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움' 얻으려 불멸을 포기하는 기계 인간
작별인사|김영하 지음|복복서가|308쪽|1만4000원
여기 휴머노이드(기계 인간)가 있다. 뼈대는 철골이지만, 이를 감싼 피부와 혈관은 인간과 똑 닮았다. 베이면 피 흘리며 울부짖고 수명도 있다. 학습된 것이지만 감정을 느끼고 예술을 탐구한다. 그는 기계에 가까울까, 인간에 가까울까. 애초 이런 이분법적 구분이 필요할까.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생긴 화두다.
베스트셀러 작가 김영하가 최근 이 논쟁에 뛰어들었다.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년 만의 장편인 ‘작별인사’를 통해서. 스스로 인간인 줄만 알던 ‘철이’가 사실은 기계 인간임을 깨닫는 여정과 정체성 고민을 그렸다. 만화 ‘은하철도 999′ 속 인간 철이가 기계 인간이 되려고 여행했다면, 김영하의 기계 인간 철이는 ‘인간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여행을 떠난다.
철이가 무등록 기계 인간과 갇히는 ‘연옥’은 ‘인간다움’의 가치를 고민하게 한다. 연옥 바깥은 인간들이 쓸모없다며 기계를 버리지만, 안은 먹고 싸야만 하는 인간이 ‘똥싸개’라며 무용한 취급을 받는다. ‘생존’을 이유로 몸과 뇌를 기계와 인공지능으로 바꾸는 인간도 늘면서 철이는 ‘기계들의 세상’을 따를지 고민한다.
그런 철이를 설득하는 ‘선이’가 복제인간인 점도 흥미롭다. 인간의 생을 연장시킬 ‘장기 공급책’으로 태어난 그가 ‘필멸하는 존재의 가치’를 설파한다. 그에 감명받은 철이는 세상과 ‘작별’하는 방식으로 인간과 기계 사이의 방황을 끝낸다.
이 소설은 본래 2019년 전자책 플랫폼에 400매가량 연재한 동명 작품을 두 배 분량으로 개작한 것이다. 작가는 2년 전 초고 제목은 ‘기계의 시간’이 될 뻔했지만 “지금은 ‘작별인사’보다 더 맞춤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읽는 이의 생각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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