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테라 생태계 '흔들'..전문 투자사 어쩌나
재무 타격 우려에 김서준 대표 "문제 없다"
테라 사태는 '리스크'..신뢰도 회복 관건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사상 최대 위기 아니겠느냐. 운용하는 펀드 포트폴리오 자체가 테라 생태계 기반의 업체나 NFT, 블록체인 등 디지털 자산 분야가 많으니 손실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13일 해시드벤처스 조합원을 대상으로 입장문을 내고 테라 사태에 따른 해시드의 재무적 타격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해시드는 2018년 초 루나에 투자했고 이번 사태로 투자한 비중만큼 손실이 발생한 건 사실이지만 해시드벤처스는 해시드의 보유 토큰 계정과는 분리된 법인이라는 설명이다. 해시드는 루나뿐 아니라 견고한 포트폴리오들을 보유했으며 해시드벤처스와 해시드 등 재무 상황에도 문제가 없다고도 밝혔다. 테라 사태로 펀드 포트폴리오가 어떤 타격을 받았는지 파악해 이달 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테라 사태가 해시드는 물론 해시드벤처스의 펀드 운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데 따른 대응이다. 해시드벤처스는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업체들에 지분을 투자하는 VC 법인이다. 김서준 대표 개인은 물론 해시드도 테라에 초기 투자하며 생태계 구축에 일조했고, 이후 블록체인 시장 전반이 급성장하고 테라 가격도 급등하면서 해시드벤처스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역량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국내 유일 가상자산 투자 하우스로서의 위상을 활용해 국내 기업들의 가상자산 간접 투자를 견인하기도 했다. 2020년 말과 지난해 말 각각 1200억원, 2400억원 규모의 해시드 벤처투자조합 1·2호를 결성했는데, 네이버와 크래프톤, 컴투스, 하이브, 한화, 다올인베스트먼트(전 KTB네트워크) 등이 출자자로 참여하며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이번 사태로 해시드는 물론 김서준 대표가 펀드매니저를 맡은 해시드벤처스 펀드가 수익성에서 일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해시드 차원에서 수습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실제 VC 업계도 해시드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테라 폭락과 함께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신뢰가 깨지면서 컴투스의 웹3.0 게임 플랫폼인 C2X가 테라 메인넷을 포기하는 등 테라 생태계를 이탈했고, 테라와 관련 없는 NFT, 블록체인, P2E 게임업체 등 디지털자산 전반의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물론 테라에 투자한 VC는 해시드 이외에도 많지만, 해시드벤처스는 가상자산 관련 이들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정체성을 공고하게 다져왔던 만큼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테라 사태와 관련해 “테라의 1달러 가치를 유지해주는 기초자산은 루나뿐인데, 루나의 자산성을 어떻게 유지할지 깊게 고민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루나 가치가 떨어지면 보유 비트코인을 팔아서 루나를 사들여 가치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이 구조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거나 동일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트코인 가격 자체가 하락하면 구조는 성립이 안 되는데 이번 사태가 그랬고 결국 디지털 시장 전체 자산 가격이 폭락했다. 테라 개발사든 투자했다가 돈을 날린 VC들이든 금융 생태계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다고 본다”며 “자산성의 가치는 기술에서 나온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위축으로 운용 중인 펀드가 수익성에서 타격을 입는다면 운용사로서의 신뢰도 역시 훼손될 우려가 제기된다. VC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해시드는 대표 자체도 전문가였고 워낙 가상자산 분야에 특화돼 있어 전통적인 VC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는 분위기였지만 이번 사태는 적잖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당분간 관련 섹터 투자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뢰도를 회복하지 못하면 투자 분야 심사역을 다양화해 다른 업종 투자를 늘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다른 VC 한 심사역은 “해시드는 일반적인 VC보다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추구하는 하우스인데 워낙 잘 투자해 수익을 많이 냈다. 모험에 동참하는 LP들을 많이 확보한 배경”이라면서도 “펀드의 모든 포트폴리오가 다 가상자산 관련 분야만은 아닐 것이고, 펀드 결성 시기도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큰 위기는 아닐 수 있으나 LP로부터 받는 압박감은 적지 않을 듯하다. 주주들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향후 새 펀드를 원활하게 조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예린 (yeap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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