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석단이라도, 잘 꽂아야 보배다..꽃테리어 클래스

김지윤 기자 2022. 5.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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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주일 전 정기배송으로 받은 작약이 벌써 시들었다. 저 작약은 ‘꽃알못’ 주인을 만나 일장춘몽으로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라 예상이나 했을까. 특별한 날에만 꽃을 구입하고 선물하는 시대는 지났다. 평범한 일상에 꽃을 곁에 두고 마치 인테리어의 일부처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플로리스트가 큐레이션한 꽃을 지정일에 배송받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꽃 정기구독 스타트업 ‘꾸까’는 최근 11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위메프 등 소셜 커머스들도 재빠르게 후발 주자로 나섰다. 새벽배송 서비스를 통해 꽃을 구입하는 비율도 늘었다.

다음 화두는 ‘어떻게’다. 꽃은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연출’에는 꽃을 다듬어 화병에 꽂고 좋아하는 공간에 두는 모든 과정이 포함된다. 과거 꽃시장 등에서 싸게 사는 것이 ‘팁’으로 통했다면 요즘은 꽃꽂이 및 관리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플라워 클래스’도 인기다.

귀한 꽃이 석 단이라도 잘 꽂아야 보배다. 작약, 튤립, 라일락, 장미, 클레마티스, 양귀비, 매발톱꽃, 수국, 수레국화 등 제철 꽃들이 풍성하게 쏟아지는 5월, ‘꽃테리어’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플로리스트 3명이 전하는 이른바 ‘꽃테리어 클래스’다.

로랑꽃집(@laurent_eco) 제공


■Step 1 섬세하게 꽃 다듬기

꽃은 물고기와 같다. 물이 없는 공간에 내놓으면 빠르게 시든다. ‘스피드’가 생명이다.

꽃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물에 닿는 부분의 잎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그다음엔 줄기의 끝 2~3㎝를 사선으로 자른 뒤 화병에 꽂는다. 물과 닿는 표면적을 넓게 해 더 많은 물을 흡수하게 하려는 것이다. 단 줄기 속이 비어있거나 줄기가 상대적으로 무른 꽃은 직선 자르기로 손질한다.

정기배송이나 꽃다발 형태로 포장된 꽃들은 해체 작업이 필수다. 포장이나 끈, 철사들을 풀고 줄기를 한 번 더 잘라 물에 담근다. 배송 과정에서 날아간 수분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줄기가 지나치게 짧아지면 물이 닿지 않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 길이에 유의해야 한다. 반면 꽃바구니를 선물받았다면 새롭게 꽃꽂이하기보다는 포장된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다만 바구니 중앙 플로럴 폼(오아시스)에 주기적으로 물을 공급해줘야 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반은 성공한 것이다. 조금 더 오래도록 꽃을 감상하고 싶다면 꽃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방법으로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 먼저 장미는 물속에서 줄기 끝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줄기에 공기층이 생기지 않아 바로 물을 빨아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작약은 팔팔 끓인 물에 줄기를 잠깐 담갔다 빼도록 한다. 이 열탕 처리는 작약의 생명력을 높인다. 수국은 물을 아주 좋아하므로, 꽃잎에 직접 물을 분무해줘도 생기가 돈다. 갑작스러운 더위로 수국이 시들해지면 꽃 전체를 물에 담갔다 빼도록 한다.

풍성해 보이도록 입체감을 주고 싶다면 꽃마다 길이를 조금씩 달리해 자르면 된다. 개화당(@gaehwadang_flower) 제공


■Step 2 본격 꽃꽂이

꽃꽂이가 처음이라면 전체적인 꽃의 양과 색상을 바탕으로 머릿속으로 밑그림을 그려본다. 그래야 실패 확률이 낮다. 평균 크기의 화병을 기준으로 꽃의 종류와 색상이 세 가지를 넘지 않고, 비슷한 느낌이나 계열의 꽃을 선택하면 좀 더 수월하다.

어설픈 실력을 감추고 싶다면 한눈에 들어오는 메인 꽃으로 강약을 조절해보는 것도 좋겠다. 5월의 메인 꽃으로는 작약, 장미 등을 추천한다. 메인 꽃의 위치를 가장 먼저 정한다.

꽃꽂이는 기본적인 규칙만 알고 있으면 어렵지 않다. 먼저 물을 반쯤 채운 화병에 유칼립투스, 루스커스와 같은 그린 계열의 꽃을 꽂는다. 풍성해 보이도록 입체감을 주고 싶다면 꽃마다 길이를 조금씩 달리해 자르면 된다.

톤 다운된 색상이나 흰색 계열의 꽃을 더 짧게 잘라 중간과 아랫부분에 베이스가 되게 하고, 색감이 강렬하거나 봉오리가 큰 꽃을 길게 잘라 위로 튀어나오는 형태로 마무리한다. 무게감이 있는 꽃을 아래에 배치하고 가벼운 꽃들을 위쪽으로 보내는 것도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이때 봉오리들이 서로 맞닿지 않게 꽂아야 한다.

녹색의 잎은 곳곳에 배치하는 게 자연스럽다. 색감이 강렬한 꽃들도 뭉쳐 있으면 다소 촌스럽게 보일 수 있으니 되도록 분산시킨다.

식탁 위의 꽃은 화려할수록 돋보인다. 개화당(@gaehwadang_flower) 제공


■Step 3 존재감 부각 꽃테리어

꽃은 어느 공간에 둬도 멋스럽지만 제대로 된 곳에 두면 더 빛을 발한다. ‘꽃테리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공간별 어울리는 꽃도 정리해봤다.

먼저 거실은 가족 모두의 공간이다. 이곳에는 정형화된 꽃보다는 자연스러운 형태를 추천한다. 넓은 거실이라면 싱그러운 녹색 잎과 귀여운 모양의 흰색 꽃으로 이뤄진 조팝나무가 뜻밖의 어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무난한 꽃을 찾는다면 라일락이다. 라일락의 향기는 널리, 오래 퍼지기 때문에 가성비 면에서도 좋다. 라일락만으로 부족하다면 화려한 장미를 추가한다. 수수한 라일락과 화려한 장미가 시각과 후각 만족도를 높일 것이다. 통상적으로 꽃이 과하면 공간 전반의 분위기를 해치기도 해 적절한 색과 양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식탁만은 예외다. 화려할수록 식탁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빨강, 주황, 노랑, 분홍색 등은 식욕을 촉진하는 색상이다. 분홍색의 작약이나 빨강, 주황, 노랑 등 형형색색의 양귀비를 배치하는 것도 식사 시간을 한층 근사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고급스러운 파스텔 톤을 뽐내는 수국은 큰돈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식탁을 빛낼 수 있는 꽃 중 하나다.

침대, 탁자 등 최소한의 가구로 단순하게 꾸며진 침실은 다른 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니멀한 공간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봉오리가 큰 포인트의 꽃을 꽂아두는 것이 좋다. 부부만의 은밀한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작약이 제격이다. 배우 손예진의 결혼식 부케로 사용되면서 이른 봄 때아닌 인기를 누린 꽃이기도 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다. 휴식에 방점을 찍는다면 튤립이다. 튤립의 향기와 색상은 불쾌감을 없애주고 초조한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라벤더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는 편이다. 서재에는 스트레스 감소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하늘색, 녹색의 꽃을 추천한다. 좀 더 클래식하게 꾸며보고 싶다면 ‘5월의 꽃’으로 채워봐도 좋을 듯싶다. 장미는 봉오리의 크기, 색감이 다양해 조합하는 재미가 있고 카네이션 역시 다양한 품종으로 개량되어 다채로운 색과 화형으로 즐길 수 있다. ‘꽃테리어’를 할 때 화병의 위치는 고정할 필요가 없다. 자투리 꽃을 공병에 꽂아 화장실에 두거나 평소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코너 등의 공간에 놓는 것도 가끔은 해볼 만한 멋스러운 시도다.

화병과 물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소월 플라워(@sowol_flowershop 제공)


■Step 4 애프터 서비스

작은 꽃망울이 개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관’하고 있으면 신비롭다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활짝 핀 꽃보다 망울진 꽃을 고르는 것도 ‘꽃테리어’를 오래 즐기는 방법이다.

꽃이 들어있는 화병은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배치한다. 2~3일에 한 번씩 끝부분을 사선으로 잘라주고 물을 갈아준다. 이때 화훼 절삭용 가위로 깔끔하게 자르는 것이 미관상 좋다.

화병과 물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물만 바꿔주기보다는 화병을 깨끗하게 세척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 좋다. 또한 5월의 낮은 한여름처럼 더운 날이 많은 만큼 차가운 물 또는 얼음을 한두 개 넣어주는 것도 팁이다. 절화 수명 연장제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생수통을 활용한 플라워 박스. 개화당(@gaehwadang_flower) 제공
블롬스트 다이안투스 화병. 로얄코펜하겐 제공


■잘 활용한 소품 하나 열 화병 부럽지 않다

꽃이 주연이라면 꽃을 감싸주는 소품들은 조연이다. 웰메이드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조연들의 활약 역시 중요하다. 대표적인 조연은 화병이다. 화병은 입구가 넓은 것보다는 좁은 게 좋고, 크기는 손 한 뼘 정도의 높이가 무난하다.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화병이 꽃이 모아져 예쁘게 꽂힌다.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원한다면 도자기 화병을 활용하면 된다. 표면의 은은한 색감과 원료 특유의 질감이 꽃의 색감, 형태와 조화를 이뤄 단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로얄코펜하겐의 블롬스트 컬렉션은 핸드페인팅으로 그려낸 각기 다른 꽃 패턴이 생생하게 표현돼 생화와 어우러지는 매력을 보여준다.

때로는 식기들이 꽃과 만나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화병 오브제가 되기도 한다. 차를 우려내거나 물과 주스 등을 담아 놓는 용도로 사용되는 저그, 높이가 낮은 볼과 접시 등도 화병으로 손색이 없다.

병목이 높고 입구 끝이 좁은 와인 병 역시 훌륭한 대체품이다. 커피숍 MD 제품이나 평소 물잔으로 손이 잘 가지 않는 컵들을 화병으로 사용하는 것도 센스 있는 선택이다. 바구니, 틴케이스 등 모양은 예쁘지만 깊이나 소재가 애매해 화병으로는 쓸 수 없는 소품들이 있다면 반 정도 자른 생수통, 쓰다 남은 종이컵을 높이에 맞게 자른 뒤 물을 반쯤 채워 꽃을 꽂아보도록 한다. 뻔하지 않은 나만의 특별한 꽃바구니가 탄생할 것이다. 꽃의 양이 적다면 뚜껑이 있는 그릇을 써도 된다. 버려진 양철통은 빈티지하지만 정감 있는 느낌을 준다. 개나리처럼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을 연출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꽃은 완전히 시들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꽃이 생기를 잃어갈 때쯤 예쁜 도자기나 그릇에 꽃봉오리만 잘라 물에 띄우고 꽃잎을 몇 개 떨어뜨려 보자. 이 또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특효다. *도움말 플로리스트 김예원, 박세진, 이슬기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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