 30%p 이상 이재명 후보를 따돌릴 정도로, 변화가 감지됐다.
특히, 공천 반발 등으로 인한 무소속 출마자도 없는 1대1 맞대결이라 민주당의 수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운동화 시장'으로 불리는 현직 프리미엄도 만만치 않다.
"지금이 바꿔야 할 때"라며 탈환을 노리는 홍남표 후보는 지역 연고가 부족하다는 게 약점이다.
文의 고향 거제, 악재 겹친 국힘 '시끌'·무소속 변수 4파전 구도
김영삼·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조선 빅3 중 2곳(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포진해 있는 조선업의 도시 거제는 4파전으로 치러진다.
재선에 나서는 민주당 변광용, 국민의힘 박종우, 무소속 김한표·김승철 후보로 대진표가 짜졌다.
거제는 일찌감치 현 시장을 내세우며 공천을 깔끔하게 정리한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내부 분열에다가 당원 명부 등을 대가로 금품 제공 의혹마저 일고 있어 골치다.
박종우 후보가 공천 과정에서 측근을 통해 서일준 국회의원 직원에게 개인 정보가 담긴 입당 원서나 당원 명부 제공 등의 대가로 500만 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대가성으로 돈을 받았지만, 이후 다시 돌려주는 등 일부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지만, 박종우 후보 등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현재 경찰과 선관위가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수사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게다가 경선에서 배제된 김한표 후보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상태다.
그동안 거제시장은 보수당이 독차지하다가 4년 전 선거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변광용 후보가 6.84%p 표 차로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49.84%)이 이재명 후보(44.69%)를 5.15%p 차로 이긴 곳이지만, 김해 다음으로 표 차이가 작았다.
국민의힘이 4년 만에 탈환할 기회를 잡았지만, 악재가 겹치고 있는 점이 변수다. 민주-국힘 양강 구도 속에서 지역 국회의원을 지낸 무소속 김한표 후보의 득표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자 구도는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변광용 후보에게 유리하다.
관광 도시 통영도 4파전, 무소속 후보 최대 변수
통영시장 선거도 4파전으로 치러진다. 재선에 나서는 민주당 강석주, 국민의힘 천영기, 우리공화당 박청정, 무소속 서필언 후보다.
통영시장 선거도 무소속 후보가 최대 변수다. 무소속 서필언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나가고자 입당을 신청했지만, 불허되자 무소속 출마로 선회했다.·
통영 역시 4년 전 민주당이 사상 처음으로 시장 자리를 꿰찬 곳이다. 그러나 930표 차, 가까스로 승리한 곳이다. 이번 무소속 후보의 출마가 변수로 떠오른 이유는 4년 전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당시 강석주 후보(39.49%)와 자유한국당 강석우 후보(38.19%의 표 차이는 930표에 불과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보수 성향의 진의장 후보가 17.26%에 이르는 득표율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지만,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를 약 30%p 더 많은 표를 얻은 보수 세가 강한 곳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도 보인다.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강석주 후보로서는 다자 구도가 유리한 상황이다. 무소속 후보의 득표율이 당선을 가르는 최대 변수로 꼽힌다.
고성·남해, 모두 여야 1대1 맞대결
고성과 남해도 4년 전 처음으로 민주당이 차지한 곳으로, 이번 선거는 여야 맞대결로 치러진다.
고성군수에는 재선에 도전하는 백두현 후보, 국민의힘 이상근 후보가 맞붙는다. 지방선거 2회 연속 1대1 대결이다. 4년 전 선거에서는 백두현 후보가 자유한국당 김홍식 후보와의 대결에서 12.6%p 차이로 여유롭게 이겼다.
그러나 분위기는 4년 만에 달라졌다. 최근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65.45%)이 이재명 후보(30.49%)를 두 배 이상 표 차이로 압승했다.
남해군수 선거에는 재선에 나서는 장충남 후보와 국민의힘 박영일 후보가 붙는다. 전·현직 군수의 맞대결은 이번이 두 번째다.
4년 전에는 장충남 후보가 6%p 차로 이겼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30%p 가까운 표 차이로 압승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낙동강·관광조선 벨트'를 몇 곳이나 수성할지 관심이 뜨겁다.
대선에서 보여 준 정권교체의 바람이 지방권력의 교체로 이어질지,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치열한 대결이 시작됐다. 이번에도 '파란불'이 켜질까? 아니면 '빨간불'이 켜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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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최호영 기자 isaac042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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