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절은 가고.." 투자가뭄 맞은 스타트업계[최연진의 IT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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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디밸류에이션(devaluation), 즉 'D의 공포'다.
벤처투자업체(VC)들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성장성을 감안해 기업가치를 결정하고 여기에 맞춰 금액을 투자한 뒤 적절한 지분을 가져간다.
국내 VC들도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중요하게 보는 것들이 달라졌다.
또 VC들은 투자 단계에서 시리즈 B나 C보다 A단계의 스타트업들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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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것이 기업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디밸류에이션(devaluation), 즉 'D의 공포'다. 벤처투자업체(VC)들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성장성을 감안해 기업가치를 결정하고 여기에 맞춰 금액을 투자한 뒤 적절한 지분을 가져간다. 그런데 VC가 기대보다 가치를 낮게 평가하면 투자금이 줄고, 적은 돈으로 지분을 많이 가져가려 든다. 심지어 아예 투자를 철회하기도 한다.
뜨거웠던 스타트업 투자가 얼마 전부터 냉정하게 바뀐 것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될 때 주가가 올랐던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애플 등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 속에 주가가 급락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7월 대비 40% 이상 주가가 하락했고, 애플도 올들어 17% 이상 주가가 빠졌다. 주당 700달러에 육박했던 넷플릭스 주가는 20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고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도 장중 한때 69달러를 찍었던 주가가 1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IT주식의 하락과 함께 미국이 한꺼번에 0.5%포인트 금리를 올린 것도 스타트업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 금리가 오르자 VC들이 투자금 조성을 위한 투자자 모으기가 힘들어졌다. 일부 미국 스타트업들은 돈줄이 마르며 인력 감축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국내 VC들도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중요하게 보는 것들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규모를 우선하는 스케일업 투자를 했다. 즉 투자 대상인 스타트업이 적자여도 매출이나 시장 크기 등 볼륨을 중요하게 따졌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더 이상 볼륨보다 수익 관련 실적과 시장 전망 등 지표를 따지는 투자로 방향이 달라졌다. 그렇다 보니 당장 실적을 내기 힘든 기반 기술을 연구하는 딥 테크나 투자금이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 회수 기간이 긴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들은 예전보다 투자를 받기 어려운 분위기다.
또 VC들은 투자 단계에서 시리즈 B나 C보다 A단계의 스타트업들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시리즈 A 투자는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받고, 시리즈 B와 C 투자는 국내외에 걸쳐 사업을 본격 확대할 때 받는다.
VC들이 시리즈 A를 선호하는 이유는 사업 초기단계여서 큰 금액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반면 시리즈 B나 C는 시리즈 A보다 많이 투자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뿐만 아니라 VC들은 시리즈 B나 C 투자를 하면 해당 스타트업이 2, 3년 내 상장이나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요즘처럼 증시가 좋지 않아 SK쉴더스, 원스토어처럼 기대를 받던 기업마저 상장을 철회하는 분위기라면 더더욱 시리즈 B와 C 투자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대단한 기술이 아니어도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서비스 분야의 기업들만 투자를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일부 VC들은 여행이나 레저 등 코로나19 방역이 느슨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지는 스타트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시기가 관건이다. 그래서 스타트업들 사이에 돈이 마르는 투자 기근이 오기 전에 서둘러 투자를 받으라는 말이 돈다. 다만 한국은 미국과 달리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정부에서 스타트업 지원 예산을 마련해 VC들을 거쳐 집행하는 특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관련 투자가 3분기 이후 본격화되는 것을 감안하면 투자 기근이 미국보다 늦게 올 수 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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