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벽돌책] NYT가 과학 기사를 보도하는 법

장강명·소설가 2022. 5.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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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과학

어린 시절 내게 과학자들의 발견과 공학자들의 발명 이야기는 그저 감탄과 찬미의 대상이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과학의 성취가 사회에 늘 긍정적이기만 한 것인지 모르겠다. 과학자들 역시 인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숭고한 성자가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욕망을 지닌 개인들로 바라보게 됐다.

요즘은 무력감도 종종 느낀다. 과학기술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커지는데 나는 아주 초보적 수준에서도 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급력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스스로도 별로 아는 바가 없는 듯하다. 다 같이 혼돈 속으로, 점점 더 빨리 달려가는 기분.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접한 ‘뉴욕타임스 과학’(열린과학)은 대단히 흥미로웠다. 904쪽짜리 이 양장본 도서는 제목 그대로 뉴욕타임스에 실렸던 과학 기사 125편을 엮었다. 기사의 최초 게재일은 19세기 중반부터 21세기 초엽까지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출간 당시 서평도 있고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시승 르포도 있다.

일단 재미있다. 뉴욕타임스 과학 담당 기자들은 자신들이 뭔가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목격자임을 알았다. 투탕카멘왕의 무덤 발견, 달 착륙, 가정용 텔레비전의 보급 가능성, 월드와이드웹 개발을 보도하는 기사에는 당시의 흥분과 전율이 생생히 담겼다.

헛다리도 꽤나 짚긴 했다. 1919년 일반상대성이론이 증명됐을 때 그 함의를 설명하는 기사는 논조가 상당히 한가하다. 보통 사람과는 관련 없는 문제라는 투다. 다음 해에는 우주에서 로켓 추진은 불가능하다는 사설을 냈다. 하지만 트랜지스터 발명을 두고는 거대 산업의 토대가 될 거라고 정확히 예측했다. 에이즈 확산과 기후변화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보도에서는 과연 뉴욕타임스,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러 쪽에 걸친 필진 약력이 인상적이다. 퓰리처상 수상자가 수두룩하고, 현역 과학자, 의사, 대학교수, 박물관장, 탐험가, 소설가도 있다. 한국 언론은 과학 기사와 논평에 얼마나 공을 기울이는지 궁금해진다. 지금 가장 중대한 이슈인데. 장강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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