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대통령실, 청년이 안 보인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좌완투수 김광현(34)을 있게 한 경기가 있다. 2007년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SK와이번스는 두산 베어스에 1승2패로 밀리며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4차전 선발투수로 그해 성적이 3승 7패에 불과한 김광현을 내는 파격을 뒀다. 열아홉 살 신인 투수는 미소를 띠며 거침없이 던졌고, 7.1이닝 무실점에 탈삼진 9개를 곁들이는 ‘인생투’를 선보이며 세간의 예상을 뒤집었다. 한국 야구의 간판이 혜성처럼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15년 전 경기를 떠올린 것은 윤석열 정부 조각(組閣)과 대통령실 인선을 보고 나서다.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현재까지 확인된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뚜렷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근무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약진했고, 친정인 검찰 출신도 집사(부속실장)와 곳간지기(총무비서관) 자리에 앉았다. 지난 9일 15개 부처 차관 인사에서 여성은 20명 중 0명이었다.
대선 때 소셜미디어에서 활약하며 분위기를 띄웠던 청년들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정원이 줄었고 그마저 ‘늘공’(직업 공무원) 위주로 배치하다 보니 선거 캠프와 인수위에서 “영혼을 갈아 넣었다”던 청년들의 용산행이 대거 좌절됐다. 한 90년대생 실무자는 “‘30대 장관이 여럿 나올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에서 조금 더 젊어진 리더십을 기대했는데 아쉽다”라고 했다. 상당수는 여의도를 떠나 다른 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인선의 다양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이렇게 반박한다. “실력으로 사람을 중용했고, 지역과 성별 안배 같은 인위적 나눠 먹기는 하지 않았다.” 취지는 동의하지만, ‘실력으로 뽑으니 청년이 없더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의 2030세대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인 세상에서 ‘글로벌’이란 말을 귀에 닳도록 들었고, ‘좁은 문’과 경쟁이 뉴노멀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 결과 85년생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83년생인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같은 사람들이 정치와 경제의 판을 흔들고 있다. 미국을 봐도 민주당 ‘잠룡’인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이 82년생이고, ‘빅테크 저승사자’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장이 89년생이다.
‘건국 이래 최고 스펙’이라는 청년들에게 부족한 것은 경륜과 기회, 리더십의 권한 부여(empowerment)다. “능력이 된다면 과감히 권한을 부여하고, 결과로서 평가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죄다 경력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일하냐”는 어느 개그맨의 명언과도 공명(共鳴)한다. 김광현 같은 수퍼스타도 감독이 반대를 무릅쓰고 파격을 결심한 데서 비롯됐다. 다음 인사에선 윤 대통령의 파격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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