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어렸을 때 꿨던 꿈' 같은 것"
'리을'로 돌아온 지창욱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배우 지창욱의 첫 OTT 진출작 《안나라수마나라》가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4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오지리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는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지창욱 분)이 나타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뮤직 드라마다. 지창욱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웹툰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보니 부담이 있었다. 어렵지만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웹툰 연출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원작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들의 고민과 성장을 마술이라는 환상적인 요소로 풀어내 뜨거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김성윤 감독은 10여 년 전 웹툰 연재 직후 《안나라수마나라》의 영상화를 하일권 작가에게 제안했고, 오랜 시간을 거쳐 5월6일 마침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것이다.
극 중 지창욱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로 분했다. 선과 악의 기준이 무의미한 리을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지창욱은 촬영 3개월 전부터 마술과 노래를 익히며 캐릭터에 녹아들었다는 후문이다. 김성윤 감독과 김민정 작가는 "지창욱의 소년미 덕분에 리을의 순수한 면이 돋보였다. 지창욱 배우는 편견 없이 리을을 그 자체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첫 OTT 진출을 성공적으로 한 지창욱에게 드라마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안나라수마나라》가 현재 전 세계 넷플릭스 랭킹 4위에 올랐다.
"기분이 너무 좋다. 제가 출연한 작품을 봐주신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모든 팀원이 열심히 촬영했던 작품이다."
OTT 진출은 처음이다. 소감이 궁금하다.
"실감이 안 난다. 공개한 지 며칠 안 돼서인지 주변에서 피드백이 아직 많이 안 왔다. 글로벌 송출은 처음이라 기분이 조금 다른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 공연을 했을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이 있다.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요즘이다."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도 궁금하다.
"사실 안 봤다. 하하. 제가 나오는 작품을 잘 못 본다. 뭐랄까, 이제는 제 손을 떠나 시청자분들이 잘 판단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평가들을 전해 들으며 겸허히 받아들이고 아쉬운 것들을 되짚어 보겠다."
원작이 웹툰이다. 어떻게 봤나.
"사실 원작을 끝까지 보지 못했다. 원작을 참고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일부러 끝까지 보지 않았다. 원작이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정도로만 참고했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가난, 돈, 성적, 동심, 꿈, 타인의 시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따뜻하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
리을의 직업은 마술사다.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나.
"노래 연습과 마술 연습을 오래 하긴 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마술과 노래는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 이은결씨가 마술 연출을 담당했다. 3~4개월 정도 배웠다. 작품 안에서 은결씨가 마술 장면에 대한 디자인을 도와줘서 멋지게 나올 수 있었다. 마술 장면을 찍을 때 중점적으로 생각한 건, 장면 안에서 진짜 마술사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감독님 및 작가님과는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음악이 작품에 들어가니까 전체적인 작품의 톤 앤 매너를 잡는 게 중요했다. 디테일하게 많이 상의했다."
캐릭터를 위해 잃어버린 동심을 찾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했는데, 그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내가 마술을 믿었었나? 내가 어렸을 때 믿었던 건 뭐지? 꿈꿔왔던 건 뭐지? 리을을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열린 마음으로 현장에 가려고 노력했다."
원작이 웹툰이기도 하지만 리을이라는 캐릭터는 특히 만화스럽다. 연기 밸런스는 어떻게 잡았나.
"판타지스럽지만 또 복합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어려웠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리을의 매력은 솔직함이다. 그간 다른 작품을 할 때는 '이 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늘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했는데 이 작품은 그런 게 없었다.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다 표현한 캐릭터였다."
극 중에 마술을 믿느냐는 질문이 있다. 개인적으로 마술을 믿나.
"마술을 믿는다는 건, 마술의 행위를 믿는다기보다는 마술을 순수하게 즐길 줄 아는 마음인 것 같다. 글쎄, 나는 반반이다. 내가 언제 속은 거지? 하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더라. 물론 어렸을 때는 그런 것 없이 그저 즐겼다. 촬영을 하면서 마술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동심을 표현해 주는 매개가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 꿨던 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도 받았다.
"동화 같은 따뜻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대본을 본 순간부터 내 이야기 같은 느낌도 들었다. 돈, 성적, 꿈…. 가슴에 와닿는 부분들이 있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다 하는 고민들이 있지 않나. '나는 누구인가' '내가 과연 무엇을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와 같은 고민을 이 작품을 하면서 또다시 할 수 있었다. 깊이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호평을 받았던 웹툰이 원작이다. 캐릭터를 만들 때 부담은 없었나.
"만화를 실사화하는 시리즈물이다. 그래서 시작부터 어려운 작품이었고, 상당히 큰 부담이 있었다. 더구나 웹툰이 워낙 명작이고 많은 사람에게 호평과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다. 심지어 제가 맡은 리을은 굉장히 멋있는 캐릭터다. 내가 이 멋짐을 구현할 수 있을까?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만화 속 캐릭터를 좇기보다는 나에게 맞게 재창조하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외적인 부분도 웹툰을 따르지 않았다. 원작을 따라가기보다는 원작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우리만의 시리즈를 만들자 싶었다. 100%의 만족은 없다. 웹툰을 보신 분들은 이 시리즈를 보고 실망하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음악과 안무가 좋아 뮤지컬로 무대에 올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혹시 뮤지컬로 제작된다면 출연 의향이 있는가.
"초반부에 그런 얘기가 많았다. 감독님이 언젠가 '뮤지컬로 옮겨지면 할 생각 있어?' 물어보시더라. 없다고 했다. 이후에 정정을 했던 건, 만약 이 작품에 출연했던 주연배우들이 모두 참여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다. 마술적인 화려한 장치가 무대 위에 오르면 비주얼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즐거우실 것 같다. 사실 뮤지컬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왕 할 거면 내가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만들었던 캐릭터라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하."
리을과 자신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심리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순간들은 살아가는 데 늘 존재한다. 극 중 리을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그랬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거기서 오는 상실감이 컸던 어린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 시절을 생각하면 뭔가 우울감이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지 못해서 고민하고 힘들어 했던 순간도 있었고,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학창 시절에 학업 스트레스도 심했다. 그래서 리을을 봤을 때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내 이야기 같았다."
극 중에는 다양한 군상의 어른이 등장한다. 멋진 어른이란 어떤 모습인 것 같나.
"글쎄, 어른이라고 하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친구들을 잘 이끌어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막연하게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린 친구들에게 답을 주는 사람이기보다는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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