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파일] "대장님 바위 까주세요"..닥터링과 꼼수
김홍준 2022. 5. 14. 00:26
이 ‘닥터링’을 종종 쓰는 분야가 있습니다. 우선 야구입니다. 투수가 야구공에 침 또는 이물질을 바르거나 표면을 거칠게 해서 던질 때를 말합니다. 공의 변화가 예측 불가가 됩니다. 타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어 메이저리그(MLB)에서 금지됐습니다.
닥터링은 등산에서 쓰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영어권에서는 치핑(chipping)으로 쓰기도 합니다. 바위에 드릴이나 정·망치로 작은 흠을 냅니다. 가로·세로, 네모·동그라미를 가리지 않습니다. 그걸 살짝 잡거나 디뎌서 등반하는 것이죠. 닥터링은 있는 그대로의 바위에 손상을 가하면서까지 제 한 몸 쉽게 가려고 하는 속임수로 치부됩니다.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명예교장은 『등산상식사전』에 ‘사도(邪道)’로 표현합니다.
데크를 등산로에 깔고 쇠 난간을 미끄러운 암벽에 박는 것도, 암벽 등반을 위해 볼트를 설치하는 것도 모두 안전을 위한 것입니다. 자연을 빌리는 것이기에 최소한으로 해야 합니다. 하지만 닥터링은 다릅니다. 최석문(49·노스페이스클라이밍팀) 클라이머는 “닥터링은 자연과 모험성, 등반 가치를 훼손하는 행동이자, 미래 세대의 (닥터링 없이도 등반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침해”라고 합니다. 야구와 마찬가지로 바위 닥터링은 치팅(cheating)과 동격화 됩니다. 꼼수입니다. “대장님, 못 올라가겠어요. 바위 까 주세요”라는 말에, 그 대장은 망설임 없이 ‘바위를 까는’ 걸 한 클라이머가 목격했다고도 합니다.
김홍준사회부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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