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수학자이자, 작가, 반전운동가 버트런드 러셀

김미래 기자 2022. 5.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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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외신기자들 앞에서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을 낭독하는 러셀. 퍼그워시회의(Pugwash.org) 제공

5월 18일은 영국의 수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태어난 지 15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872년 영국에서 태어난 러셀은 현대 수학의 기초를 다진 수학자로도 유명하지만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이자 전쟁 반대 운동에 앞장선 사회운동가이기도 합니다. 

○ 수학자 러셀, 수학을 논리 위에 세우다

러셀이 첫 번째로 가진 직업은 수학자입니다. 24살의 어린 나이에 대학교 수학과의 선임 연구원이 되어 연구와 강의를 이어 갑니다. 그런데 러셀이 수학자가 된 계기는 외로웠던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러셀은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어요. 학교 교육에 반대하는 할머니 때문에 러셀은 집에서 개인 교습을 받으며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이런 러셀에게 한 줄기 빛이 내렸으니, 바로 고대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에우클레이데스)의 기하학’이었어요. 러셀이 11살 때 형 프랭크가 유클리드 기하학을 알려 주었는데, 러셀은 이 순간이 매혹적이고 감미로웠다고 자서전에 기록했습니다. 

수학과 사랑에 빠진 러셀은 1890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의 장학생으로 입학해요. 이때 스승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수리논리학자인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눈에 들어요. 자신의 실력을 알아봐 준 화이트헤드의 영향을 받아 수학과 논리학에 빠지지요. 러셀은 수학과를 3년 만에 최우등 졸업생으로 졸업하고, 1895년 모교의 선임 연구원이 돼 연구와 강의를 하며 수학자의 삶을 삽니다.

버트런드 러셀(1872-1970). 위키미디어 제공

현대 수학의 기초를 다지다

러셀은 1900년부터 수리논리학에 몰두합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이탈리아의 기호논리학자 주세페 페아노를 만났거든요. 페아노는 수학을 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주장이 러셀의 마음을 뜨겁게 했어요.

러셀은 ‘수학=논리학’이라는 생각으로 수학을 논리학 위에 세우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집합으로 수학의 체계를 완성하려 했던 고틀로프 프레게의 논리에 모순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내용을 편지에 적어 프레게에게 알립니다.

당시의 수학계 상황을 살펴보면, 프레게는 독일의 수학자 게오르크 칸토어가 완성한 집합론을 사용해 수학의 체계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려 했어요. 프레게의 도전이 성공을 눈앞에 두던 때쯤 러셀이 프레게가 주장하는 논리의 모순을 발견한 거지요. 이것이 유명한 ‘러셀의 역설’이에요.

김병한 연세대 수학과 교수는 “집합론으로 수학의 기본을 잡으려는 현대 수학의 시초에 내재된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한 것은 러셀의 수학자 인생에서 가장 큰 공헌”이라며, “이것이 없었다면 현대 수학이 없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어요.

언어의 모호함은 빼고, 자명하게

러셀은 수학의 모든 것들을 기호만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화이트헤드와 약 10년 동안 연구해 완성한 저서 《수학의 원리》는 최대한 기호로 수학 개념을 표현해 언어적 모호함이 없도록 했어요. 이 책에 담겨 있는 유명한 내용 중 하나가 ‘1 + 1 = 2’임을 증명한 것이랍니다.

러셀의 이러한 노력은 현대 수학에서 중요한 기호논리학의 기초를 탄탄히 다졌습니다. 또 언어적 모호함을 배제한 기호 사용은 현재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논리적 모순을 찾는 데 많이 활용한답니다.

○ 작가 & 철학자 러셀, 생각을 글로 표현한 지식인

버트런드 러셀(1872-1970). 위키미디어 제공

러셀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로도 유명한데요. 그는 평생에 걸쳐 60권이 넘는 책과 2천 개 이상의 기사를 썼습니다. 글의 주제도 종교, 철학, 논리, 사회 등 폭넓었지요.

1950년 노벨상위원회는 러셀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지정하며 “인도주의적 이상과 사상의 자유를 표현하는 그의 다양하고 중요한 저술을 인정했다”고 밝혔어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는 1945년 발표된 《서양철학사》예요. 이 책은 소크라테스 전후의 고대 철학부터 중세 가톨릭 철학을 거쳐 장 자크 루소의 근현대 철학까지 2,500년 동안 발전해 온 서양 철학을 정리한 책이에요.

박병철 부산외국어대 교수는 “긴 역사를 다루다 보니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루지는 못했다”며, “그럼에도 대개 철학자들의 글은 난해한데, 《서양철학사》는 러셀의 매우 명료하고 아름다운 문체 덕에 대중들이 서양 철학의 역사를 쉽게 엿볼수 있는 책”이라고 평했어요.

러셀은 《서양철학사》 외에도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행복의 정복》, 《자유와 조직》 등 평화와 자유를 노래하는 책을 써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답니다.

철학도 논리적으로, 분석철학의 탄생

‘분석철학’의 창시자인 러셀은 대학 시절 비밀 토론 모임인 ‘사도회’에서 영국의 철학자 조지 무어를 만나 철학에 눈을 떴어요. 그리고 1905년 ‘지칭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철학도 논리적 분석을 통해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요. 이렇게 생겨난 것이 분석철학이에요. 분석철학은 철학의 모든 문제를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언어와 기호의 분석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러셀의 제자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집대성하며 현대 서양 철학의 발전에 영향을 끼쳤답니다.

철학 난제를 해결한 ‘기술 이론’

 

러셀은 철학자들이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하기도 했어요. 바로 존재하지 않는 주어가 있는 문장의 참, 거짓을 따지는 거예요. 예를 들어 ‘유니콘은 하얗다’라는 문장에서 주어인 유니콘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요. 유니콘이 존재하지 않으니 하얀지, 하얗지 않은지 알 길이 없으므로 ‘유니콘은 하얗다’는 문장도 거짓, ‘유니콘은 하얗지 않다’는 문장도 거짓이에요.

논리학에서 어떤 명제가 참일 경우 그 반대는 거짓이어야 한다는 ‘배중률 법칙’이 있는데, 이를 어기는 문장인 거지요. 이런 모순을 말끔히 해결한 것이 러셀의 ‘기술 이론’이에요.

기술 이론은 주어가 지칭하는 것 자체에 담겨 있는 의미를 분해해 그것이 존재하는지 묻는 질문으로 대신하는 거예요. 러셀은 기술 이론을 설명할 때 언어의 복잡성과 오류를 제거하기 위해 수학 기호를 사용했어요.

러셀이 90년 넘는 세월 동안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그의 사고는 수학과 철학을 논리 위에 세우고, 전쟁과 핵을 반대하는 운동을 할 수 있는 힘이었어요. 가슴이 뜨거웠던 프로N잡러 러셀의 삶을 돌아보며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러셀은 평생에 걸쳐 사회 속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했다. 1955년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10명과 함께 핵무기가 없는 세상을 꿈꾸고, 나라 간의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을 발표했다. 반핵 행진에 나선 버트런드 러셀(가운데). 위키피디아 제공

○ 문체의 매력에 퐁당! 러셀의 책방

자칭 러셀 덕후인 최정담 작가, 러셀 박사로 통하는 박병철 부산외대 교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러셀을 꼽는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가 추천하는 러셀의 책을 만나 보세요.

수학│ 로지코믹스

수리논리학자로 한 세기를 풍미한 러셀의 삶을 만화로 재구성한 책이다. 추상적인 수학 개념과 심오한 철학 개념을 만화로 풀어내 수학, 철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현재 절판되었다.

수학│수리철학의 기초 

1918년 러셀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중심으 로 한 연합군을 비방한 글을 기고했다는 이유로 6개 월간 투옥되었을 때 쓴 수리철학 책이다. 화이트 헤드 교수와 함께 썼던 《수학의 원리 》를 보다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철학│철학의 문제들 

철학이란 무엇인지를 풀어 쓴 철학서다. 지식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인식론의 여러 문제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러셀의 생각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철학적 생각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철학│서양의 지혜

러셀의 《서양철학사》보다 이해하기 쉬운 철학 교양서다. 구체적인 역사 배경 설명과 함께 각 시대의 철학 사상과 자신의 주관적인 사상을 소개하고 있는데, 러셀이 쓴 다른 책들과 달리 삽화가 들어가 있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에세이│행복의 정복

러셀이 60년 가까이 살면서 가지게 된 자신의 행복관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다.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을 분석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소개하고 있다.  

에세이│인생은 뜨겁게

수학, 철학, 문학, 사회운동까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끊임없이 행하고 알리는 20세기의 지식인 러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자서전이다. 러셀의 뛰어난 글솜씨로 두꺼운 책이지만 술술 읽힌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5월호, [특집] 탄생 150주년 기념, 프로N잡러 버트런드 러셀

Part1. 사회운동가 러셀 모두가 평화로운 세상을!

Part2. 수학자 러셀 수학을 논리 위에 세우다

Part3. 작가&철학자 러셀 생각을 글로 표현한 지식인

Part4. 문체의 매력에 퐁당! 러셀 책방

 

[김미래 기자 futurekim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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