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숙 피라미드 관람, 이집트 요청이라 가야 했다고? 中·日은 안 갔다"
칼럼 게재 후 靑과 2년 간 법정 공방
"탁현민, 국빈방문·공식방문도 구별 못 해"
올해 초, 문재인 전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했던 김정숙 여사가 이집트 방문 당시 비공개로 피라미드를 찾았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이집트에서는 이제껏 국빈방문한 해외 정상들 중에 이집트 문화의 상징인 피라미드 일정을 생략한 사례가 없으니 재고를 요청했고, 우리는 고민끝에 그렇다면 비공개를 전제로 여사님만 최소 인원으로 다녀오는 것으로 합의했다”면서 김정숙 여사의 피라미드 방문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숙 여사에 대한 비판을 “버킷리스트니 어쩌니 하는 야당의 무식한 논평”이라고 덧붙였다.
탁 전 비서관이 문 전 대통령 부부를 비호하기 위해 쓴 페이스북 글은 책 ‘김정숙 버킷리스트의 진실’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3월 책을 펴낸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60)는 “탁 전 비서관이든 이집트 측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19년 6월 김정숙 여사의 외유 의혹을 제기한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이후 2년 간에 걸쳐 청와대와 법정 소송을 벌였고 결국 1심에서 승소한 뒤 짧은 반론을 인터넷에 게재해주는 조건으로 청와대와 항소심에서 합의했다.
남 칼럼니스트는 “미진한 감이 있었지만 지난 2021년에 소송이 끝났고 합의가 됐으니 일종의 신사협정 아니겠나”라며 “김정숙 여사의 외유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으니 자제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제 피라미드 관람 소식이 나왔고, 이 바로 전 탁 전 비서관이 야당과 일부 모자란 기자들이 문제를 삼는다고 얘기했다. 제가 칼럼을 썼으니 당연히 저는 포함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며 “그래서 실체를 밝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선 앞두고 책을 내게 됐다”고 했다.
조선비즈는 남 칼럼니스트를 지난 11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을 낸 시점이 올해 초다.
“선거 끝난 뒤에 책이 나오면 의미가 없다. 예컨데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지고 나서 내면 좀 비겁하지 않느냐.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이기고 나서 내면 정권의 힘에 힘입어 냈을 거라는 소리를 들었을 수도 있고 만약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겼으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정정당당하게 선거 전에 내는 게 옳겠다라고 생각해서 냈다”
—올해 초 김정숙 여사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비공개로 관람한 게 논란이 됐는데.
“탁 전 비서관이 당시 페이스북에서 ‘이집트 정부의 요청 때문에’, ‘이집트에서는 국빈방문한 해외 정상은 이집트 문화의 상징인 피라미드를 꼭 방문해야 하는 필수 코스다’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자료를 다 찾아봤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일본의 아베 총리의 이집트 정상 방문을 찾아 봤더니 두 사람은 피라미드에 간 적이 없었다. 아베 총리는 당시 카이로의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 시진핑 주석은 룩소를 방문했다.
이집트는 관광할 곳이 굉장히 많은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국빈 방문을 한 다른 나라 국가 정상에게 ‘무조건 당신이 우리나라에 왔으면 피라미드에 가야 한다’라고 말하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 탁 전 비서관이든 이집트 측에서 거짓말을 한 거다.
한 가지 더 지적할 점은, 탁 전 비서관이 국빈방문한 사람은 반드시 이집트 피라미드를 가야 한다고 얘기했었는데 당시 문 전 대통령이 했던 것은 국빈방문이 아니라 공식방문이었다. 정상의 방문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뉘는데, 의전이 다 다르다. 이게 뭐가 문제냐면 이 의전 문제를 제일 잘 챙겨야 할 사람이 우리나라 의전비서관인데 탁 전 비서관이 의전비서관 아니었나. 의전비서관이 국빈방문과 공식방문을 구별 못하는 것은 대법원장이 피고와 피고인 구별 못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지난 2019년 화제가 됐던 ‘김정숙의 버킷리스트?’ 칼럼을 쓰게 된 계기는.
“제가 알고 있는 정치인 겸 학자가 지난 2019년 늦은 봄 같이 점심을 먹으며 김정숙 여사가 인도에 방문한 얘기를 해줬다. 김 여사가 가기에 적절치 않은 곳을 본인이 원해서 갔는데 외교부나 관계 부처에서 상당히 불만이 있더라라는 얘기를 저한테 한 것이다. 그런데 이미 시일이 반년 가까이 지나 일간지에서 쓰기에는 적절치 않았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때마침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북유럽 3개국을 순방한다는 기사를 봤다. 그런데 그 중 베르겐에 간다는 게 굉장히 의아했다. 이건 미국에 갔는데 워싱턴을 갔다가 다음 순방지로 라스베가스를 가는 느낌과 비슷한 거다. 미국이 갈 곳이 많은데 워싱턴을 갔으면 경제 문화 중심지인 뉴욕이나 LA, 시카고 등을 가야지 왜 관광지인 라스베가스를 가냐는 것이다. 그래서 북구 순방 중 굳이 베르겐을 가는 게 이상해서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영부인이니까 해외 순방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영부인이 남편인 대통령과 함께 외국을 가는 것은 정상적이고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그래야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데 제가 문제 삼은 것은 김 여사가 도대체 거기 가서 어떤 일을 했느냐는 점이다. 또 일정을 잡을 때 우리나라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는가 이런 부분에 있어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퍼스트레이디가 국격을 높이는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경우가 재클린 케네디다. 재클린 케네디가 프랑스에 가서 유창한 불어로 대화하며 프랑스 사람을 홀딱 빠지게 한 적이 있다. 매력적인 면에서 미국의 위상을 높인 것이다. 그런 면은 좋은 외교기 때문에 적극 권장되는 것이다. 그런데 외국 순방의 목적이 영부인 본인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취미새활을 하기 위해 따라가서 관광을 했다고 하면 그건 문제가 된다.
다른 전임 영부인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권양숙 여사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윤옥 여사의 경우 외국 순방을 따라가면 현지 교민들이나 대사관 직원들의 부인들을 위로하는 행사를 가지고 한글학교를 격려하고 그러셨다. 그 분들도 왜 미술관이라든지 관광명소 가고 싶지 않았겠느냐. 김정숙 여사도 그런 격려 활동을 했다면 기사가 안 나왔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해외 순방 등 외교에서 어떤 면모를 보일 것이라 보는지.
“아마 학습 효과가 있을 것이다. 김정숙 여사가 놀러갔다가 얻어 맞았으니까 나도 그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거다. 그리고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전 해외여행을 거의 안 했다고 한다. 유추해보건대 김정숙 여사도 외국 경험이 별로 없으셨던 것 같다. 반면 김건희 여사는 르코르뷔지에전 등을 주최하며 비교적 해외 경험이 많다 보니 어디 외국을 가서 꼭 구경을 해야겠다 이런 면은 적지 않을까 싶다.
또 김건희 여사는 외모, 패션, 커리어 등 여러 면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고 성공한 직업인이다. 이전 영부인들은 조용하고 내조를 하는 스타일이었다면 비교가 될 것 같다. 눈에 띄는 점의 단점은 실수도 눈에 잘 띈다는 점이다. 주목도가 높으니 그런 점에 대해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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