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WF 우버컵] '셔틀콕 기적' 女 배드민턴 대표팀, 만리장성 넘으며 12년 만에 우승 쾌거

조영준 기자, 송경택 기자 2022. 5. 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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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BWF 우버컵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 ⓒBWF 인스타그램 캡처
▲ BWF 우버 컵 결승전 마지막 단식에서 한국의 우승에 마침표를 찍은 심유진 ⓒSPOTV 방송 화면 캡처

- 한국 여자 배드민턴, 2010년 우버 컵 우승 이후 12년 만에 정상

- '열세' 예상된 마지막 단식 주자 심유진, 우승의 일등 공신

- 이소희-신승찬, 김혜정-공희용 복식 조 맹활약 펼치며 우승에 힘 보태

- '에이스' 안세영, 부상 투혼 끝에 '한 끗 차이' 패배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 송경택 영상 기자] '셔틀콕 기적'이 태국 방콕 밤 하늘을 울렸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이 '세계 최강'에 중국에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며 12년 만에 세계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대표팀은 14일 태국 방콕 임팩트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2022 우버 컵 세계여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중국에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2010년 여자 배드민턴은 우버 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6년 뒤인 2016년 결승에 진출했지만 중국에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셔틀콕 천재' 안세영과 막강한 복식 조를 앞세운 한국은 '거함' 중국을 침몰시키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단식 안세영(20, 삼성생명, 세계 랭킹 4위) 김가은(24, 삼성생명, 세계 랭킹 19위) 심유진(23, 인천국제공항, 세계 랭킹 46위) 복식 이소희(28)-신승찬(28, 이상 인천국제공항) 김혜정(24, 삼성생명)-공희용(26, 전북은행)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은 조별 예선부터 준결승까지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특히 전날 열린 준결승전에서는 '숙적'이자 팀 세계 랭킹 2위 일본을 3-0으로 제압했다. 6년 만에 우버 컵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우승을 노렸다.

그러나 단식 1, 2경기에서 무릎을 꿇으며 위기에 몰렸다. 한국은 단식의 아쉬움을 복식에서 이겨냈다. 세계 2위 이소희-신승찬 조와 김혜정-공희용 조가 모두 중국 팀을 제압하며 우승의 불씨를 살렸다. '셔틀콕 천재' 안세영이 첫 단식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마지막에 코트를 지킨 심유진이 우승 고지에 깃발을 꽂았다.

▲ 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의 '에이스' 안세영 ⓒBWF 홈페이지 캡처

안세영은 '에이스 매치'인 첫 번째 단식을 책임졌다. 팀의 막내인 그는 이번 대회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며 한국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만난 이는 '천적' 천위페이(중국, 세계 랭킹 3위)였다.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천위페이는 8강전에서 안세영을 이겼다.

천위페이를 상대로 6전 전패를 기록한 안세영은 설욕에 나섰다. 1세트 초반 안세영은 천위페이의 '일곱빛깔 무지개' 같은 다양한 공격에 고전하며 4-11로 크게 뒤졌다. 그러나 뒤늦게 몸이 풀린 그는 조금씩 점수 차를 좁혔다. 안세영의 수비가 살아나자 천위페이의 공격은 범실로 이어졌고 순식간에 16-16 동점을 만들었다.

공격이 풀리지 않은 천위페이는 긴 랠리보다 적극적인 공격으로 일찍 포인트를 따내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천위페이의 공격은 계속 코트 밖으로 나갔고 안세영이 1세트를 21-17로 따냈다.

▲ 안세영 ⓒ대한배드민턴협회

안세영의 기세는 2세트 초반으로 이어졌다. 연속 득점을 올린 안세영은 6-1로 앞서갔다. 그러나 천위페이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9-9 동점을 만들었다. 11-11에서 안세영은 기습적인 드롭 샷을 연이어 시도했지만 모두 범실로 이어졌다. 세트 중반부터 주도권을 내준 안세영은 15-21로 2세트를 내줬다.

마지막 3세트에서 안세영은 10-5로 리드했다. 이 상황에서 천위페이는 부상 중인 발목 치료를 위해 잠시 코트를 벗어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발걸음이 무거워진 천위페이는 흔들렸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안세영은 13-5로 앞서며 승기를 잡는 듯 보였다.

그러나 안세영도 뜻하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왔다. 부상 중인 오른쪽 종아리 통증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또한 그는 전날 준결승전에서 단식 세계 1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종아리 통증과 체력 저하로 안세영의 움직임은 매우 힘겨워 보였다.

▲ BWF 우버 컵 결승전 첫 단식이 끝난 뒤 코트에 쓰러진 안세영 ⓒBWF 인스타그램 캡처

분위기는 다시 천위페이 쪽으로 넘어갔다. 안세영은 계속 절룩이며 경기에 임했고 한 포인트를 올릴 때마다 코트에 주저 앉았다. 안세영의 부상 투혼을 지켜본 대표팀 선배 몇몇 선수들은 눈물을 보였다.

놀라운 정신력으로 투혼을 발휘한 안세영은 20-17로 앞서며 승리에 한 점만 남겨 놓았다. 그러나 마지막 포인트를 위해 시도한 회심의 샷은 매번 코트를 벗어났다. 20-20 듀스를 허용한 안세영은 연속 범실로 무너졌고 결국 20-22로 3세트를 내줬다.

아깝게 에이스 매치를 놓친 한국은 복식 팀에 기대를 걸었다. 첫 번째 복식에 출전한 이소희-신승찬 조는 '복식 최강' 천칭천-자이판 조에게 1-2(17-21 21-15 22-20) 역전승을 거뒀다.

복식 세계 2위 이소희-신승찬 조는 중요한 복식 경기서 세계 1위 팀을 만났다. 1세트에서 이소희-신승찬 조는 상대 팀의 강한 공격에 고전했다. 장점인 수비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이소희-신승찬 조는 1세트를 내줬다.

▲ 이소희(오른쪽)와 신승찬 ⓒBWF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2세트부터 수비가 살아나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천칭천-자이판 조의 공격은 범실로 이어졌다. 신승찬의 기습적인 공격도 연속 득점으로 연결됐다. 주도권을 가져온 이소희-신승찬 조는 2세트를 21-18로 잡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에서 두 복식 조는 시종일관 점수를 주고 받으며 팽팽하게 맞섰다. 세트 막판 집중력이 흔들린 천칭천-자이판 조는 치명적인 서브 실책이 나왔다. 19-17로 앞서며 승기를 잡은 이소희-신승찬 조는 3세트를 따내며 한국에 결승 첫 승을 안겼다.

두 번째 단식에 출전한 이는 김가은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안세영과 '원투 펀치' 소임을 훌륭하게 해내며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그의 앞에 선 이는 세계 랭킹 9위 허빙자오였다. 허빙자오는 올해 BWF 독일 오픈과 코리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특히 독일 오픈과 코리아 마스터스 준결승에서 모두 안세영을 이겼다.

경기는 시종일관 허빙자오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진행됐다. 결국 김가은은 0-2(12-21 13-21)로 패했고 게임스코어는 1-2가 됐다.

이어진 두 번째 복식 경기에는 김혜정-공희용 조가 코트에 나섰다. 김혜정은 현재 부상 중인 김소영(30, 인천국제공항)을 대신해 공희용과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후앙동핑-리웬메이 조를 2-0(22-20 21-17)으로 꺾고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을 구출했다.

▲ 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 복식의 기둥 공희용

김혜정과 공희용은 공식 파트너가 아니다. 호흡을 맞춘 시간도 길지 않지만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후앙동핑-리웬메이 조를 제압했다. 듀스 접전 끝에 1세트를 잡은 김혜정-공희용 조는 2세트 막판 공희용의 강한 공격으로 상대 추격을 따돌렸다. 여기에 김혜정의 알토란 같은 득점도 더해졌다. 김혜정-공희용 조의 승리로 한국은 최종 승부를 마지막 단식으로 가져갔다.

12년 만의 우승이라는 큰 짐을 어깨에 짊어진 이는 심유진이다. 세계 랭킹 46위인 심유진은 15위 왕지이와 맞붙었다. 이 경기 전까지 상대 전적은 1승 2패였다.

절묘한 대각샷을 앞세운 심유진은 한 수 위로 평가받은 왕지이를 2-1(28-26 18-21 21-8)으로 눌렀다.

심유진은 큰 부담감을 안고 코트에 섰지만 발걸음은 무겁지 않았다. 상대를 압도하는 스피드와 역습으로 시종일관 앞서간 그는 먼저 20점에 도착했다. 그러나 왕즈이는 연속 득점을 올리며 20-20 듀스를 만들었다. 두 선수의 치열한 접전은 26-26까지 이어졌다. 중요한 '한방'이 필요한 상황에서 심유진은 장기인 대각샷으로 2점을 내리올렸다.

▲ 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의 성지현 단식 코치 ⓒBWF 인스타그램

심유진은 극적으로 1세트를 따냈고 우승에 한 세트만 남겨 놓았다.

왕지이는 2세트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세트 초반 연속 득점을 올리며 심유진의 추격을 봉쇄했다. 심유진은 막판 추격에 나섰지만 벌어진 점수 차를 따라잡지 못하며 17-21로 세트를 내줬다.

운명의 마지막 3세트 초반 심유진은 네트 플레이에서 우위를 보이며 6-1로 리드했다. 왕지이는 손가락 치료를 받으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심유진의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그는 고비처에서 주무기인 대각샷으로 상대 추격에 제동을 걸었다. 또한 3세트에서도 견고한 수비로 상대 범실을 유도했다.

12-1로 점수 차를 벌린 심유진은 승기를 잡았다. 3세트를 따낸 그는 7시간 동안 진행된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으며 우승의 주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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