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쓴 낡은 전투기.. 2030 조종사는 언제까지 몰아야 하나 [박수찬의 軍]
그가 몰았던 기종은 F-5. 한국 공군에서 쓰인 지 최대 45년 된 노후 기종이었다.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하고 우주 공간 진출을 외치던 공군이 조종사보다 나이 많은 노후 기종을 운용해온 민낯이 드러난 셈이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노후 전투기를 신형으로 대체하는 사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이종섭 국방부장관은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어떤 방법이 되든 노후화된 기종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0~2030년대 KF-21 전투기 실전배치, 6세대 전투기 도입 등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공군력 증강 사업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면밀한 검토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군의 대책, 실효성은
공군은 수명 연한이 넘은 F-4, F-5 전투기 퇴역 시기를 3~5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최춘송 소장은 4일 ‘공군전력 발전 방향 세미나’에서 F-35A, FA-50, KF-21 전투기를 추가 확보하면, 2030년대로 예정된 F-4, F-5를 조기 퇴역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소요결정 이전 단계인 FA-50 2차 도입은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2024년 후반에 생산과 납품이 가능하다는 게 공군의 분석이다. FA-50 추가 확보가 실현되면 내년부터 F-5를 순차적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
오는 7월 시제1호기 첫 비행이 예정된 KF-21은 최초 양산 물량을 40대에서 60대로 늘리면 신형 기체 60대를 확보해 노후 기종 퇴역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F-35A 추가 구매는 3만t급 경항공모함 탑재 전투기 도입과 맞물려 있다. 윤석열정부는 “우선순위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군 안팎에선 현 정부에서 경항모 사업 추진은 어려워졌다는 시각이 많다. 정부와 군 수뇌부의 의지가 있다면, F-X 2차 사업 추진은 가능할 전망이다.
FA-50 추가 도입은 문제가 다르다. 공군은 FA-50 추가 도입을 검토중이지만, 제작사인 KAI는 2013년 첫 납품 이후 주요 구성품이 단종되거나 수리 불가능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체품을 사용하거나 생산 중단 전 일괄구매(LTB) 등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임시조치에 불과해 성능개량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군은 KF-16, F-15K, F-35A 등 가시거리 밖 공중전에 필요한 플랫폼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FA-50의 공대공 전투능력 강화에 적극적인 모습은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FA-50의 타격 범위가 짧은 것은 유사시 북한 전투기와 조우했을 때 조종사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공대지 능력도 마찬가지다. 북한군이 신형 지대공미사일 체계를 실전배치하는 등 방공망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짧은 공격 범위는 북한군에 격추될 위험을 높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공군은 장거리 정밀유도무기가 부족해지자 무유도 폭탄을 사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 지대공미사일에 피격된 기체가 적지 않았다. 사거리가 긴 항공무장 탑재가 필수인 이유다.
FA-50에 먼 거리에서 적을 공격하는 신형 항공무장을 탑재하면 F-16보다 가격이 낮으면서도 공격력은 크게 뒤지지 않는 기체로 바뀔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중거리 공대공 및 공대지미사일 등이 필요하다.
국산 중거리공대지미사일은 독자 개발이 추진중이다. 하지만 국산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이나 레이저유도폭탄 등은 현재 소요결정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개발 완료 직후 전력화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유럽 MBDA의 아스람 공대공미사일을 비롯한 성능이 검증된 선진국 항공무장을 도입하면, 전력화 시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F-4, F-5 노후화와 추락사고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F-15K 전투기 성능개량도 시급한 과제다. 공군의 주력은 F-35A지만 타우러스(TAURUS)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을 갖춘 F-15K의 지상공격력도 오랜 기간 유지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2005년에 처음 도입된 F-15K는 2024~2025년 전체 수명(40년)의 절반에 이르는 시기를 맞는다. 2049년 퇴역 시점까지 일선에서 활동하려면 대대적인 성능개량이 필요하다.
성능개량의 핵심은 기계식 레이더를 최신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로 교체하는 것이다.
기존 레이더는 동일한 주파수를 가진 전파만 발사할 수 있다. 반면 AESA 레이더는 임의의 방향으로 임의의 주파수를 가진 전파를 발사한다. 이를 통해 레이더 추적미사일 공격을 받을 확률을 낮춘다. 탐지범위와 운용유지 효율도 높아진다.
전자전장비도 교체된다. F-15K는 도입 당시엔 우수한 전자전 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2022년 기준으로는 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 항공전자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이를 토대로 J-20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J-16 전폭기와 전자전기 등을 실전배치하는 상황이다.
중국 공군과 해군 항공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하면 한국 공군 F-15K가 나서서 견제를 하게 되는데, 전자전 분야에서 중국에 밀리면 F-15K는 실질적인 작전 수행이 불가능하다.
이밖에도 F-15K의 ‘두뇌’로서 다양한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할 임무컴퓨터 교체, 기골 보강을 통한 기체 구조 강화 등도 거론된다.
현재 미 공군은 최신형 F-15EX를 도입하고 있다. F-15EX는 항공전자장비와 조종석이 디지털화됐다. 280㎞ 떨어진 거리에 있는 항공기를 탐지하는 AESA 레이더와 최첨단 전자전장비인 이파스(EPAWSS)를 탑재한다.
한국은 올해부터 F-15K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지난해 국방예산 편성과정에서 관련 비용이 반영되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내년도 예산안 반영이 추진되고 있으나, 윤석열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환경 변화로 실현 여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공군의 질적 향상에 맞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F-35A를 지원하는 역할은 F-15K 외에는 맡을 기종이 없다는 점에서 F-15K 성능개량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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