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상황 우려' 北에 보낼 의약품 '충분'..구호 손길 수용 '미지수'
지난 3월 CSIS 보고서, 16만명 사망 예측..0.6% 치명률이면 2100명 사망자라야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코로나19가 발생한 북한에 우리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의약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북한은 지난 12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처음 인정하면서 '최대비상방역체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서방의 제재를 받아온 데다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간 중국과의 국경까지 폐쇄해 극심한 의약품 등의 물자 부족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13일 언론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며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북한 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19 백신은 물론 치료약, 진단키트 모두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중국산 백신은 물론 국제 백신공급 프로젝트 '코백스'(COVAX)'가 배정했던 아스트라제네카(AZ)·노바백스 백신 등도 거부한 적이 있다. 확진자가 한명도 없다는 이유에 더해, 이들 백신의 부작용과 백신 전달을 위한 국제 요원의 입국 등을 꺼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이 생산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신 잔여량은 충분하다. 12일 0시 기준 국내 백신 잔여량은 1477만4000회분이다. 이 가운데 화이자는 770만2000회분, 모더나 332만6000회분으로, 북한이 원하는 mRNA 백신도 여유가 있는 셈이다.
백신 잔여량 뿐 아니라 폐기되는 양도 상당하다. 지난달까지 유통기한 만료 등으로 국내에서 폐기된 코로나19 백신은 누적 37만9311바이알(병)이다. 한 바이알에는 6~7회분이 들어 있어 이 기준으로는 지난 3월 22일까지 누적 폐기량은 233만회분이 넘는다. 백신 종류별로는 모더나 18만9972바이알, 화이자 15만3972바이알, 아스트라제네카 2만5829바이알 등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존심' 강한 북한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국제사회의 도움의 손길을 공개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백신 수용은 김정은이 그간 해온 방역 정책을 부인하고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북한 체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 외 북한이 필요로 하는 보호구나 기본 의약품의 경우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을 굉장히 민감하게 볼 것"이라며 "중국을 통해 지원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는 "북한에 제일 필요한 건 타이레놀같은 기본적인 의약품들이고 그 다음이 중증화를 막을 수 있는 스테로이드 계열 의약품들"이라고 설명했다.
백신은 북한이 받는다고 해도 면역까지 시간이 걸리기에 당장은 팍스로비드나 라게브리오, 렘데시비르 같은 약을 공급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팍스로비드 누적 사용량은 24만5380명분인데, 재고는 이의 2배인 48만1687명분이 있다. 정부는 팍스로비드 100만명분을 추가 확보하고, 처방 대상도 12세 이상 기저질환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그런데 치료약을 처방하려면 우선 진단이 되어야 한다. 북한은 여러 장비를 갖춰져야 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제공해 양성이 나오면 바로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낫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진단키트는 가격도 싸고 물량도 충분한 상황이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는 북한은 현재 백신을 포함해 "진단키트, 보호구, 산소호흡기와 같은 치료 장비도 필요해진 상황"이라며 정부는 "신속 지원이 가능한 우리 것을 받으라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은 북한 매체의 보도로만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 보도보다 현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추정들이 나오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현재까지 35만명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에 걸렸고 6명(그중 한명이 BA.2로 사망)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열병이 오미크론이 일으킨 코로나19라면 사망자가 지나치게 적은 것 아니냐고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에 코로나19가 발생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는 16만명 사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북 보건의료전문가인 신영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미접종자의 경우 0.6% 정도다. 35만 명 대부분이 코로나 환자라고 볼 때, 연령 구조나 치료 상황 등 여러 변수 고려 없이 감염자의 0.6%를 곱하면 약 2100명 정도가 사망자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의 이재갑 교수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이 백신 접종자가 전무한 상태라 이대로 두면 몇백 만명의 감염자와 몇십 만명의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전폭적인 의료자원, 인력, 백신 지원이 필요한데…지혜롭게, 신속하게ㅜㅜ"라고 덧붙였다.
ungaung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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