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은 우리 뇌를 어떻게 변화시켰나
심리학·뇌과학 등 연구 쉽게 설명
마스크 쓴 얼굴 매력적인 이유는
실제보다 잘생긴 얼굴 대입 때문
2019년 12월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훗날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전 지구를 휩쓴 대역병이 물질세계와 인류 정신세계에 일으킨 파동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학계에선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격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심리학 연구에선 실험 참가자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미묘하게 환경을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인간 뇌, 행동, 인지 기능에 변화가 나타난다. 하물며 지금처럼 역사상 유례없는 대격변 속에서 인류 전체의 뇌와 인지 기능 등에는 어떤 변화가 생겨날까. 미증유의 사태는 새로운 연구 과제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을 선언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가 뇌와 마음에 끼치는 단기적 영향에 대한 심리학, 뇌 과학, 신경 과학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장기적 영향에 대한 연구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인간의 마음과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하는 인지심리학자로서 저자는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궁금하거나 걱정되는 주제에 대한 뇌과학, 인지심리학 연구 수백 건을 직접 찾아보고 그 결과와 데이터를 정리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졸업 후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신경과학연구소, 존스홉킨스대 심리뇌과학과, 한국뇌연구원 등에서 연구자의 길을 걸은 저자는 첨단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데 막힘이 없다. 과학자들의 언어를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어 대중에게 풀어놓는다. “코로나19에 걸리면 정말 우리 뇌가 손상될까”로 시작되는 물음과 답변은 “화상 회의와 줌 미팅은 왜 대면 미팅보다 더 피곤할까” “집콕 생활 중 비디오 게임은 병일까 약일까” 등으로 이어지다 “이제 우리는 롱 코비드(long COVID)를 대비해야 한다”로 마무리된다.
사정은 우주정거장에서도 비슷하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우리가 겪은 사회적 고립은 남극 기지나 우주정거장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지만 훨씬 더 광범위하게 오랜 시간 이어졌다. 그만큼 장기간의 사회적 격리가 우리 신체와 정신 건강을 변화시키는 것은 현재진행형이고, 그 효과는 한참 후에야 어느 정도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마스크 미남·미녀’의 실체도 공감 가는 주제다. 왜 마스크를 쓰면 더 예쁘고 잘생겨 보이는지 생각을 해 봤다면 답을 찾을 수 있다. 본래 깨끗한 피부, 좌우 대칭, 평균에 가까운 모습 등은 생물학적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해석된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면 얼굴의 비대칭성이나 매력적이지 않은 특징이 가려지기 때문에 외모가 더 나아 보인다. 마스크를 쓴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다른 이유는 뇌의 해석 작용 덕분이다. 얼굴 일부가 가려지면 우리 뇌는 가려진 정보가 무엇인지 예측하려 든다. 아는 사람 얼굴이라면 뇌는 기억하는 정보를 사용할 수 있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가 없다. 가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가려진 얼굴을 예측하기 위해 뇌는 입, 코, 얼굴형 등을 가정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전체 얼굴을 그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매력도 낮은 실제 얼굴 부분 대신 매력도가 높은 평균적인 얼굴을 대입하는 우리의 상상력이 마스크 쓴 얼굴을 실제보다 미남, 미녀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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