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범죄 겁나 화장실도 못가" 남성 "잠재적 가해자 취급 말라"
대학원생 강모(26)씨는 집 밖에선 되도록 화장실에 가지 않는다. ‘몰카(몰래카메라) 공포’ 때문이다. 학부 시절 대학 정문 앞 피자집부터 편의점, 인문대 여자 화장실까지 불법 촬영물이 나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급해서 할 수 없이 공중화장실에 가야 할 땐 천장 환풍기부터 벽, 휴지통까지 구석구석 살핀다. 구멍이 있으면 외투로 가려야 마음이 놓인다. “공포가 지나치다고요? 휴대폰 카메라가 일상화된 요즘엔 성범죄가 언제든,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건이 됐다는 생각에 정말 무섭습니다.”
조선일보·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전국 16세 이상 남녀 178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 대한민국 젠더 의식 조사’에서 여성 10명 중 6명(63.1%)이 ‘한국 사회가 성범죄 위험에 안전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남성(34.7%)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디지털 성범죄에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10명 중 8명(79.9%)에 달했다.
성범죄 불안은 20~30대 여성들에서 특히 높았다. 디지털 세대인 이들은 성범죄 현장을 소셜미디어(SNS)로 실시간 공유하면서 ‘남의 일’ 아닌 ‘나의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성범죄 피해자의 90%가 여성이란 사실도 공포를 키운다.
불법 촬영·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는 것도 젠더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2019년 터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했고, 20대 남성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지목하는 발언들이 나오면서 남녀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본지 조사에서도 20대 남성의 45.5%가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성희롱이나 성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될까봐 두렵다’고 답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소셜미디어가 삶 그 자체인 20대 여성들에게 성범죄 공포는 다른 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매우 실질적인 위협”이라면서 “치솟는 집값보다 성범죄가 더 무서운 20대 여성들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으로 결집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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