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건설, 빠르게 갈 수 있을까

김규원 기자 2022. 5. 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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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졸속 추진, 윤석열 정부는 "최대한 빨리".. 예산 낭비 사업 우려 커져
국토교통부 제공

“오늘 국무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사업) 추진 계획을 의결(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 조기 개항을 위해 다음 정부가 최선을 다해줄 것으로 기대한다.”(2022년 4월26일 문재인 대통령 발언)

문재인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계획’을 의결했다. 이 추진계획은 2021년 2월 국회를 통과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에 따라 착수한 국토교통부의 ‘가덕도 신공항 사업 사전 타당성 검토 연구’(사타 검토) 결과를 말하는 것이었다. 사타 검토는 한국항공대 컨소시엄이 맡았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에서 공개한 ‘사타 검토 보고서’를 보면,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사업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이다. 사업비의 경우, 애초 부산광역시는 7조5천억원이라고 제시했으나, 사타 검토에선 13조7584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부산시 계획은 가덕도 남쪽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바다를 매립해 활주로를 설치하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사타 검토에선 가덕도 남동쪽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만드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신공항 이용 항공기와 가덕도 북쪽 부산신항 이용 화물선의 간섭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바다 매립량은 1.5배로, 공사비는 2배로 늘어난다.

최대 20조6714억원… 사업비는 눈덩이

활주로 수도 바뀌었다. 부산시는 가덕도 신공항의 활주로를 국제선 1개로 계획했으나, 국토부는 국내 제2 규모의 공항으로 운영하려면 결국 국내선 활주로를 1개 추가해야 할 것으로 봤다. 이 경우 6조9130억원이 더 들어 총사업비는 20조6714억원으로 늘어난다.

이것은 2023년까지 활주로를 4개째 건설하는 인천공항의 총사업비 17조5천억원보다 많다.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과 2025년 착공하는 가덕도 신공항의 사업비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20조원은 매우 큰 사업비다.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토목사업으로 꼽히는 새만금이나 세종시, 4대강 등의 사업비는 각각 22조원가량이었다.

여객 수요는 애초 부산시가 2056년 기준 5646만 명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사타 검토에선 2055년 기준으로 국제선 2120만 명, 국내선 856만 명 등 2976만 명으로 추산됐다. 부산시 추산의 52.7%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김해공항의 1년 여객 수는 1640만~1709만 명이었다.

경제적 타당성을 말하는 비용 대비 편익(B/C)은 활주로 1개일 때 0.58, 활주로가 2개일 때는 0.46~0.51로 나타났다. 통상 비용 대비 편익이 1 이상 돼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2025년까지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기본·실시 계획 수립, 환경영향평가 등을 마치고 2025년부터 2035년까지 9년8개월 동안 공사할 예정이다. 바다 매립량이 가덕도의 4분의 1 수준이던 인천공항의 공사 기간은 8년6개월이었다. 애초 부산시는 2029년 12월 개항해 2030년 부산 엑스포 때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30년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고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항공 접근성이 중요하다. 활주로에 육지를 포함해 바다 매립량을 줄이고 최신 공법으로 공사량을 줄여서 공사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반드시 2029년까지 완공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타당성 낮고 환경 파괴” vs “메가시티 인프라”

많은 전문가가 여전히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의문을 표시한다. 가장 큰 의문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부산에선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그래서 가덕도 신공항이 균형발전이나 메가시티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고 생태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긍정적 여론이 훨씬 강하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부산·울산·경남에 메가시티를 발전시키기 위해 그에 걸맞은 인프라를 공급하려는 것이다. 남부에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지역을 만들려는 것이다. 수도권의 관료와 언론이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김해 신공항 사업을 뒤집고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성급하게 추진한 일에 비판적이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영남권 전체의 타협을 통해 김해 신공항 사업을 결정했다. 이를 뒤집은 것은 큰 잘못이고, 추진 과정에서 특별법을 만들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류종성 안양대 교수도 “논의 기간이 충분하면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고 대안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논의 과정이 없었고 비상식적인 결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윤석열 정부에서 계속 추진될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인 2022년 1월15일 부산을 찾아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예타를 화끈하게 면제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5월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최대한 빨리 지을 필요가 있다. 기본계획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압축하고 보상과 시공 과정에 첨단 공법으로 (공사 기간을) 몇 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재검토냐 화끈한 추진이냐

윤석열 정부에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이헌석 정의당 녹색정의위원장은 “윤 정부에서 그대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원점에서 정상적인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한다. 현재 박형준 부산시장이 김해공항 확장 예정 부지를 개발하려 한다. 윤 정부가 그것을 중단시키고 가덕도 신공항을 재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는 “결국 가덕도 신공항을 만들어서 막대한 예산을 날릴 것이다. 그런 실패가 쌓여야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 지방정부의 잘못된 판단은 중앙정부가 바로잡을 기회가 있지만, 중앙정부의 잘못은 바로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일 국토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은 “경제적 타당성은 조금 부족하지만 특별법을 만들었으니 추진해야 한다. 특히 부산경남권은 인구가 수도권 다음으로 많고 세계적인 항만과 물류 기지가 있다. 규모 있는 공항이 생기면 시너지를 낼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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