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뒤집은 30대 여성 특파원, 윤석열의 입이 되다 [김인엽의 대통령실 사람들]

김인엽 2022. 5. 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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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특파원, 이라크전 종군기자 맹활약
尹도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 높이 평가
대통령실 7.8%, 4명의 여성 참모 중 1명
칼럼 쓰고 사흘 뒤 정치권 직행 논란도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12일 용산 대통령실 오픈라운지에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워싱턴 특파원 물을 완전 배려놓은 사람이죠. 젊은 여기자가 와서 여기저기 쑤셔대더니 특종도 하고 분위기를 완전 바꿔버렸으니까"

과거 언론계에서는 워싱턴 특파원이 특히 취재가 어려운 자리로 꼽혔습니다. 각 언론사에서 공로를 인정받은 '에이스'들이 파견되지만, 한국 대사관 직원들도 미국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기 쉽지 않은 마당에 한국에서 온 기자의 취재 영역은 어느 정도 제한됐기 때문입니다. 언어 장벽이 있는 데다가 적응할 때쯤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니 취재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강인선 대변인은 이같은 미국 특파원 사회에 변화를 준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2001년 30대 후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워싱턴 특파원에 부임해 5년 간 미국 정관계를 취재하면서 굵직한 특종들을 써내려갔습니다.

이라크 전쟁 종군기자로 참여한 후 그 일화를 담은 책 '사막의 전쟁터에도 장미꽃은 핀다'를 2003년에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최은희 여기자상, 최병우기자 기념 국제보도상, 돈 오버도퍼 기자상 등을 수상하며 그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고요.

"물을 배려놨다"는 한 특파원 출신 언론인의 푸념은 그만큼 강 대변인의 존재가 미국 특파원 사회를 경쟁적인 분위기로 바꿔놨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강인선 대변인이 이라크전쟁 종군기자 경험을 담아 2003년 발간한 책 '사막의 전쟁터에도 장미꽃은 핀다'

 워싱턴 특파원은 대개 기자들이 부장 직함을 달기 전 거치는 자리기도 합니다. 보통 40~50대가 주축입니다. 과거 언론사에 여성 고위직이 전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30대 여성 특파원은 전례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강 대변인은 2001년 '홍일점 워싱턴특파원 강인선 기자의 24시'라는 칼럼을 통해 여성 특파원으로서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첫 한달 동안은 '현존하는(?) 유일한 한국의 여자 워싱턴 특파원'이라는 이유로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졌다. 어딜 가든 과도한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 똑같은 질문에 수없이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미국 국무부의 한국담당 관리조차도, 지난 십수년간 한국특파원들을 상대해 봤지만 '여자 특파원'은 처음 본다며 놀라워 했다. 
   …
 워싱턴 한국특파원들의 가족동반 저녁식사에서는, 식당 종업원에게 "이 김치 참 맛있네요"라고 했더니, 그는 "좀 싸드릴게요. 그런데 남편은 어느 신문 특파원이시죠?"라고 물었다. 


 강 대변인은 2006년 워싱턴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낸 책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를 통해서는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후배 여성들을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과 콘돌리자 라이스라는 두 명의 국무장관의 일화를 소개하며 "강한 여자라는 것은 거칠고 사납다거나 하는 의미가 아니라 '자기다움'을 유지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강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도 여성으로서의 어려움을 헤쳐나가야할 듯 싶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윤석열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인사 51명 중 여성은 강 대변인을 포함한 4명 뿐입니다. 

강인선 대변인(당시 조선일보 워싱턴 지국장)이 2018년 12월 서울 정동 주한미국대사 관저에서 열린 제3회 돈 오버도퍼 기자상' 시상식을 마친 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젊은 여성 기자라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강 대변인이 성공적으로 워싱턴 특파원직을 수행한 비결은 무엇일까요. 답은 그의 이력에 있습니다.

1964년생인 강 대변인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얻었습니다. 1990년 월간조선에 입사헀고 1999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대학원에서 석사를 땄습니다. 외교를 전공하고 미국에서 유학하며 국제 감각을 기른 겁니다.

강 대변인은 특파원 이후에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외교 분야 전문성을 키웠습니다. 2005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2006년 정치부 기자, 2011년 국제부 부장을 거쳐 2016년 워싱턴지국장을 맡아 미국으로 복귀했습니다. 2020년에는 조선일보 편집국 외교안보국제담당 에디터, 2021년에는 디지털콘텐츠기획 및 외교담당 에디터를 역임했습니다.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외신 대변인으로 임명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같은 강 대변인의 국제적 안목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강 대변인의 선임 소식을 발표히며 “국내외에서 두루 쌓은 실전 경험을 통해 확보한 폭넓은 시야와 국제적 감각,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 등 다양한 강점을 지닌 인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외에 나거서도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야하는 자리인 만큼 해외 주요 인사 및 외신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발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가운데)이 12일 용산 대통령실 오픈라운지에서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외교분야에 뛰어난 전문성을 갖고 있는 만큼 강 대변인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전략에 깊이 관여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경선 캠프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에서 한솥밥을 먹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박진 외교부장관, 김일범 의전비서관과 함께 강 대변인이 대통령실에서 한미 협의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대표적인 국제정치학자인 김 실장, 한미 정치권의 생리를 잘 아는 박 장관, 외교부 출신이자 기업을 경험한 김 비서관과 더불어 워싱턴 특파원 출신의 강 대변인이 한미 대화의 주축이 떠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현직 언론인의 '대변인실 직행'에 대한 논란은 강 대변인이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강 대변인은 당선인 외신 대변인에 임명되기 3일 전까지 기명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조선일보 내부에서도 우려한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조선일보 한 기자는 노보를 통해 익명으로 "정치 권력을 매섭게 감시해야 할 언론인이 현직 신분에서 정치권으로 사실상 직행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헀습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퇴직 후 6개월만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변인을 맡았습니다.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은 명예퇴직 8일만에 문재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으로 임명됐습니다. 

['대통령실 사람들'은 용산 시대를 열어가는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대통령실과 관련해 더욱 다양한 기사를 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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