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공연 36년 만에.. 세계적 성악가 베르간자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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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꽃', '20세기가 낳은 성악계 여왕' 등 애칭으로 유명한 스페인 출신 성악가(메조소프라노) 테레사 베르간자가 87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986년 내한공연을 갖기도 했던 고인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의 환상적인 축하 공연으로도 한국인들의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한국인들 중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올림픽이 열린 1992년 고인을 비롯해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 성악가 6인이 함께한 특별 축하 공연에서 고인이 열창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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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5월 6일 호암아트홀에서 독창회
"한국 청중과의 만남, 내 미래 밝힐 것"
바르셀로나 올림픽 특별 공연도 기억돼
외신에 따르면 베르간자는 13일(현지시간) 고향인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숨을 거뒀으며 정확한 사인은 알려져지 않았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즉각 발표한 애도성명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여성의 목소리를 잃게 됐다”며 “그녀의 음성과 품위, 예술은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음이 전해진 뒤 곧바로 총리 애도성명이 나온 점에서 알 수 있듯 베르간자는 스페인의 국보급 예술가였다. 1935년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고인은 스페인 음악을 대표하는 마드리드 음악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원래는 작곡과 지휘 수업도 병행했으나 마드리드 실내 합창단에서 노래하던 고인의 실력을 알아본 음악원 스승들의 권유에 성악 전공으로 방향을 정했다.
1956년 마드리드 음악원이 주최한 성악 콩쿠르에서 쟁쟁한 실력자를 제치고 입상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고인은 이듬해인 1957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음악축제 무대에서 오페라 가수로 정식 데뷔했다. 당시 맡은 것이 모차르트 오페라 ‘여자는 다 그래’의 도나벨라 역이었다. 이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정상급 오페라단에서 초청받아 공연을 했다.
고인은 언어 감각이 뛰어나 모국어인 스페인어는 물론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포르투갈어 가사까지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가수로 정평이 났다. 특히 모차르트와 로시니 오페라에서 고인의 곡 이해력과 가창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외신들은 “모차르트와 로시니 작품에서 선보인 완벽에 가까운 해석이 고인을 20세기 최고의 메조소프라노로 올려놓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인들 중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올림픽이 열린 1992년 고인을 비롯해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 성악가 6인이 함께한 특별 축하 공연에서 고인이 열창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이가 많다. 고인과 더불어 호세 카레라스(테너), 플라시도 도밍고(테너), 몽세라 카바예(소프라노), 지아코모 아라갈(테너), 후안 폰스(바리톤)가 나란히 한 무대에 선 역사적 공연으로, 전 세계를 말 그대로 환호의 도가니로 만들었는다. 직전의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인들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고인은 지금으로부터 꼭 36년 전인 1986년 5월 6일 호암아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다. 당시 고인은 언론을 통해 “뛰어난 음악성을 갖고 있다는 한국 청중을 만나게 되는 음악회가 내 미래를 밝히는 한 기회가 될 줄로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내한공연의 레퍼토리는 ‘그대 성실하다면’(모차르트 오페라 ‘돈조바니’ 중에서), ‘잔인한 운명’(로시니 오페라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중에서), ‘하바네라’(비제 오페라 ‘카르멘’ 중에서) 등 고전 명곡 중에서 엄선했으며 국내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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