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만에 '6배' 급등한 회사..일주일새 폭락한 이유 보니 [류은혁의 기업분석실]

류은혁 입력 2022. 5. 15. 06:49 수정 2022. 5. 1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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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냥꾼도 무서운 '반대매매', 각종 불법행위 온상되기도
1주일만에 지분 털린 최대주주..알고보니 무자본 M&A
주가조작·횡령 등 결국 개미만 당해
"본업과 무관한 신규사업 추진..조심해야"
지난 12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42.19포인트(1.63%) 내린 2,550.08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2020년 11월 20일 이후 1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 사진=연합뉴스


주식시장에서 '반대매매'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최근 증시가 연일 급락장을 연출하자 자칫 '대주주 반대매매'가 주가 하락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인투자자들(개미)은 최근 증시 하락으로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주주 반대매매까지 터질 경우 해당 종목은 상장폐지(상폐)까지 몰릴 수 있다.

반대매매는 증권사에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거나 외상거래로 산 주식의 결제대금을 내지 못하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해 채권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반대매매가 일어나면 투자자가 손실을 보는데다, 매물이 쏟아지다보니 증시의 추가 하락 요인이 된다. 투자자들이 반대매매를 우려해 주가 급락 시 ‘패닉 셀링’(공황 매도)을 할 우려도 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반대매매와 대주주의 반대매매는 비슷한 듯 다르다. 대주주의 반대매매는 최대주주들이 증권사나 제2금융 등을 통해 주식을 담보로 빌린 자금을 기한 내에 갚지 못하거나 주가가 담보비율 아래로 하락할 경우 담보로 맡긴 주식이 시장에 쏟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최대주주가 반대매매를 당하면 회사의 지배구조는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본업이 위태로워지고,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대주주 반대매매로 들통난 '무자본 M&A'…상폐 기로

기업사냥꾼 등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에게도 반대매매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주가를 띄워야 하거나 추가적인 담보 주식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 상장사를 인수하는데, 담보로 맡긴 주식이 반대매매 되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주가조작을 일삼을 수 밖에 없다.

2020년 7월 반대매매로 무자본 M&A가 들통난 사례가 있다. 당시 40일여만에 무려 6배나 급등했던 A상장사는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A상장사는 새 최대주주가 들고온 바이오 신사업으로, 시장의 기대를 한껏 받고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최대주주가 변경된 지 1주일만에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시장에선 새로운 최대주주가 취득한 주식이 반대매매 당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주가가 곤두박질친 뒤 나온 대주주 지분 공시는 시장의 의혹이 사실이였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결국 매각은 무산이 됐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새 최대주주의 자금 대부분이 외부에서 차입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자기자본이라고 밝힌 50억원 조차 사채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이었다. 분명히 공시에선 자기자본이라고 밝혔지만, 대부분의 주식이 반대매매 당하면서 허위공시 정황까지 드러났다.

A상장사의 반대매매 사태로 새 최대주주 측의 무자본 M&A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바이오 신사업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후에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이 회사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상장폐지 기로에 섰다. 문제는 A상장사의 반대매매 과정에서 새 최대주주 측의 손실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무자본 M&A만 실패했을 뿐, 경제적 손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회사를 믿고 투자했던 개인투자자(개미)만 또 당한 것이다.

반대매매는 보유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경우에서 발생한다. 금융권이나 사채업자 등 돈을 빌려주는 측과 담보비율을 정하는데, 주가가 하락해 약속한 담보비율 아래로 내려오면 가차 없이 매도해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대주주의 반대매매는 투자자에게 가장 큰 리스크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반대매매 개념과 같지만, 결과적으로 회사에 미치는 피해가 더 크다. 만약 최대주주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해 채권자가 주식을 장내에서 임의처분할 경우 회사의 경영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지배구조가 불안한 상장사의 경우 반대매매로 최대주주가 변경되기도 한다.

 "사채시장 반대매매, 개미는 당할 수 밖에"

사채시장에게 자금을 끌어올 때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사채시장은 은행이나 증권사가 있는 금융권보다 이자는 배로 비싸지만 손 쉽게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투자자들은 자세한 내막을 알 길이 없다. 더군다나 A상장사처럼 사채업자와의 이면 계약을 통해 자금을 끌어온 경우에는 반대매매 여부 자체를 파악하기 힘들다.

반대매매는 어디까지나 돈을 빌려주는 측과 빌리는 측의 임의적인 담보계약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채무자나 투자자는 주가하락이 반대매매에 의한 것인지 순수한 매도에 의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주식시장이 폭락장을 연출하자 무자본 M&A 후폭풍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무자본 M&A는 자기자금이 아닌 차입자금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니,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매매 그림자가 짙어진 상황에선 불법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우선 담보로 맡긴 주식이 반대매매 되지 않도록 인위적으로 주가조작을 일삼을 수 밖에 없다.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 자금을 빼돌릴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 인수 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불공정거래도 생긴다.

이 과정에서 주가는 요동치고 개인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가 하락하는 와중에 대주주 반대매매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본업과 무관한 신규사업을 대규모로 추진하는 경우 무자본 M&A로 의심된다면 아예 쳐다보지도 말라는 조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변경 후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취득하면 의심해 봐야 한다"며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공모가 아닌 사모 방식의 자금유치에 열심이고, 증자와 관련해 납입기일, 투자자 등이 수시로 변경될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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