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게임 없는 비수기, '오·리·배'만 떴다
1분기 국내 게임업계 실적이 주춤한 가운데 오·리·배는 확실히 명불허전이었다. 신작 부재 속에 △카카오게임즈 '오딘' △엔씨소프트 '리니지'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배그) 같은 간판 게임이 실적을 견인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할만한 성과를 낸 점이 고무적이다. 반면 즐기면서 돈 버는 P&E(Play and Earn) 게임을 내세운 넷마블·컴투스는 적자 늪에 빠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은 올 1분기 나란히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경신했다. 시장 기대치도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다. 엔씨소프트 매출은 7903억원,영업이익은 24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4%, 3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크래프톤 매출은 13.5% 증가한 5230억원, 영업이익은 37.5% 성장한 3119억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가 전체 매출의 47%(3732억원)를 차지하며 모바일게임 최대 분기매출을 이끌었다. 김택진 대표가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하는 심정으로 준비했다"는 리니지W는 지난해 11월 출시 후 5개월간 7308억원을 벌어들였다. 대만 인기에 힘입어 내수기업으로 여겨졌던 엔씨소프트 해외 매출이 1년 전보다 200% 급증, 해외 매출 비중이 13%에서 36%로 뛰었다.
크래프톤도 배그가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 초 배그 PC·콘솔게임을 무료로 전환한 후 유료 이용자가 전분기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춘절(중국 음력설) 성수기를 맞아 중국 매출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배그 모바일 인도'도 지난달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도 흥행세다. 작년 4분기 실적 발목을 잡은 '배그: 뉴스테이트'도 전략을 수정한 후 이용자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던파모바일은 2005년 출시 후 17년간 전세계서 8억5000만명 이상 즐긴 던전앤파이터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한 대형 게임에 걸맞게 출시 직후 구글·애플 앱스토어 매출 최상위권에 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작이 부재할수록 흥행이 입증된 메가 IP의 중요성이 크다"며 "메가 IP가 실적을 떠받쳐줘야 신작에 투자할 시간과 자금을 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성장동력으로 P&E 시장에 주목한 게임사는 쓰라린 시간을 보냈다. '어닝쇼크'를 기록한 넷마블이 대표적이다. 넷마블을 1분기에 11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0년만의 분기 적자를 냈다. 야심차게 추진한 블록체인 게임 'A3: 스틸 얼라이브', '골든브로스'도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보수적인 추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컴투스는 1분기 매출(1333억원)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2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메타버스 사업을 위해 인수한 위지윅스튜디오 등 미디어 사업이 111억원의 적자를 낸 탓이다. 컴투스는 지난 2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C2X를 출시하고, '서머너즈워: 백년전쟁'을 P&E 게임으로 전환했으나 매출 기여도는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최원준 컴투스 상무는 컨퍼런스 콜에서 "게임사업은 1분기가 비수기로, 2분기에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 및 야구게임 등으로 높은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며 "미디어 부문도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매출이 빠르게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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