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잇플]오후 6시 급한 은행업무는 고속터미널로 가세요
은행 영업점 창구가 이미 문을 닫은 저녁 6시. 서울에서 이런저런 일을 보던 전형식(54)씨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직장이 있는 경북 예천으로 내려가기 전 깜박 잊은 은행 업무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전 씨가 또착 한 곳은 고속터미널역. 강남이나 시내에서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난 2일 3·7·9호선이 교차하는 고속터미널역사 안에 문을 연 KB국민은행 NB강남터미널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다가 우연히 만난 은행이다. 단순 입·출금 업무를 지원하는 현금자동인출기(ATM)만 덩그러니 있는 자동화코너가 아니다. 통장·체크카드·OTP카드 발급 등 평일 낮에 영업점 창구를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업무도 스마트텔러머신(STM)을 통해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볼 수 있다. 오전 10시~오후 5시 사이엔 화상 상담 부스에 들어가 신용대출을 받거나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KB국민은행 NB강남터미널점은 KB국민은행 대면채널 혁신의 일환으로 선보인 제1호 KB디지털뱅크다. 지능형 자동화기기 STM과 화상상담전용창구 등 최신 디지털금융 기술을 적용해 고객에게 새롭고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1호점은 유동인구가 풍부한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역사 내 자리잡아 고객의 금융접근성을 크게 높혔다. 특히 이마트 및 지하철역·고속버스터미널 이용 고객의 급한 은행업무 처리에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는 줄이고 있지만 KB디지털뱅크처럼 ‘혁신 점포’를 만드는 이유는 뭘까. 이는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고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일환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의 영업 점포 수는 총 6102개로 1년 만에 309개 점포가 사라졌다. 반면 신한은행은 GS25와, 하나은행은 CU편의점과 손잡고 ‘편의점 속 점포’를 새로 열었다. 세븐일레븐과 협업한 DGB대구은행도 대구 내 금융특화 점포를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지점은 줄이되, 특화 점포를 여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 업무 시간 외에 무인 기계로 빠르게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실제 이용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이날 저녁 6시가 넘어 점포를 방문한 이상권(40) 씨는 “고속터미널 5층에서 근무를 하는데 OTP 카드 발급을 위해 점심 시간을 이용해 인근에 있는 반포점에 갔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시간 내 업무를 보지 못했다”며 “여기에 퇴근 후에, 더 빠르게 발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게 됐다”고 말했다. STM 부스에 들어가 약 4분 만에 카드 발급을 마치고 나온 이 씨는 “무인 기계로도 무리 없이 아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NB강남터미널점은 기본적으로 무인 점포로 운영되지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스마트 매니저도 상주해 있다. NB강남터미널점 스마트 매니저는 “기계에 익숙지 않은 고객이 오면 안내를 해주는 등 역할을 한다”며 “고속터미널역 지하는 유동 인구가 매우 많은 만큼 무인 점포에서도 영업점 창구 수준의 업무 처리가 가능하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노브랜드 매장 바로 옆에 캠핑카 형태로 구성된 이색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지점 이름에 ‘NB’가 붙은 이유도 이마트 노브랜드와의 제휴 때문이다. 초록색 인공 잔디로 바닥과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은행 업무를 볼 땐 캠핑카에 들어간다는 느낌을 주는 등 ‘도심 속 휴식’을 콘셉트로 지점이 꾸며졌다. 점포 한 구석에 나무 밑동 모양으로 만들어진 의자에는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온 시민들이 잠시 앉아 쉬어 가기도 했다.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은행은 흔히 알고 있는 지점의 모습이 아닌, 이처럼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금융잇플레이스(it place)=공간을 통해 고객들과의 접점을 찾으려는 금융권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은행 점포 등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지만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각인 시킬 수 있는 공간과 고객 경험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금융 관련 이색 장소를 찾아 소개합니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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