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요' 사라져서 화난다.. 네이버서 사라진 감정 버튼
#1. 회사원 김모(51)씨는 “요즘 네이버에서 뉴스를 끊었다”고 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강행 처리 기사를 읽다가 너무 화가 났는데 ‘화나요’ 버튼이 없어졌다는 걸 알고 더 화가 났다는 것이다. 그는 “순간적으로 ‘화나요’ 자리의 버튼을 꾹 눌렀는데 ‘분석탁월’로 바뀐 걸 깨닫고 곧바로 취소했다. 기사에 대한 내 느낌을 표현할 수단이 사라져서 답답하다”고 했다.
#2. 지난 7일 오후 네이버에 배우 강수연의 별세 기사가 올라왔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은 “정말 안타까운 일인데 이런 기사에 슬퍼요를 못 누른다는 게 어이 없네요. 쏠쏠정보, 흥미진진, 공감백배… 장난하십니까?”였다. 다른 언론사 기사의 베스트 댓글도 “부고 기사에 이딴 것밖에 누를 게 없다니, 네이버는 슬픈 유저들 감정 표현도 못 하게 하냐”는 내용이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에서 ‘화나요’ ‘슬퍼요’ 이모티콘을 없앤 것에 대해 네티즌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28일 오후 6시부터 뉴스 이용자들이 기사를 평가할 수 있는 ‘감정 스티커’를 ‘추천 스티커’로 교체했다. 네이버는 2017년부터 기사 본문 하단에 뉴스를 읽고 느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좋아요’ ‘훈훈해요’ ‘슬퍼요’ ‘화나요’ ‘후속기사 원해요’ 등 5가지 감정 버튼을 제공해왔다. 그런데 이를 없애고 ‘쏠쏠정보’ ‘흥미진진’ ‘공감백배’ ‘분석탁월’ ‘후속강추’ 등 5개 추천 버튼으로 대체한 것. 또 감정 스티커 아래에 있었던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라는 버튼도 기사 추천 스티커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없앴다. 네이버는 “기사를 보고 단순히 감정 표현을 남기는 대신 꼭 기사를 추천하고 싶을 경우 자세한 추천 사유를 선택해 표기하는 것”이라며 “언론사들이 공들여 작성한 좋은 기사를 발굴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부정적인 의견을 낼 수 없게 해 감정 표현을 억압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왜 화나는 감정까지 통제하는가” “이것도 표현의 자유 침해다” “화나요를 돌려달라” 등 댓글이 쏟아졌다.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봐라. 인생은 기쁨만으로는 굴러가지 않고, 슬픔이란 감정을 잘 표현해야 삶의 고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나. 분노와 슬픔을 표출하지 못하게 막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특정 감정 표현을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추천 서비스로 개편하면서 바뀐 것”이라며 “기존의 ‘화나요’ 버튼이 기사의 내용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인지, 단순히 기사를 쓴 기자나 언론사에 대한 감정인지 구분할 길도 없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기사에 대한 의사 표시를 하는 방식 중 하나로 감정 버튼을 애용해온 사람들이 소통 창구를 빼앗긴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하다”며 “네이버 측에서 오히려 다양한 층위의 감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유홍식 중앙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포털의 댓글은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 소수만이 참여해 즉흥적으로 감정을 배설하거나 상대편에 대한 공격을 쏟아내는 공간이 돼버렸다. 지금 같은 구조라면 아예 댓글 기능을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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