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크리스마스' 달성 200살 이팝나무 눈꽃 피다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대구 달성군 교항리에 100∼200년 수령 이팝나무 군락지/함박눈 닮은 하얀꽃 만개 장관/ 올 한해 풍년 기원...코로나19도 “안녕∼”/“전국 노래자랑∼” 옥연지 송해공원 백세교 걸으며 장수 기원
#달성 이팝나무 숲에 ‘눈꽃’ 피다
4월 말이면 대구 명물 비슬산은 온통 연보랏빛 참꽃으로 물든다. 대구에서는 진달래를 참꽃이라 부른다. 개나리와 함께 봄을 알리는 진달래는 보통 3월 말쯤부터 볼 수 있지만 비슬산은 해발고도가 1084m로 꽤 높아 4월 말쯤 진달래가 절정을 이룬다. 산길을 따라 드문드문 보이는 진달래도 예쁘지만 높은 산을 온통 뒤덮은 참꽃 군락지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참꽃이 지고 나면 또 하나의 신비로운 세상이 펼쳐지는데 바로 이팝나무. 초록 잎을 덮으며 피는 하얀 꽃이 뚜렷한 색의 대조를 이뤄 온통 눈으로 뒤덮인 듯하다. 중부 이남에 자생하는 이팝나무는 5월쯤 나무 전체에 흰 꽃이 피고 가을엔 노란 단풍과 보랏빛 열매도 아름다워 정원, 공원을 꾸미고 가로수로도 많이 쓰인다. 덕분에 도심에서도 볼 수 있지만 대구 달성군 옥포읍 교항리 마을은 스케일이 다르다. 이팝나무 고목이 대규모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어서다.
‘다리목 마을’로 불리는 교항1리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구릉지인 1만5510㎡ 규모 세청숲에는 수령 100∼200년의 이팝나무 서른두 그루가 자라는데 대구·경북 지방에서 유일한 이팝나무 군락지다. 이팝나무 숲 꽃이 만개하면 풍년이 들고, 꽃이 별로 피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는데 올해는 꽃이 엄청나게 폈으니 풍년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물러가고 좋은 일만 펼쳐질 것 같다. 다리목 마을은 농업 기반 촌락으로 연탄이나 석유가 보급되기 전까지 주로 땔감에 의존했다. 그런데 점점 땔감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이팝나무 숲 나뭇가지들이 조금씩 훼손되자 숲을 해치는 사람에게는 쌀 한 말씩을 물리는 규약을 만들어 숲을 대대로 보호해 왔다고 한다.
이팝나무 숲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달성군 옥포읍 기세리 옥연지로 달려간다. 공원 입구에 하양, 빨강, 노랑 튤립과 개양귀비가 지천으로 피어 여행자를 반긴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 다정하게 팔짱을 낀 연인, 동창들이 모였는지 수다 꽃을 피우는 중년 여인들, 너도나도 드넓은 호수와 알록달록한 꽃세상이 어우러지는 동화 같은 풍경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옥연지 한가운데 운치 있게 솟아오른 백세정을 향해 물 위로 난 데크길을 따라 걷는다. 백세정에 서자 왼쪽으로 물 위에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뻗어 나간 백세교가 한눈에 보인다. 오른쪽엔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예쁜 빨간 풍차와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분수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그림 같다. 2016년 준공된 백세교는 ‘S자’ 형태로 태극 문양을 형상화했는데, 백세교를 한 번 걸으면 100세까지 살고 두 번 걸으면 100세까지 무병장수할 수 있다니 힘을 내 걸어 본다.
달성군에는 우리나라 피아노 역사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여행지가 있는데 낙동강을 끼고 있는 화원읍 사문진이다. 이 나루터를 통해 1900년 3월26일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 보담 부부가 한국 최초의 피아노를 들여왔다. 조선 세종부터 성종까지 대일 무역의 중심지던 사문진에는 소금 등을 실어 나르는 배가 활발하게 오갔다고 한다.
대구=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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