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집무실까지 행진했다, 당선 이후 첫 주말 용산집회

김민기 기자 2022. 5. 14. 19: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4일 오후 ‘2022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 측이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기념대회’를 열고 있다./김민기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주말인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선 집회·행진 등이 잇따라 열렸다.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에서도 집회를 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집회 참가자들은 국방부 바로 앞까지 행진했다.

이날 오후 3시쯤 ‘2022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 측은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기념대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진보당, 금속노조 여성위원회,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청소년 인권’ ‘정의당’ ‘성소수자 부모모임’ 등이라 적힌 높이 약 5~6m의 깃발 30여 개를 들고 집회를 진행했다. 성소수자 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도 눈에 띄었다. 집회 측 관계자는 “이날 모인 사람은 500여 명”이라고 했다. 참가자 중에는 승려들도 있었고, 예수 복장을 한 사람도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응, 내 자식 퀴어(성소수자)’ ‘성소수자 인권이 모두의 인권’ ‘차별금지법 당장 제정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우리의 외침이 이 시대를 만든다” “우리의 싸움이 혐오를 끝낸다” 등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질병분류목록에서 삭제했지만,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혐오와 차별의 현실에 분노한다”며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행진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톤 트럭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선 사회자는 “용산시대가 개막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용산에서 싸울 것이고, 용산에서 춤추고 노래 부를 것이다”며 “이 인근은 성노동 집결지가 있던 곳으로, 용산은 성소수자, 게이들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커뮤니티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고 했다.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성소수자도 당연히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고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면서 “우리의 권리를 위해 더 싸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발언 중간에는 성소수자들이 나와 춤 공연을 하거나, 구호 제창이 이뤄졌다.

오후 4시 50분쯤 이들은 1.6km 떨어진 대통령 집무실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사회자는 “1962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고 대통령 집무실을 지나간 적이 없다”면서 “60년 만에 출발해 본다”고 했다. 이들은 우측 1개 차로를 이용해 음악에 맞춰 춤추며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2022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 측이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난 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행진하고 있다./구아모 기자

앞서 무지개 행동은 용산역 광장에서 집회를 가진 후 이태원까지 행진하겠다며 집회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이를 불허한 바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데, 경찰이 이를 근거로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무지개행동은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1회에 한해 1시간 30분 이내에 신속하게 통과해야 한다”며 행진 금지 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날 오후 ‘2022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 측이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집회를 하고 난 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행진하고 있다./구아모 기자

이날 행진은 출발지인 용산역 광장에서 2.5km쯤 떨어진 이태원 광장에서 오후 6시 20분쯤 종료됐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오모(23)씨는 “코로나로 성소수자 집회가 거의 없었는데, 목소리를 내는 자리가 마련된 김에 참석했다”면서 “집무실에 가깝게 다가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했다. 최모(23)씨는 “이런 행진들은 보통 광화문에서 이뤄졌는데, 용산에서 행진하는 것이 낯설면서도 새롭다”고 했다. 행진 이후 사람들이 모여 자유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도 있었다. 집회 측이 차로 하나를 이용한 탓에,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수분을 대기하는 차들도 있었다. 차량에서 내려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국방부 인근의 한 회사에 근무하는 이모(31)씨는 “3년 만에 가장 시끄러웠던 날 같다”며 “대통령이 용산으로 오고 난 후 첫 주말이 이런데, 앞으로 더 소란스러워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용산구 주민 김모(32)씨는 “반려견이랑 산책 나왔는데 이런 풍경이 낯설다”면서 “앞으로 계속 이렇게 시끄러워질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다른 단체의 집회·행진도 잇따랐다. 보수 단체인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을 주장하며 서울 중구 대한문에서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까지 행진했다. 집회 관계자는 “60여 명이 행진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인근에는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국방부 맞은편 전쟁기념관 인근에는 ‘윤 대통령님 도와주세요’ ‘대통령님 사이버범죄 전담 수사청 필요합니다’라고 적힌 피켓들이 놓여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집회·시위들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