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19 위기서도 핵실험 준비.. 尹정부 손길 '역효과' 낼 수도
'핵 선제타격' 운운하다 도움 받자니 자존심 상할 듯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위기' 속에서도 핵실험 준비를 이어가며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북한의 핵·미사일 진전을 가로막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으나, 오히려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13일 "지난달 27일부터 나타난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케이블 설비 가 이제 3번 갱도 입구까지 확장됐다"며 "새 장비도 입구 쪽에 설치됐다"고 보도했다. 3번 갱도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예상되는 장소에서 이곳에 케이블이 설치됐다는 건 실험이 임박했단 징후로 읽을 수 있다.
38노스에 따르면 풍계리 핵실험장에선 지원 시설 지붕 공사가 마무리됐고, 갱도와 지휘소 주변의 차량 활동도 포착된다. 핵실험이 임박하면 북한은 상부 보고와 승인을 받고 지휘 통제 인력 도착, 현장 인력 대피와 비상 대기, 케이블 전원 연결, 방사능 누출을 우려한 주변 시설 매립, 현장 파악과 통제 등이 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최소 1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 단계 직전까지 온 것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위성을 포함한 정찰자산으로 북한의 움직임을 실시간 관찰하고 있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진행돼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처음 인정했고, 이에 따라 모든 역량을 방역정책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알린 날 오후 '초대형방사포'(KN-25)로 추정되는 단거리탄도미사일 3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최악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국방력 강화를 위한 무기개발이 다른 어떤 정책보다 우선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력 증강을 '제1호 사업'으로 여겨 주변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미 짜놓은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더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눈이 유럽에 향한 현 시점은 북한 입장에서 제재를 피하면서 각종 군사 시험을 할 수 있는 최상의 시기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북한에 지원할 수 있다는 구상를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통일부 라인으로 (실무접촉 제안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북한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제안이 북한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까지 서로 '선제타격'을 언급하며 각을 세운데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이라고 규탄한 상황에서 갑작스런 화해 무드로의 전환은 북한 입장에서도 면이 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북한은 자신들을 '핵강국'으로 생각하는데 감히 남한이 선심을 베풀겠다고 나선 데 대해 자존심이 상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답변은 추가 무력시위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소식통은 "북한의 공식 요청도 없었는데 우리 정부가 마치 곧 협상할 것처럼 발표한 건 앞서나간 측면이 있다"며 "비교적 북한과 친했던 문재인 정부도 코로나19 지원을 하지 못했는데 북한이 싫어하는 윤석열 정부가 관련 성과를 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의 무력시위엔 강경한 입장을 보이되, 인도적 지원은 결을 달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보기에 우리 정부가 정말 도울 의사가 분명하고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하면 손을 맞잡을 수 있다"며 "지금은 코로나19 위기 초기 단계에 있으나 추후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태도를 달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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