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연과 상상' 현리 "봉준호 감독 존경, 같이 일하고파"
"이민호 현장서 진지해, 윤여정 닮고파"
영화 ‘우연과 상상’, 애플TV 플러스 ‘파친코’에 출연한 배우 현리(이현리, 36)가 한국을 찾았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교포 현리는 국경을 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현리는 ‘우연과 상상’(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첫 번째 에피소드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친구에게 새로운 연애담을 털어놓는 츠구미 역을 맡았다. ‘우연과 상상’은 ‘드라이브 마이 카’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 장편영화상을 받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이다. 어떤 제약도 없이 오직 우연과 상상을 키워드로 펼쳐간 세 가지 이야기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문은 열어둔 채로’, ‘다시 한번’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리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단편 ‘천국은 아직 멀어’(2016)에 이어 ‘우연과 상상’에서 또다시 만났다.
그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의 글을 되게 좋아한다. 감독님 작품이라면 대본을 안 봐도 했을 거다”며 “대본을 봤는데 재미있었고, 츠구미 역도 매력 있었다. ‘천국은 아직 멀어’ 찍을 때 이후 3년 정도 흘렀는데, 그 사이에 감독님이 외국도 갔다 오시고, 하버드도 유학도 다녀오고 많은 공부를 하셨다. 3년 만에 현장에서 만난 감독님은 더 커진 느낌이었다. 더 감싸주고 품어주는 스타일이라 안심했다”고 밝혔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촬영 전 배우들과 함께 모여 감정을 빼고 대사만 읽는 연습을 반복하게 하고, 배우들이 실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 그 대사가 주는 첫 감정을 느끼면서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현리는 “이번에도 그랬다”며 “‘천국은 아직 멀어’에서부터 경험했다. 대사를 잘 외우고 현장에 가서 상대 배우의 대사를 듣고 반응하는 거다. 감독님은 작위적으로 계산하고 연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게 맞는 것 같다. 억지로 감정을 뿜어낼 필요 없고 순수하고 심플하게, 필요한 만큼의 감정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과 연습할 때는 감정을 빼고 대사를 외우고, 현장에서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생기는 감정을 넣으면 된다. 그러면 평소 연기 스타일과 다르니까 배우들이 불안해하기도 한다. 그럴 때 감독님은 글의 힘을 믿어달라고 한다. 감독님만 믿고 대사를 외우고 현장에서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극 중 절친으로 호흡을 맞춘 후루카와 코토네의 호흡에 대해서는 “이번 현장에서 처음 만났는데, 되게 만화 캐릭터처럼 생겼다. 매력 있다. 처음에 수줍어했는데, 동생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화가 요시모토 나라의 그림 속 인물과 닮았다”고 이야기했다.
현리는 ‘파친코’에 키요 역으로 특별출연, 배우 정웅인 이민호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파친코’ 오디션을 보고 싶어 미국 에이전트에 들어갔다. ‘파친코’ 이야기를 읽었을 때 우리 가족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재일교포 이야기를 쓴다는 게 오히려 좋았다. 되게 객관적이고 누가 나쁘고 좋고 그런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좋았다. 사람의 일상이 그렇지 않나. 그런 걸 잘 표현해서 좋았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웅인 선배는 되게 재미있더라. 처음에 절 일본 사람인 줄 알았나 보더라. 제가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잘해주더라. 제가 한국 드라마 많이 봐서 얼굴을 알 것 같다고 하니까 막 웃더라”며 “이민호는 일본어 대사 때문에 고생한 것 같다. 일본어 발음을 물어보기도 하고 진지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한국 이름 ‘현리’로 활동 중인 그는 “일본 이름 없이 자랐다. 부모님이 당당하게 살라고 한국 이름을 쓰게 했고, 자연스럽게 한국 이름을 사용했다. 원래 이름은 이현리”라며 “지금은 부모님이 한국에 계셔 자주 왔다갔다 한다”고 말했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학교가 시부야에 있어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그렇게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에서 연기학원을 다닌 적이 있는데, 선생님을 잘 만났다. 그때 연기가 재미있다고 느꼈다. 나라가 달라도 시대가 달라도 사람의 감정이 똑같구나 싶더라. 슬프고 좋고 아프고 다 똑같구나 싶어 신기했고, 연기에 빠졌다. 처음엔 부모님이 반대했는데, 지금은 많이 응원해주신다. 연기하는 내 모습이 행복해보였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좋아하는 한국 작품도 있을까. 그는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본다. ‘D.P’ ‘소년심판’ ‘빈센조’를 재미있게 봤다. ‘나의 아저씨’도 처음에는 어둡다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빠져서 봤다. 되게 좋은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님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걸 넘어서 존경한다. 저 뿐만 아니라 일본 영화계 사람들도 봉준호 감독님을 존경한다. 기회가 된다면 같이 이해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그는 “열심히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일본어와 한국어 발성이 다르다. 열심히 보이스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롤모델요? 없어요. 그런데 윤여정 선배님이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그 나이에 멋있게, 활발하게 나라를 가리지 않고 활동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느꼈어요. 저도 한국 일본 미국 가리지 않고 재미있는 작품에 많이 출연하고 싶습니다.(웃음)”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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