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일 휴가도 없이 새벽 3시에 출근했는데"

김예리 기자 2022. 5. 14. 11:4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된 MBC의 작가 노동자성 불복 재판
MBC 뉴스투데이 작가 '부당해고 판정' 불복소송 변론 종결…7월7일 선고
"해고는 고통의 시작…사측의 거짓말, 공방 끝나 일터로 돌아가길"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주 6일을 연휴나 휴가도 없이 새벽 3시에 출근하면서 온전히 30대 시절을 보냈습니다. (…) 사측의 거짓 주장이 반복될수록 저와 김 작가는 이런 괴롭힘을 매번 견뎌야 하고, 언제쯤 법적 공방이 끝날지 알 수 없어 너무나 두렵습니다.” (이아무개 작가)

MBC가 해고한 보도국 방송작가들을 복직시키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제기한 행정소송 마지막 심리가 12일 해고 당사자 작가의 호소와 함께 마무리됐다. 두 작가가 2020년 6월 해고된 지 2년 만이자, 중노위가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며 부당해고 구제 판단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서울행정법원 12부(재판장 정용석)는 12일 MBC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방송작가 부당해고 판정 불복 행정소송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아무개 작가는 이날 당사자 최후 진술을 청하고 발언했다. 이 작가는 “10년 가까이 일하던 직장에서 해고된 고통은 시작에 불과했다”며 운을 뗐다. 그는 “평범한 시민으로 성실하게 살아온 만큼, 왜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지금도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지난해 3월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앞 기자회견에 참가한 전 MBC 보도국 작가 김아무개씨. 사진=손가영 기자

이 작가는 “주 6일을 연휴나 휴가도 없이 새벽 3시에 출근하면서 온전히 30대 시절을 보냈다”며 “저녁 약속은 물론 가족과의 여행도 함께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MBC 측이 재판에서 두 작가가 '프리랜서 지위에서 오는 이점을 누려왔다'고 주장해온 데 대한 반박이다. “(데스크였던) 증인 MBC 박찬정 차장의 진술처럼 아침 뉴스팀은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출근하는 기자들도 기피하는 곳이다. 생방송 뉴스는 업무 강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도 해고될지 모른다는 걱정과 책임감 때문에 장례식장이 아닌 방송국을 먼저 가야 했던 김아무개 작가는 그렇게 성실하게 일을 하고도 모든 걸 차장에게 의존하는 무능력한 작가라는 사측의 주장에 충격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두 작가가 일할 당시 MBC 데스크는 지난달 재판에서 MBC 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면서 직접 아이템 선정과 원고 작성과 관련해 상세히 지시한 이유로 '김 작가가 작가로서 제대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관련 기사 : 방송작가 부당해고 재판 전문성 부족 비난 논리 제시한 MBC ]

이 작가는 이어 “중형차가 반파되는 사고 때문에 폐차를 하고 피 흘리며 회사부터 가야했던 저는 '경미한 사고였을 뿐'이라는 사측의 서면을 본 뒤 '무엇을 위해 일해온 걸까'하는 자괴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MBC 사옥. ⓒ연합뉴스

그는 “사측의 거짓 주장이 반복될수록 저와 김 작가는 이런 괴롭힘을 매번 견뎌야 한다. 언제쯤 법적 공방이 끝날지 알 수 없어 너무나 두렵다”며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아무나 될 수 없는 작가의 삶을 산다는 이유로 버텨온 시간이 이 순간만큼은 야속하기도 하지만, 모든 열정을 쏟았던 저희의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다.

이 작가는 “평범하게 살아온 두 작가가 왜 이 법정에 설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주시고, 부디 객관적 증거를 근거로 현명한 판단 내려주시길 감히 부탁 드린다”며 발언을 끝맺었다.

사측 대리인은 이 작가 발언이 끝나자 곧바로 반박에 나서 '프리랜서의 지위를 누렸다는 주장은 작가들이 (근로소득세를 안 내는) 세금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고, 작가들은 자신이 원해서 책임감을 갖고 일한 것이지 MBC가 강요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따로 변론을 진행하지 않고 준비서면으로 갈음하기로 해 변론은 이날 종결됐다. 선고는 오는 7월7일 낮 2시 서울행정법원 지하 2층 B205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이 작가와 김 작가는 2011년부터 MBC 아침뉴스 '뉴스투데이'에서 방송작가로 9년 간 일했다. MBC는 2020년 6월 '개편을 위한 인적 쇄신'을 이유로 이들을 해고했다. 두 작가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중노위는 지난해 3월 이들 작가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정을 내놨다.

이는 방송작가를 노동자로 인정한 중노위의 첫 판정으로, 이후 현재까지 TBS, KBS전주총국, MBC(뉴스외전) 등에서 방송작가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노동위원회 판정이 연이어 나왔다. MBC는 중노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년 2개월 간 재판이 이어져왔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