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 허용하면 수술 늘어난다"..사실일까? [데이:트]
오늘은 그 중에서 '임신중절을 허용하면 무분별한 임신중절이 늘어나 인간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짚어봅니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요?
비영리 연구기관 구트마허연구소(Guttmacher Institute)와 세계인구리뷰(world population review)에 따르면 대체로 틀린 주장이었어요. 2015~2019년 전 세계에서 추정 임신중단율이 높은 국가들 중엔 오히려 임신중단을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한 국가가 많았어요. 위 지도에서 보면 색이 짙을수록 임신을 중단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2020년 기준 임신중절권을 제한한 국가들에서 의도하지 않은 임신을 한 여성은 1000명 당 73명, 임신중단율은 1000명 당 36명이에요. 임신중절권을 인정하는 국가에선 의도하지 않은 임신 비율 1000명 당 58건, 임신중단율은 1000명 당 40건이었어요. 공식적으론 허용 국가에서 임신중단율이 소폭 높았는데, 임신중절이 불법인 국가에선 암암리에 이뤄지는 시술이 많아 과소 추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소 설명입니다.
임신중절이 피임 접근성·여성의 권리와 관련있다는 게 구트마허 연구소 측의 분석입니다. 임신중단을 엄격히 제한하는 국가일수록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나 생식권에 대한 논의 수준이 낮고, 이는 피임에 대한 인식과 접근성의 저하로 연결된다는 것이죠. 이런 환경에선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될 확률이 높고, 결국 '불법적이고 위험한' 임신중절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단 거예요. 임신중절권에 더불어 여성의 생식권과 자기결정권에 대한 포괄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진행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중절 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 하루 136명(2017년 기준)의 여성이 수술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임신중절 감소의 원인으로는 △피임실천율 증가 △응급(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만 15~44세 여성의 지속적 감소 등이 꼽혔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WHO에 따르면 산모가 원할 경우 임신 후 일정기간까지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나라는 56개국입니다. 임신중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들 중 전문 공공시설을 갖춘 나라는 스웨덴과 네덜란드 등을 포함한 14개국뿐입니다. 인공유산유도제인 미소프로스톨·미페프리스톤 성분 약은 전 세계 57개국이 허용하고있지만 우리나라는 예외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성적 권리와 재생산권(임신·임신중지 등)에 대한 논의는 멈춰 있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임신중단 방법과 보험적용 범위, 인공유산유도제 수입 허용 여부 등을 담은 대체 입법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헌재는 보완 입법 시한을 2020년 12월 31일로 뒀지만 임신 14주까지 허용, 15~24주 조건부 허용 등을 담은 정부 개정안은 지금 이 시간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이 모든 과정에서 여성의 안전과 존엄, 건강을 보장받을 권리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게 현실이죠. 국가가 이를 방치하는 사이 합법과 불법 사이 그 어딘가에서 위험한 시술과 약에 의지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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