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터 전성현이 가장 필요한 팀은 KGC다

김종수 2022. 5.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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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란 말이 있다, 곁에 있을 때보다 떠난 후에 중요성을 더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각 포지션별로 조직적인 전술을 펼치는 농구라는 스포츠에서 중요하지않은 자리는 없다. 특히 밸런스가 좋다고 평가받는 팀들은 각자의 역할에 맞춰 퍼즐이 잘 짜여져있다. 상황에 따라 중요도의 순번이 나뉠 수도 있지만, 막상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여겼던 부분이 사라질 경우 다른 곳까지 균형을 잃고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문 슈터나 궂은일 중심의 살림꾼 등이 대표적이다.


올시즌 FA 최대어중 한명인 안양 KGC인삼공사 주전 슈팅가드 전성현(30‧189cm)은 최근 몇 년간 가치가 폭등한 선수 중 한명이다. 과거와 달리 이것저것 고르게 할 줄 아는 듀얼가드가 득세하는 가운데 슈팅력이라는 자신만의 무기를 최상급으로 갈고 닦아 전문 슈터로서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현재 2번으로서의 그의 명성은 리그 핫가이 허웅 부럽지않다.


갈수록 선수들의 사이즈나 스킬이 좋아지면서 어느 한쪽에 특화된 선수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 포지션 파괴, 토탈 농구 등이 득세하는 추세인지라 상황에 맞춰 여러 포지션이나 룰을 소화할 줄 알아야 출전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성현은 희소성있는 케이스에 속한다. 이것저것 두루 잘하지는 못하지만 자신만의 확실한 무기를 앞세워 한동안 사라졌던 ‘슛쟁이’라는 단어까지 소환해 내고있기 때문이다.


현재 트랜드에서 전문 슈터가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의 흐름은 센터 등 빅맨들도 3점슛을 쏠 만큼 외곽슛이 보편화되어 있는 상태다. 구태여 전문 슈터가 의미없을 만큼 여기저기 위치에서 외곽슛이 시도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성현에 대한 평가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그러한 3점슛 시대에서마저 독보적으로 느껴질만큼 군계일학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슈터라는 단어가 흐릿해져가는 가운데 문경은, 조성원 등 한시대를 풍미한 전설들까지 소환하고 있다.


전성현은 지난시즌 51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61개(성공률 39.47%)의 3점슛을 적중시키며 주목을 받았으며 올시즌은 한층 더 발전된 기량을 과시했다. 54경기에서 평균 3.28개(성공률 39.33%)를 적중시켰으며 평균 득점,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 다른 기록에서도 성장을 가져갔다. 평균 3개 이상 3점슛 성공은 2008~2009시즌 이후 무려 13년만이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정규리그 베스트5에 뽑히기도 했다.


주전들의 줄부상, 체력문제 등으로 아쉽게 우승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활약은 꾸준히 이어졌다. 6강, 4강전 7경기에서 평균 3.4개의 3점슛을 터트린 것을 비롯 챔피언결정전에 들어서자 무려 경기당 4.4개의 3점슛을 터트리며 큰 경기에 강한 슈터임을 입증했다. 평균 득점 역시 정규시즌보다 훌쩍 올라갔다. 상대팀으로부터 집중견제를 받고있고 팀동료 문성곤의 슈팅력이 좋지않아 공격시 우산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가운데 오히려 성적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무엇보다 기복이 적다는 점에서 FA시장에서의 가치가 훌쩍 올라갈 전망이다.

 

 


전성현은 오프 더 볼 무브를 기반으로 한 스팟업 슈터다. 3점슛 외에 다른 옵션이 탁월한 것도 아니고 빼어난 개인기를 갖추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비수 입장에서 매우 힘든 상대다. 무엇보다 슈팅 릴리즈가 매우 빠르다. 공을 잡은 후 볼을 밑으로 내리지 않고, 곧바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탄탄한 밸런스를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정확하게 슛을 꽂아넣는다. 성공률 높은 슈팅력을 가진 선수가 빠르게 슛을 쏴대는 것만으로도 상대 입장에서는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김승기 감독의 지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예전에는 ‘너무 캐치 앤 슛에만 의존한다’는 혹평도 있었지만 김감독은 외려 이중 삼중 스크린 등 다양한 공격패턴을 만들어주며 전성현의 장점을 더욱 살려주었다. 기회를 많이받자 자신감은 더욱 올라갔고 여러 가지 속임 동작으로 수비수를 떨쳐내거나 타이밍을 뺏는 플레이까지 원숙해져갔다.


승부처에서 수비수를 달고도 클러치슛을 적중시키는가하면 외곽슛만 집중하고있던 상대의 움직임을 역이용해 치고들어가 미들슛을 쏘거나 돌파를 성공시키기도 한다. 전성현을 활용한 팀의 전술은 점점 늘어갔다. 김감독은 단순히 전성현의 슈팅찬스만을 봐주는 것이 아닌 그에게 수비의 시선이 몰리게 한 후 다른 선수들이 득점을 올리는 방식으로 허를 찌르기도 했다. ‘전성현이 곧 전략이다’는 말이 나오고있는 이유다.


KGC는 다음 시즌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현재의 시스템을 만들어낸 김승기 감독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성현을 비롯한 6명이 FA신분이다. 사령탑이야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슈터 전성현을 놓친다면 팀 성적은 단숨에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KGC는 양희종, 문성곤 등을 중심으로한 압박수비에 더해 오랫동안 손발을 맞춘 주전들의 노련하고 영리한 세트오펜스가 강점인 팀이다. 이러한 부분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제대로 빛이 났다. 수비로 상대를 압박 또 압박하고, 공격시에는 템포를 조절해가며 흐름을 자신들이 가져갔다. 비록 부상자 속출 및 체력적 문제로 인해 속공농구를 앞세웠던 SK에게 분패하고 말았지만 비슷한 조건이었다면 충분히 결과를 바꿀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양희종, 문성곤 등은 슈팅력에서 아쉬움이 있으나 그러한 부분이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을 만큼 공격조립의 부품 역할을 잘 가져간다. 공격 1옵션 스펠맨이 부상으로 한참을 빠진 가운데서도 포인트 센터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먼로의 역할이 빛날 수 있었던데에는 팀원들이 유기적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잘 움직여줬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빠질 수 없는 것은 슛만으로도 상대팀을 압박 가능한 전성현의 역할이었다. 확실한 슈터 역할에 더해 상대 수비를 몰고다니며 이른바 미끼 역할도 잘해서 여러 가지 전략이 가능했고 동료들의 찬스도 많이 났다. 하지만 전성현이 빠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양희종, 문성곤은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이며 오세근 또한 전성기처럼 개인기량으로 매치업 상대를 압살할 만큼은 아니다.


전성현의 꾸준히 슛을 성공시키며 수비를 몰고다닐 때 공간이 생기고 거기에서 변준형의 돌파와 오세근의 여러 가지 움직임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전성현이 빠진다면 연결고리가 끊어진상태에서 상대의 수비 방향이 정해지고 그로인해 위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가 가장 필요한 팀이 KGC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글 / 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 / 유용우 기자,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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