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이 알려주는 의료상식] 이른둥이가 겪을 수 있는 질환..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 39세 여성 박씨는 최근 아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고령과 임신성 고혈압으로 인해 정상 재태주수인 37주를 채우지 못하고 27주, 900g의 이른둥이(미숙아)로 낳았다. 폐가 완전히 자라지 않은 아기는 자가 호흡이 불충분해 신생아집중치료실의 인큐베이터 안에서 양압환기의 호흡보조를 받고 있다. 맘카페를 보니 이 정도 재태주수의 미숙아도 건강히 퇴원한다고 하는데, 치료실에 누워 있는 저 작은 아기를 보면 괜스레 눈물만 나온다.
최근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자연스레 고령 출산 비율도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고령 출산의 큰 단점 중 하나는 정상 재태주수를 채우지 못하고 이른둥이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른둥이는 신체 여러 기능에서 정상아에 비해 미숙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기에게 필요한 치료를 제공하는 곳이 신생아집중치료실입니다. 이른둥이가 겪는 질환은 무엇인지, 그리고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치료하는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뇌실 내 출혈
이른둥이의 뇌는 혈관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출생 전 상태, 분만 과정, 출생 후 혈압이나 혈액양의 변화 등 다양한 이유로 출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출혈이 뇌실 내로 새어나오게 되는 것을 뇌실 내 출혈이라고 합니다.
약 90% 정도가 출생 후 72시간 이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국내 KNN(Korean Neonatal Network)에 따르면, 1.5㎏ 미만으로 출생한 신생아의 약 10%에서 중증 뇌실 내 출혈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재태주수가 성숙할수록 발생 비율은 급격히 줄어들며, 거의 대부분의 뇌실 내 출혈은 28주 미만의 미숙아에게서 발생합니다.
이 질환은 뇌 초음파 검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으며, 중증도가 낮은 소량 출혈은 자연 치유됩니다. 하지만 대량 출혈은 뇌수종이 야기할 수도 있으며, 추후 시력, 청력, 학습능력 장애 등 다양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기에 혈압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동맥관 개존증
동맥관열림증이라고도 불리는 이 질환은 대동맥과 폐동맥을 연결하는 혈관인 동맥관이 출생 직후에도 닫히지 않고 열려 있을 때 진단합니다.
정상아는 출생 후 자연스럽게 막히지만, 이른둥이로 태어난 경우에는 여러 원인에 의해 동맥관이 잘 닫히지 않거나 늦게 닫히면서 폐 혈류의 과도한 증가로 인한 호흡부전, 심부전증 등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이른둥이들은 동맥관이 열려 있어도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증상이 있으면 심장 초음파나 흉부 X선 검사를 시행합니다. 동맥관 개존증에 대해 약물 치료를 먼저 시행하며, 반응이 없거나 전신상태의 악화로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없는 경우 동맥관 결찰술을 시행합니다.
괴사성 장염
괴사성 장염은 소장이나 대장의 조직이 괴사되는 질환입니다. 재태주수가 낮을수록 발생률이 높으며, 사망률이 무려 20~30%로 타 질환 대비 위험한 질환입니다.
또한, 특이하게도 식이가 잘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갑작스러운 복부 팽만 및 혈변, 그리고 심할 경우 장 천공이나 복막염, 패혈증, 쇼크 등을 동반합니다.
X선 검사와 복부 초음파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금식과 항생제 치료를 1~3주 정도 진행합니다. 그러나 약물로 호전이 없거나 장 천공이 발생한다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은 아직 없지만, 모유 수유를 하는 것이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관지폐이형성증
재태주수가 낮은 아이는 폐가 미성숙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호흡 보조나 산소 치료를 받게 됩니다. 다만, 4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 기관지폐이형성증이라 진단하며, 재태주수 36주 차 상태를 기준으로 필요한 호흡 보조 및 산소 농도에 따라 중증도를 나눕니다.
1.5㎏ 미만으로 출생한 미숙아들을 모은 KNN 데이터에 따르면 약 30%에서 기관지폐이형성증을 진단받았으며, 재태주수가 어릴수록 발생률이 높아집니다.
이 질환은 미숙한 폐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갑자기 발생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진단됩니다. 따라서 특별한 치료방법이 있지는 않지만 추가적인 폐 손상을 막고 침습적 인공호흡기를 떼기 위해 산소치료를 진행하며, 계속해서 폐 손상이 진행된다면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합니다. 아울러 적절한 영양공급과 감염 예방으로 폐 손상을 줄여야 합니다.
이 질환은 타 질환에 비해 치료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때에 따라 퇴원 후에도 가정에서 산소치료를 통해 적절한 산소포화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미숙아 망막병증
미숙아 망막병증은 망막혈관들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면서 발생하는 망막의 혈관성 변화를 말합니다. 망막의 혈관이 자라난 범위와 진행 속도, 그리고 혈관의 모양 등을 확인해 정도에 따라 중증도를 나눕니다.
1.5㎏ 미만으로 출생한 이른둥이의 약 8%에서 미숙아 망막병증 치료가 필요하며, 재태주수 24, 25주일 경우 약 25%에서 치료가 필요했습니다.
이 질환은 혈관이 자라는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출생 후 4주부터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권장합니다. 검진 중 질환이 발견될 경우 중증도에 따라 망막혈관의 성장을 억제하는 주사 치료나 문제 혈관에 레이저 시술을 진행합니다.
주의할 점은 이른둥이의 망막혈관이 완전히 발달할 때까지 언제든지 이 질환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퇴원하더라도 주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합니다.
백질 연화증
뇌질 주위의 백질 부분은 저산소증 허혈성 뇌손상이 발생했을 때 가장 쉽게 손상하는 부위입니다. 출생 전에는 태아에게 지속적인 저산소증 노출이나 감염이 원인이 되며, 출생 후에는 괴사성 장염, 저혈압, 쇼크가 원인이 됩니다.
백질에 손상이 발생하는 것을 백질연화증이라고 하는데 정도와 중증도에 따라 신경학적 예후가 달라지며, 강직성 하지 마비 등 뇌성마비, 시력, 청력, 인지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혈역학적 변화가 있을 때는 뇌 초음파 검사를 통해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뇌 자기공명(MRI)을 통해 정확한 병변의 여부와 위치를 파악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이른둥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질환만 나열하다보니 이른둥이의 보호자분들이나 고위험 임신으로 출산을 앞두거나 계획하시는 분들이 많은 근심이 있을 거 같은데 큰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위 질환들은 재태주수가 많이 어린 초극소 미숙아들을 대상으로 언급한 것이며,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는 이러한 질환들을 모니터링하고 조기에 발견 치료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아기들이 건강히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퇴원하고 정상아와 다름없이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이른둥이로 출산했다 하더라도 모든 아기들이 신생아집중치료실에 가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른둥이 중에서 재태주수가 35주 이상이고 출생체중이 1.8~2㎏ 이상, 그리고 자발 호흡과 경구 수유 진행이 원활하면서 혈당 조정이 안정적이라면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노산이거나 재태주수를 채우지 못한 출산이라고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병원을 방문해서 전문의의 조언을 받길 바라겠습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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