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마법 소스' 연두 개발자의 못 말리는 요리 사랑

연희진 기자 2022. 5. 1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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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순 샘표 마케팅본부 본부장, 여성 리더로서도 묵묵히 활약
서동순 샘표 마케팅본부 본부장은 샘표의 히트 상품 '연두'의 개발자이자 샘표 최초 여성 임원이다./사진제공=샘표
"연두해요~"라는 로고송으로 잘 알려진 연두는 요리 초보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 연두를 개발한 장본인인 서동순 샘표 마케팅본부 본부장은 요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식품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식품영양학과 출신인 서 본부장은 연구와 마케팅 두 방면에서 전문성을 무기로 연두 개발에 뛰어들었다. 연두는 전통 조선간장에서 시작한 제품이다. 조선간장은 콩을 삶아 메주를 띄운 다음 소금물을 부어 만든다. 담백하고 향이 구수한 조선간장은 요리에 넣으면 깊은 맛을 낸다.

서 본부장과 샘표 개발팀은 콩 발효 기술에 몰두해 조선간장의 풍미를 끌어올리면서 쿰쿰한 향과 진한 색을 줄이기에 돌입했다. 서 본부장은 "시대가 바뀌고 입맛이 변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맞는 조미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존 장의 색과 향을 줄이고 나트륨 함량을 낮추는 등 콩 발효 기술의 결실로 탄생한 연두는 원재료의 맛을 살려내는 역할을 한다. 해외 셰프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으며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제품 개발이 완료된 후 서 본부장에겐 또 하나의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연두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에 고민이 컸다. 아직도 소비자들에겐 조미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조미료라는 게 음식의 맛을 돋우는 역할을 하는 건데 몸에 안 좋다는 인식이 큽니다. 간장, 고추장, 된장도 넓은 의미에서 조미료인데 말이죠. 처음에 연두는 '콩 발효 천연 조미료'를 염두에 두고 개발됐습니다. 그런데 '샘표'라는 이름과 콩 발효 액상 조미료가 합쳐지니 간장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더라고요."

한참 고민하다가 팀 내부에서는 '요리 에센스'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요리할 때 꼭 쓰이는 핵심 성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샘표란 이미지도 의도적으로 지웠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내놓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요리로 세상을 즐겁게 하자



샘표의 '요리 에센스' 연두./사진제공=샘표
간장의 대명사가 된 샘표는 주로 장류를 개발하고 판매하고 있다. 이는 '우리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하자'는 샘표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서 본부장은 "요리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행위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요리로 세상을 즐겁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유럽에서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요리하는 걸 많이 가르쳐줍니다. 요리하는 동안에는 잡념이 줄고 집중력이 높아집니다. 결과물이 나왔을 때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면 소통하는 시간도 많아집니다. 요리법을 분석하다 보면 단어 습득에 도움이 되죠. 식재료와 친숙해지면 편식도 덜하게 되고 소근육 발달에도 좋습니다."

실제로 요리는 정신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요리 과정에는 뇌를 자극시키는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법을 시행하고, 모양과 간을 맞추는 과정에서 전두엽 기능이 향상된다.



꿋꿋하게 견디는 긍정주의자



샘표 사옥 내부에는 한국의 식문화와 연계된 샘표의 역사가 설명돼 있다./사진제공=샘표
서 본부장은 샘표 최초의 여성 임원이기도 하다. 샘표는 여성 임직원 비율이 높은 편인데도 65년 만에 서 본부장이 첫 여성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워킹맘의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저와 가족들에 대한 편견들이 많았어요. 육아휴직도 없었고 출산휴가도 짧아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육아와 일 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보란 듯이 잘 해내고 싶었어요."

서 본부장은 힘든 시기 한 여성 편집장 인터뷰를 보고 감명받았다고 한다. 인터뷰 기사 속 여성은 그 자리에 오른 배경에 대해 "재밌어서 해왔는데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니 잘하는 사람들이 그만두고 혼자 남았다"고 했다.

그에게는 남일 같지 않았다. 샘표 최초 여성 임원에 오른 소감을 묻자 자신이 특별히 잘난 게 아니라 버티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서 본부장은 "오래 하다 보면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다"며 "마케팅이 재밌다는 것도 마흔이 넘어서 알았다. 세상에 늦은 것은 없다. 항상 긍정의 힘을 믿고 내가 하는 일을 온전히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임해왔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과 마케팅 방면에서 지치지 않고 뛰어온 서 본부장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있다.

"농촌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전국 곳곳에 좋은 농산물이 참 많은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제가 그런 곳에 가서 재능을 꽃피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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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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