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힐튼·하얏트 새 주인 찾아..땅부자 KT&G·KT도 주요 플레이어로

입력 2022. 5. 14. 06:01 수정 2022. 5. 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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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호텔의 주인은 누구
코로나19 사태로 손바뀜 늘어나
외화벌이 수단에서 VVIP 찾는 외교의 장으로

[스페셜 리포트] 호텔의 주인이 바뀐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서울 특급 호텔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면서 경영난으로 매물로 나온 호텔들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 고급 주상 복합이나 주거용 오피스텔로 재개발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호텔의 고객층도 바꿔 놓았다. 기존에는 해외 비즈니스 수요가 많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장기화로 호텔에서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워케이션족과 가족 단위 호캉스 고객이 늘었다.

과거 호텔은 일반인은 쉽게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서울의 호텔은 1960년대 국가 주도의 경제 개발 수단 중 하나로 산업 구조가 취약하고 외래 관광객이 많지 않던 시절 국가의 주요한 외화벌이 수단이었다.

박정희 정부는 주한 유엔군이 일본과 동남아 등지에서 휴가를 보내자 이들을 타깃으로 외국인이 한국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관광 위락 시설로 호텔 사업을 적극 육성했다.

1970년대 정부는 국영 호텔들이 경영난에 빠지자 민간 기업에 호텔들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이때 삼성은 국빈 전용 숙소인 영빈관을, 롯데는 한국 최초의 상업 호텔인 반도호텔을, SK(구 선경)는 워커힐을 인수했다.

서울 도심 호텔들이 대형화·고급화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기업들의 호텔 사업 진출이 있었다. 서울 5성급 호텔 중 오너 일가가 운영하는 호텔은 신라호텔(삼성), 롯데호텔(롯데), 조선 팰리스(신세계), 더 플라자 호텔 서울(한화), 그랜드 워커힐 서울(SK), 파르나스호텔(GS) 등이 대표적이다.

KT&G와 KT도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공기업 시절 전국에 보유하고 있던 제조 공장과 전화국 부지를 활용해 호텔 등 수익형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다. 주요 서울 5성급 호텔의 변천사를 살펴봤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전경. 사진=연합뉴스


 

 1. 밀레니엄 힐튼 서울

서울 도심 남산 자락에서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서울역 건너편 서울스퀘어(구 대우빌딩) 뒤쪽에 자리 잡고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건축가 김종성 씨에게 설계를 맡겨 1983년 11월 22개층, 700여 개 객실로 개관한 5성급 호텔로 대우그룹 계열의 대우개발이 운영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엔 구 대우그룹의 영욕이 담겨 있다. 김 전 회장은 23층 펜트하우스를 집무실이자 영빈관으로 썼다. 하지만 1999년 외환 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힐튼은 싱가포르 홍룽그룹 자회사인 CDL호텔코리아에 2600억원에 매각됐다.

2008년 부동산 개발 회사인 강호AMC가 5800억원(부채 1200억원 포함)에 인수하기로 했지만 잔금 522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거래가 최종 무산됐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수년 전부터 경영난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이지스자산운용이 약 1조원에 인수해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호텔을 헐고 2027년까지 오피스·호텔 복합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건설교통부 차관 출신 김대영 의장이 2010년 설립한 한국 1위 부동산 전문 자산 운용사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현대건설·현대차와 호텔 부지에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버티포트(수직 이착륙장)를 건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호텔의 건축사적 가치 때문에 건축계를 중심으로 철거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전경. 사진=그랜드 하얏트 서울 제공


 

 2.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하얏트 서울은 1978년 7월 문을 연 5성급 호텔로 한국 최고령 호텔로 꼽힌다. 애초 군사 시설 부지였지만 ‘철거하고 호텔을 지으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호텔이 세워졌다.

1974년 한일 합작 투자회사 서울미라마 관광회사가 시공했고 글로벌 호텔 체인 하얏트가 위탁 경영을 맡아 하얏트 리젠시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 세계 100대 건축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존 모포트가 설계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한국 최초로 오픈한 미국 호텔 체인인 데다 남산에 둘러싸여 있고 인근에 높은 건물이 없어 경호하기가 용이해 미국 정상들이 선호하는 국빈 호텔로 유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버락 오바마,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등 역대 미국 대통령이 최고층인 20층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 묵었다.

1993년 그랜드 하얏트로 이름을 변경했고 미국 하얏트그룹이 2019년 12월 장기 위탁 운영 계약을 조건으로 홍콩계 사모펀드(PEF)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과 호주계 자산 운용사 인마크자산운용, 코스닥 상장사 필룩스(현 KH필룩스) 컨소시엄에 5800억원에 매각했다.

KH필룩스가 속한 KH그룹은 2019년 그랜드 하얏트 서울을 인수할 때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했다가 PAG 지분 등을 추가로 인수해 전체 경영권을 확보해 주변 부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KH그룹은 이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도 인수해 운영 중이다.


서울신라호텔 영빈관 전경. 사진=호텔신라 제공


 

 3. 서울신라호텔

호텔신라는 국가에서 불하받은 영빈관을 운영하기 위해 1973년 2월 삼성그룹 호텔사업부를 창설하며 시작됐다. 이병철 삼성 창업자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한국의 얼굴’로 내세울 만한 호텔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애용하던 일본 오쿠라호텔과 제휴해 신라호텔을 건립했다.

오쿠라호텔에서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 받고 설계도 오쿠라그룹 계열의 타이세이건설에 맡겼다. 이병철 창업자는 매년 오쿠라호텔에서 새해를 보내며 신사업 구상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3년 2월 8일 “반도체 산업을 우리 민족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도쿄 구상’을 결심한 곳도 오쿠라호텔이었다.

신라호텔 영빈관은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외빈 초청 만찬 장소로도 주목받았다. 실제 신라호텔은 한국을 대표하는 특급 호텔로 세계 정상,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톱스타들이 방한하면 자주 찾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마이클 잭슨 등이 신라호텔 최고급 객실인 프레지덴셜 스위트(PSR) 노스윙을 이용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정상들이 특히 선호하는 호텔로 꼽힌다. 호텔신라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한옥 호텔 건립도 추진 중이다. 한옥 호텔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2010년 취임하자마자 추진해 온 숙원 사업이다.

2011년부터 다섯 번의 도전 끝에 서울시의 건축 허가를 받아냈지만 자연 경관 훼손, 특혜 논란, 부지 내 유적 발견 등의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전경. 사진=연합뉴스


 

 4. 조선 팰리스 서울강남

신세계그룹은 구 르네상스 호텔 부지에 조선 팰리스 서울강남을 열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2021년 르네상스 호텔 부지인 역삼역 부근에 센터필드를 소유한 이지스자산운용의 펀드 지분 25%를 두 차례에 걸쳐 3600억원에 사들였고 20년 장기 책임 임대차 계약을 하고 그 자리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 르네상스 호텔 소유주는 한국 건설업 1호 면허 기업인 삼부토건이었다. 삼부토건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르네상스 서울 호텔의 전신인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을 개관했다.

르네상스 서울 호텔은 테헤란로 한가운데 자리해 한때 강남을 상징하는 호텔로 이름을 떨쳤다. 건물 모서리가 곡선 형태를 띠는데 김수근 건축가가 버선코의 곡선을 응용해 설계했다. 삼부토건은 2011년 헌인마을 재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자금난을 겪었다.

르네상스 서울 호텔은 여러 차례 공매를 거쳐 2016년 건설 업체 VSL코리아(현 다올이앤씨)에 6900억원에 매각됐다. VSL코리아는 맥킨237PFV를 만들어 2020년까지 오피스와 상업 시설, 호텔 등 총면적 23만8768㎡의 35층과 37층 건물 2개 동을 짓는 부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2018년 이지스자산운용에 2조원에 매각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장남 정해찬 씨가 코넬대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하고 2018년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인턴 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신세계그룹 승계 구도에서 호텔 사업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 전경. 사진=그랜드 워커힐 서울 제공


 

 5. 그랜드 워커힐 서울

아차산 자락에 자리 잡은 그랜드 워커힐 서울은 정부가 주한 미군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외화벌이 목적으로 1963년 개관했다. 워커힐은 ‘워커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주한 미8군 사령관 월턴 워커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호텔에는 그를 기리는 기념비도 있다.

미군의 휴가 시설로 지어졌던 만큼 워커힐 호텔 건물에는 각각 더글라스, 매튜, 맥스웰 등 유엔군 또는 주한 미8군 사령관을 지낸 사람의 이름을 붙였다. 워커힐 호텔은 교통부 산하 공기업 국제관광공사가 운영하던 국영 호텔에서 정부의 관광 산업 육성을 위한 호텔 민영화 정책으로 1973년 SK그룹의 전신 선경그룹이 인수했다.

SK그룹은 1978년 글로벌 브랜드 쉐라톤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쉐라톤 워커힐 호텔로 이름을 바꿨다. 2009년 SK네트웍스가 자회사였던 워커힐을 인수·합병(M&A)했고 2017년 해외 브랜드 호텔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독자 브랜드 운영을 시작했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 비스타 워커힐 서울, 더글라스 하우스 등이 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전경. 사진=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제공


 

 6.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KT&G의 호텔·리조트 사업 계열사 상상스테이가 메리어트 호텔그룹과 제휴해 운영 중인 4성급 비즈니스호텔이다. 서울의 상징인 남산과 국보 1호인 숭례문과 광화문 등을 조망할 수 있고 명동과 남대문 시장 등 서울의 주요 관광지와 가깝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다. 총 22층, 객실은 409개다.

KT&G가 호텔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흡연 인구 감소 등으로 담배 시장이 정체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서였다. KT&G는 과거 전매청에서 19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로 사명이 변경된 후 2002년 민영화됐다.

공사로 분리될 때 전매청 소관의 모든 국유 재산을 들고나와 주요 거점 도시마다 넓은 부지의 물류 창고와 제조 공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부지를 직접 개발하면서 부동산 사업을 시작했다. 호텔 부지 역시 KT&G가 갖고 있던 유휴 부지를 개발한 것이다.


안다즈 서울 강남 전경. 사진=안다즈 서울 강남 제공


 

 7. 안다즈 서울강남

통신 공룡 KT는 땅부자다. 한국통신 시절 전국 주요 거점에 450여 개 전화국을 갖고 있었는데 통신 기술의 발달로 많은 전화국이 필요없어지자 유휴 부지를 호텔·임대주택 등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KT는 유휴 부동산 개발을 위해 2010년 부동산 부문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를 설립했다. 2014년 영동지사 부지에 신라스테이 역삼을 시작으로 2018년 을지지사에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2019년 신사지사에 안다즈 서울강남, 2021년 송파지사에 아코르그룹 계열의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을 지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명동지사 부지에 르메르디앙과 목시 서울 명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호텔사업은 KT가 호텔을 소유하면서 호텔 체인과 위탁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KT는 호텔을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자사가 보유한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테스트베드로도 활용하고 있다. 2018년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 AI 객실 서비스 ‘기가지니 호텔’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음성 인식과 터치스크린으로 객실의 기기를 제어할 수 있고 무인 자율 주행 호텔 로봇이 타월, 생수 같은 기본 용품과 음식 등을 객실로 직접 배달해 준다. 레스케이프·메이필드·앰배서더 레지던스 등과도 제휴, AI 호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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