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독주' TSMC, 반도체 판 흔드나..또 가격 인상 [강경주의 IT카페]

강경주 입력 2022. 5. 14. 21: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경주의 IT카페] 49회
TSMC, 반도체 가격 인상 기조 계속될 듯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 수익성에도 도움"
애플 등 IT 기기 완제품 가격 상승 불가피
[사진=TSMC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태계를 좌지우지하는 대만 TSMC가 반도체 가격을 또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 측면에서는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의 동반 이익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TSMC를 따라 반도체 기업들이 줄줄이 위탁생산 가격을 높여 전자·IT 제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TSMC, 고객사에 반도체 가격 6% 인상 통보"

14일 일본 경제 매체 '닛케이아시아'와 대만 영자지 '포커스타이완', 중국 언론 '펑파이' 등 다수의 해외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TSMC는 최근 일부 고객사에게 내년 1월1일부터 공급하는 웨이퍼 파운드리 제품에 대해 6%의 가격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8월 역대 최대 규모로 가격 인상을 발표한 지 1년도 채 안 돼 추가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당시 TSMC는 고급 공정 7~9%, 구형 공정의 경우 20%를 일괄 인상한 바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TSMC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원가 상승, 대규모 팹 확장 계획 등 글로벌 공급 강화를 위해 가격을 올릴 것"이라며 "1년 이내에 두 번째 가격 인상을 고객사들에게 고지했다"고 전했다. 포커스타이완도 "TSMC가 내년 1월부터 6% 인상된 파운드리 가격을 고객사에 알렸다"며 "일부 제품의 상승폭은 7~9%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닛케이아시아는 또 "TSMC가 고객사에 미리 가격 인상 통지를 한 이유는 가격 조정에 대비하라는 의미"라고 TSMC 관계자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

다만 스마트폰, PC 등 제품에 대한 수요 둔화를 고려하면 고객사들이 TSMC의 가격 인상을 완전히 수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반도체칩 가격 인상은 단행할 수 있지만 첨단 노드(node·반도체 회로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의 선폭)는 고객사가 납득하기 어려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TSMC는 내년까지 1000억 달러(한화 약 130조원)를 해외 공장 유치와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할 계획이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TSMC 홈페이지 캡처]


한 TSMC 고객사에 따르면 인상 대상은 7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와 5nm 공정 제품을 포함한 최첨단 고급 제품과 성숙 공정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이다. 아울러 TSMC가 이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시설 투자 확대에 따라 파운드리 단가를 계속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는 상황이다.

미세 공정 유일한 경쟁사인 삼성전자 동반 이익 전망

TSMC의 위탁생산 가격이 상승한다면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이자 미세 공정의 유일한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동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TSMC와 달리 주로 7나노 이하 최신 미세공정 기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TSMC의 가격 인상 기조에 따른 수익성 개선폭도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TSMC가 반도체 위탁생산 가격 인상에 앞장선다면 삼성전자도 뒤따라 단가를 높여 파운드리 사업 이익률을 개선하는 데 힘을 받을 수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TSMC와 삼성전자 이외에는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대안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TSMC와 시장에서 과점체제를 구축한 데 따라 동반 이익을 보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 통신은 전날 관련 사정에 밝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가격을 최대 20% 인상하는 방안을 고객사들과 논의 중"이라며 "이미 일부 고객사와는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이번 가격 인상은 전 세계적인 물류와 원료 비용 인상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인상된 가격은 올 하반기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반도체 가격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공유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고객사에 따르 다른 가격 전략을 가져갈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수익성 개선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사 확보를 우선 목표로 둔다면 TSMC와 달리 단가를 높이지 않고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TSMC의 반도체 위탁생산 가격에 부담을 느낀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에 물량을 맡기는 케이스가 늘어나 고객사를 더 확보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 반도체학과 교수는 "TSMC의 연이은 가격 인상 기조는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고, 또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수익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만약 가격을 올렸는데 고객사 반응이 시원찮을 경우 다시 내리면 된다. 시장과 고객사, 경쟁사 반응을 한 번 체크보겠다는 전술적 의도도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가격 책정 주도권을 쥐고 있는 TSMC의 자신감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메모리반도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의 호실적에 힘입어 글로벌 반도체 업체 중 매출액 기준 1위를 달성, 4분기 연속 선두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6조8700억원과 8조4500억원이다.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2%,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5% 쪼그라들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 151% 뛰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 점유율 1위인 TSMC는 총매출에서는 삼성전자, 인텔에 이어 3위에 랭크됐지만 영업이익은 선두를 달렸다. TSMC의 올 1분기 매출액은 4910억8000만 대만달러(한화 약 21조100억원), 영업이익은 2237억9000만 대만달러(약 9조5800억원)다.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12%,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22%,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TSMC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생산 단가 인상에 힘입어 45.6%를 기록했다. TSMC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최근 고성능 시스템반도체를 10나노미터(nm)급 이하 공정으로 제조 중이다. 이 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지만 수율은 TSMC가 삼성전자에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고객사들이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TSMC는 최근 공개된 지난달 월별 실적에서도 영업이익이 1725억6100만 대만달러(약 7조4580억원)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과 견줘 55% 각각 증가한 수치다. 이는 지난 1월의 1721억7600만 대만달러(약 7조4400억원)를 넘는 사상 최대의 실적이다. 올 들어 4월까지 누적 매출은 6636억3700만 대만달러(약 28조6800억)로 전년 동기 대비 40.1% 증가했다. 

"TSMC 만한 매력적 공급처 없어"

[사진=TSMC 홈페이지 캡처]


TSMC 발(發) 가격 상승이 본격화할 경우 관련 부품을 쓰는 완제품 가격의 상승도 불가피하다. 시장에서는 애플에 공급하는 TSMC 칩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TSMC의 최대 고객사로, 최종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애플이 TSMC 반도체 생산량 5분의 1가량을 구매할 정도로 대형 고객사여서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TSMC의 가격 인상이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 등 경쟁사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TSMC를 따라 반도체 기업들이 줄줄이 위탁생산 가격을 높일 경우 주요 전자·IT 제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진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들은 수율과 납기 일정에서 TSMC 만한 매력적인 공급처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인상한 가격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같은 일부 최첨단 공정에서의 비용 상승은 있을 수 있지만 기존 공정에서는 가격을 인상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고객사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구매를 하거나 삼성전자에 손을 내밀거나 둘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