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타려고 문학 하나?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2022. 5.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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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아무튼, 줌마]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2009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연수 중이던 제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당시 조선일보 문학 기자였던 박해현 선배였는데요. 시인 김지하가 스톡홀름대학교가 개최하는 한국현대문학 학술대회에 참석해 강연을 하니 취재해보라는 주문이었습니다.

강연 전날 시인이 도착한 숙소로 갔지만 오랜 비행시간과 시차로 피로감이 역력한 시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가 미안했습니다. 쌀쌀하고 우중충한 스웨덴 날씨와 어둠에 대해 이야기하다, 그 무렵 또 한번 파문을 일으킨 시인의 칼럼으로 화제가 넘어갔는데요. 대학 후배이기도 한 진중권씨가 ‘말년이 추하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어린아이들 장난질에 흥분할 김지하가 아니다”며 껄껄 웃던 기억이 납니다.

이튿날 시인 김지하는 스웨덴 대학생들 앞에서 ‘촛불, 횃불, 숯불(Candle Light, Torch Flame, Charcoal Fire)’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습니다. “할머니가 자기 자식과 손자들의 안녕을 위해 켰던 하얀 ‘촛불’은 새로운 문명 창조의 첫 번째 사인이다. ‘횃불’은 좌파 그룹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켰던 시뻘겋고 폭력적인 불인 동시에, 유물론·경제적 실용주의 등 서양 사회과학에 대한 맹목적 숭배다. ‘숯불’은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해 고기나 구워 먹는 시커먼 불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약자들의 기도를 의미하는 촛불의 관점에서 새로운 문명의 대전환을 맞이해야 한다. 세계 자본의 중심이 동아시아에 와 있는 지금 돈과 함께 마음, 섬김과 모심의 마음을 결합해야 우리가 상생할 수 있다”고 했지요.

강연 당일은 그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루마니아 출신 작가 헤르타 뮐러가 선정됐는데, 강연을 마치고 화장실에 다녀오던 김지하 시인에게 “노벨상 수상 등 한국 문학이 세계화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질문을 했다가 ‘봉변’을 당했지요. 표정이 일그러진 시인이 꽥 소리를 지르더군요. “상 타려고 문학 하나? 괴로우니까 문학 하지. 왜 그런 걸 나에게 묻나?”

이번 주 뉴스레터엔, 스톡홀름에서 저를 꾸짖고 귀국한 시인 김지하를 문갑식 당시 ‘Why?’ 부장이 강원도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만나 인터뷰한 기사를 배달해드립니다. 인터뷰 도중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민감한 질문으로 파투가 날 뻔했던 상황이 생생히 묘사돼 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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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주말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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