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리뷰]'사자놀이 탈을 쓴 슬라임'..넥슨 게임, 전통예술과 만나다
넥슨재단, 게임 IP 활용한 창작 전통예술 공연 마련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인간은 우리를 경험치로밖에 안 봐!"
메이플스토리 몬스터 슬라임의 외침에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대에 오른 팀은 '제1회 보더리스 공모전: PLAY 판'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통예술 단체 '현대연희 프로토타입21'(현대연희). 언뜻 이질적으로 보이는 게임과 전통예술이 한 무대에서 만났다.
넥슨재단은 게임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조명하고 실험적인 예술 창작을 지원하기 위해 '제1회 보더리스 공연: PLAY 판'을 개최했다.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3팀의 공연은 넥슨 게임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했다.
공연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PC 게임 '바람의나라'를 제외하면 '메이플스토리'와 '카트라이더'에서 전통적인 요소를 떠올리기 쉽지 않았다.
기대 반 호기심 반의 마음을 안고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12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다. 이날은 전날 열린 본 공연을 포함해 보더리스 공모전에서 결선에 오른 3팀의 주요 공연 내용만 담은 '갈라공연'으로 펼쳐졌다.
◇사자놀이 탈을 쓴 슬라임…'생각보다 너무 잘 어울리는데요?'
300석 규모의 관람석은 친구·연인·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공연에 활용된 '메이플스토리'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가 20년 안팎의 세월 동안 사랑받고 있는 게임인 만큼 관객들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첫 무대를 장식한 공연은 현대연희 팀의 '[필수] 극락왕생'. 현대연희 팀은 "게임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죽기 위해 태어난다"며 "게임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가치를 담아보고자 공연을 준비했다"고 작품 의도를 전했다.
공연은 메이플스토리의 몬스터 '슬라임'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한 씻김굿을 주제로 진행됐다. 익숙한 메이플스토리 배경음악이 가야금, 장구, 태평소 등 국악기로 깔렸다. 전통 의복을 입은 주인공들이 슬라임을 찾으러 가는 과정은 게임과 전통예술의 만남이 이질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무색하게 꽤 잘 어울렸다.
백미는 사자놀이로 표현한 슬라임이었다. 메이플스토리의 몬스터 슬라임은 통통 튀는 움직임으로 이용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캐릭터다. 사자놀이 특유의 경쾌한 발걸음이 슬라임의 움직임과 묘하게 닮았다는 느낌을 받아 흥미로웠다.
◇마당놀이·국악 연주로 재탄생한 바람의나라·카트라이더
이날은 앞서 열린 공모전에서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결선에 오른 '플레이 오케스트라', '보쏘'(BOSS5) 팀의 공연도 열렸다. 두 팀은 각각 바람의나라와 카트라이더 IP를 활용한 무대를 펼쳤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건 바람의나라 '바보 온달 퀘스트'를 마당놀이로 풀어낸 '플레이 오케스트라' 팀의 공연이었다. 3명의 소리꾼들이 등장한 공연은 원작 퀘스트의 서사 구조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쇼미더금전'이라는 힙합 요소를 녹여내 신선한 느낌을 줬다.
그러면서도 게임 캐릭터의 동작, 효과음, 스킬 등 게임 IP를 적절히 활용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관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고 박수와 호응도 이어졌다.
카트라이더 캐릭터를 활용해 전래동화 '해님 달님'을 선보인 보쏘 팀은 실감 나는 구연동화와 화려한 연주를 보여줬다. 이야기는 원작 '해님 달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용감한 '다오', 소심한 '에띠', 난폭한 '로두마니' 등 캐릭터 고유의 성격이 잘 드러났다.
또한 Δ거문고 Δ장구 Δ태평소 등 전통 악기와 Δ전자 키보드 Δ전자 바이올린 등 현대 악기의 조화는 극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카트라이더 캐릭터들이 2D 그래픽으로 등장하는 스크린도 몰입도를 높였다.
◇"게임 활용한 공연 너무 신선한데요?"…게임 IP의 재발견
작품 당 50분짜리 공연을 각각 30분으로 축약한 갈라공연이라 아쉬움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게임 IP가 이렇게 활용될 수도 있구나'라는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현대와 전통의 조화가 예상보다 어울려 흥미롭기도 했다.
최근 웹툰을 중심으로 IP 확보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게임이 또 하나의 'IP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라이엇게임즈가 자사의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IP를 활용한 '아케인'으로 성공한 만큼 국내 게임 IP의 새로운 시도들도 기대해 볼 만했다.
게임과 전통예술의 만남에서 찾을 수 있었던 신선함은 이날 공연을 찾은 관객들도 똑같이 느낀 듯했다.
넥슨 게임을 접한 지 20년이 됐다는 김지현씨(30대, 여)는 "평소에 즐겨 하던 게임의 배경음악이라 친숙했고 생각보다 게임과 전통예술이 잘 어울리더라"며 "특히 전통악기와 현대 악기가 만난 카트라이더 공연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메이플스토리를 즐겨 한다는 이은재씨(26, 여)는 "원래 게임과 국악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게임과 전통예술이 만난 공연이 정말 신선하고 재밌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공연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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