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착기' 격리 의무 없애도 될까..전문가들도 의견 분분
"격리 의무 해제해도 아프면 쉬는 사회 시스템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의무 해제를 핵심으로 하는 '포스트 오미크론 안착기'를 오는 23일부터 이행할지 이번주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착기에 들어가기에 충분하며 확진자가 다소 늘어나더라도 감당·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완전히 시기상조이자 재유행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15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최근의 추이를 완전한 유행 감소라고 판단하면서 "안착기에 진입해도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감염됐던 사람들의 자연 면역력과 예방 접종 효과가 떨어지고 호흡기 질환이 증가하는 가을·겨울에 재유행은 올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격리 의무를 해제하는 안착기 진입이 재유행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제 기계적·강제적 조치를 끝내고 탄력적·자율적 관리로 전환을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역시 "확진자 감소 추세가 확실하며 갈수록 증상이 약한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에 숫자 자체에 큰 의미가 없다"면서 "23일부터 안착기로 진입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백 교수도 올해 늦가을 정도를 재유행 시기로 전망하면서 "확진자가 늘어나더라도 소규모 유행으로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3만6천여명인 최근 추이에 대해 "뚜렷한 감소 국면이 아닌 유행이 한번 꺾인 소강상태 정도"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이어 "유행이 통제됐다고 할 수가 없는데 안착기에 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안착한다'는 말 자체가 어폐"라며 "최근 4개월간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지표는 매우 나빴는데 거리두기를 모두 해제하고 격리 의무까지 해제하는 정책은 경솔하다"고 주장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확진자 추이가 꾸준한 감소세라고 진단하면서도 "격리를 해도 필수 인력이 부족하거나 국가 운영에 큰 문제가 없어 굳이 격리 의무를 해제할 이유가 없다. 의학적으로 감염 차단을 위한 격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천 교수는 확진자 격리 의무를 해제하려면 ▲ 대학·종합병원을 포함한 모든 병·의원의 확진자 대면 진료 ▲ 확진 시 학교·직장에서 병가 의무 부여 등 두 가지 요건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안착기 진입 시점에 대해서는 이처럼 달리 진단하면서도 재유행에 대비해 신규 변이 분석을 비롯한 의료·방역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최재욱 교수는 "이전 같은 거리두기 통제·제한은 지속 가능하지 않지만 의료·방역 대응 체계가 아직 미비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다 풀려버렸다"며 "의료 대응 체계를 강화해 사망과 위중증을 낮추면서 완전한 엔데믹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도 "그간 땜질식 강제적 정책에 치중돼 병상 확보·가동, 요양원·요양병원 고위험군, 사회적 약자 사각지대 등 고질적 문제들은 지금까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런 의료·방역 대응 체계를 선진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확진자 격리 의무가 해제되더라도 '아프면 쉬는' 사회적 분위기가 안착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천은미 교수는 "오미크론이나 하위 변이의 증상은 점점 경미해지고 있어 아무도 격리를 안 하려 할 텐데, 그로 인해 전파가 많이 일어나면 완전히 새로운 변이가 나와 또 다른 유행이 시작될 우려가 있다"며 "증상이 없거나 경미해도 직장·학교에서 의무 병가를 받고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격리 강력 권고'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순영 교수도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자가검사를 하고 2∼3일은 쉬고, 자녀의 경우 학교에 무조건 보내지 말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에 대응해 이제 사회 시스템 보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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