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韓에서 유니콘 된 英 창업가 "즐거운 교육 경험 제공이 목표"

이은영 기자 2022. 5.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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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로버츠 키즈룹 CEO 인터뷰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의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대한 열망이 강하고 그만큼 안목도 굉장히 높다. 이 나라에서 사업을 성공하면 어느 나라에 가서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국내 ‘1호 외국인 교육사업가’ 데이비드 로버츠 키즈룹(KidsLoop) 최고경영자(CEO)는 “왜 한국이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로버츠 대표가 한국에 첫 발을 디딘 건 2011년. 어떻게 하면 학습 콘텐츠가 아이들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키즈룹은 영유아와 초등생을 가르치는 데 쓰이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제공하는 기업 간 거래(B2B)를 주된 사업 모델로 삼고 있다.

학교·학원 선생님들은 키즈룹 학습 플랫폼으로 학습자료를 디지털화 할 수 있고 각종 수업활동물도 제작할 수 있다. 아이들은 학습정보를 데이터화해 맞춤형 학습을 제공받을 수 있다. 로버츠 대표는 “사업을 거듭할수록 학습정보의 양과 질이 확대되면서 모델은 점점 더 탄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키즈룹은 지난해 1500만달러(약 193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해 기업 가치 1조1000억원의 유니콘 기업이 됐다. 한국을 본사로 두고 있고, 영국을 비롯해 미국과 동남아시아, 서아시아까지 세계 각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본사에서 로버츠 대표를 만났다.

데이비드 로버츠 키즈룹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 /키즈룹 제공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열기를 체감하나.

“그렇다. 한국은 교육시장의 전체 규모만 놓고 봤을 때 더 성장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출생률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2011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땐 한 해 출생아가 60만명 정도 됐는데, 지금은 절반 밑으로 떨어져 있다. 그런데 한 아이당 투자되는 비용은 오히려 더 늘고 있다. 열기가 식기는커녕 더 뜨거워지고 있는 걸 느낀다.”

-국내 매출 비중이 상당히 낮은 편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창업한 이유가 무엇인가.

“국내 매출은 지난해 기준 15억원가량이다. 전체 매출액 중 5%에 불과하다.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다음 수출을 통해 매출을 얻고 있다. 현재 국내 교육 대기업들도 수출로 활로를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을 택한 건 수준 높은 콘텐츠 생태계 때문이다. 처음에 한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서 고민을 했는데, 일본 콘텐츠는 일본 사람을 타깃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콘텐츠가 범세계적이다. 케이팝(K-POP) 등 콘텐츠들이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높은 교육열이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아주 높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상하이나 싱가포르처럼 생활 수준이 높은 도시나 국가에서 종종 나타나지만, 한국만의 특별한 점은 낮에는 공교육을 받고 방과 후 저녁에도 사교육을 통해 학습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국 교육시장은 상당히 발전돼 있다.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라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성공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한국에 오게 됐다.”

-너무 이른 나이에 시키는 사교육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이 문제에 대해선 중립이다. 우리는 그저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다. 교육을 언제 시작하느냐보다는, 아이들이 행복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할 수 있도록 즐거운 교육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에 학습 격차가 많이 벌어진 것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얼마만큼의 격차가 발생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게 우선이다. 그것을 이해하는 데 있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엔 정부기관이 주도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습 격차보다 더 큰 문제로는 인구감소가 꼽힌다. 잠재 고객이 줄어드는 셈인데 유아나 초등학생 이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은.

“당연히 있다. 절대적인 아이 수가 줄고 있기 때문에 사업의 효율을 생각한다면 중·고등뿐만 아니라, 성인과 노년까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도록 사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특히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 확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아이들의 두뇌가 어떻게 개발되는지를 알면, 노년층의 두뇌활동이 어떻게 둔화되는지도 알 수 있다.”

-에듀테크 산업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크게 성장했다. 엔데믹 이후 에듀테크 시장은 어떻게 될까.

“지난 3년은 에듀테크 사업을 하기에 매우 훌륭한 환경이었다. 이 기간에 온·오프라인 교육이 결합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그 전에는 편히 받아 들여지지 못했던 개념인데 코로나19로 이것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에듀테크 시장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래 에듀테크 산업의 핵심 키워드를 꼽자면.

“우선은 ‘보안’이다. 아이들의 학습정보를 연료 삼아 성장하는 사업인 만큼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은 ‘상호운용성’이다. 콘텐츠를 보유한 교육기업과, 그들의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기술을 가진 플랫폼 기업이 서로 교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기업들은 고품질의 콘텐츠가 많지만 서로 접근이 안 된다. 플랫폼 기업이 고객사와 제휴를 맺으려고 하면 ‘우리하고만 일해야 한다’는 종속조항이 생겨버리는 식이다. 그러면 정보는 통합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결국 불편함은 소비자 몫이다. 데이터를 한데 모으고 각자의 전문성을 활용해 더 큰 통찰을 제공하는 ‘원 팀’이 돼야 한다.”

-키즈룹의 최종 지향점은 무엇인가.

“아이들을 교육 콘텐츠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아이들에게 맞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콘텐츠 몰입도를 높이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세계 일부 국가는 학생 수 대비 교사 수가 많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효과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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