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의 도전⑦]'영끌''빚투'가 빚은 시한폭탄..'대출규제 완화' 드라이브 걸까

이승환 기자,한유주 기자 2022. 5.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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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계대출 잔액만 1060조 육박
고금리 이자 부담에 연쇄부실 우려도.."관리기조 유지해야"

[편집자주]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갈 제20대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가 5월 10일 마침내 출항했다. <뉴스1>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이번 정부가 처한 나라 안팎의 현실을 '도전 요인'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하게 조명해 보려고 한다. 정치적으로는 '여소야대'가 윤석열 정부의 성패를 가를 가장 핵심적인 위협으로 부상했고, 경제적으로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경제'가 정책적 선택지를 옥죄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청년층 젠더 갈등의 폭발을 비롯한 '갈등의 일상화' 시대가 펼쳐져 있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 행보에 서방세계가 맞서는 '신냉전' 격랑이 한창이다. 항해 시작부터 험난한 삼각파도와 암초를 상대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사회·경제·국제 등 다방면에서 고개를 내미는 도전들 앞에서 성공적인 응전을 펼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25일 서울시내 한 은행에서 대출 관련 창구가 운영되고 있다. 2022.4.2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한유주 기자 =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면서 1000조원대로 치솟은 가계빚은 한국경제의 '뇌관'이다. 지난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주요 과제는 그 뇌관을 건드리지 않고 대출규제 완화의 효과를 보는 것이다.

문제는 대출규제 완화와 가계대출 관리가 양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예컨대 대출규제 완화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면 민간 부채가 경제 전반을 짓누르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인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며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추세에 눈에 띄는 '변화'

15일 한국은행의 '2022년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59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원 줄어들었다.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이며, 횟수로는 4개월 연속 감소세다.

그러나 지난달 들어 주요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 추세에 변화가 감지된다.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감소 '폭'이 눈에 띄게 쪼그라들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4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3917억원으로 전월 대비 8020억원(0.11%) 줄어들었다. 올해 1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이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3월말 기준 전월 대비 2조7436억원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지난달 감소폭이 크게 축소됐다.

이런 추세가 가팔라질 경우 이르면 다음달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멈추고 증가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3월 9일 대선 이후 은행들이 잇달아 대출 빗장을 푼 데 따른 영향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후보자 시절 '대출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으로 '대출완화' 기대감이 은행과 실수요자 모두에게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10월 강화된 전세대출 심사 규정 이전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전세계약 갱신 시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기존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에서 '갱신계약서상 임차보증금의 80% 이내'로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최고 0.45%포인트(p) 내리며 차주의 이자 부담도 덜어줬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지난 3월 24일 중신용 대출 금리를 0.5%p 인하한 바 있다.

◇대출규제 실질 효과 '제한적'

당선 직후 기대감과 달리 윤 정부가 제시한 대출규제 완화의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공동취재) 2022.5.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윤 정부는 먼저 청년층과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가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지역과 상관없이 최대 8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LTV는 주택 담보가치에 따른 대출금의 비율을 뜻한다. 즉, 집값의 최대 80% 선까지 대출받도록 한 것이다.

반면 소득 기준 대출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기존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DSR은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를 제한한 규제다. 현재 차주별 DSR 규제의 핵심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게 제한한 것이다.

문제는 소득이 적으면 LTV 완화 혜택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LTV를 확대하더라도 현행 DSR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한도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공약인 LTV 대출규제 완화가 실효성을 내려면 차주별 DSR도 함께 풀어야 한다는 은행권의 요구는 이런 배경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부동산 시장과 직접 관련돼 있는데 대출완화로 부동산 시장 수요가 증가하면 집값이 껑충 뛸 수 있다"며 "새 정부로서도 대출 규제를 한꺼번에 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값을 안정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출 규제만 풀어주면 안 된다"며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해 일단 대출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후 집값이 20~30% 하락하는 것이 확인될 경우 규제를 조금씩 푸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시장 정상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시장 정상화"라며 "다만 대출을 무조건 막는 것은 곤란한데 소득 있는 직장인 등 실수요자들 위주로 (대출로) 집을 구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리상승기의 본격화로 빚 낸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 연쇄 부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일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연내 2% 또는 그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 빚 부담이 지난 연말 대비 최소 65만5000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교수는 "물가가 계속 오르는 만큼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실수요자 가운데 상환 능력 있는 분들 중심으로 대출을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LTV는 완화할 수 있지만 DSR 완화는 좀 곤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9일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동산매물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2.5.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차주나 코로나 펜데믹(대유행) 여파를 맞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실효성 있는 가계대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변동금리로 신용 대출을 받는 분들을 대상으로 고정금리 변동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집을 담보로 대출해 영업을 이어간 소상공인들의 경우 대출 연장은 물론 금리 인하와 재정 지원으로 보상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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