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소녀 "미국=조조, 러시아=손권" 우크라戰 '삼국지' 비유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트위터 캡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중국 관영 매체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을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 상황과 비유한 중국 소녀의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라고 보도했다. 이 소녀는 러시아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에 위협을 느껴 전쟁을 일으켰다며 러시아의 안보 상황을 설명한다. 결국 이번 러·우크라 전쟁에서 사실상 러시아 편을 든 중국 정부의 입장이 소녀의 입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13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삼국지연의에 비유한 소녀 영상이 인터넷에 확산하고 있다며 테오도로 록신 주니어 필리핀 외무 장관이 SNS를 통해 찬사를 보냈다고 소개했다.

이 영상을 보면 영어가 유창한 소녀가 러·우크라 전쟁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미국이 이끄는 나토가 조조군 같고, 러시아는 손권 치하의 강동, 우크라이나는 갈등하는 양측 사이에 낀 형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조가 형주를 장악하면 전략적 완충지대가 사라지고 조조가 곧바로 강을 따라 내려올 수 있기에 손권은 위협을 느꼈고 결국 적벽대전을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이 소녀는 "삼국 당시와 현재 러·우크라 전쟁은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나토의 동진이 우크라이나에까지 미치는 일을 놓고 러시아가 안보 위협을 느껴 전쟁을 일으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트위터 캡처

이 소녀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운명에 대한 물음에는 "유총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역사에서 유총은 싸우지도 않고 조조에게 항복해 형주를 넘겼다. 그런 뒤 점차 역사 무대에서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록신 주니어 장관은 "내 손녀도 저 중국 소녀처럼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중국 유학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글에 "손녀가 중국에 온다면 얼마든 환영하겠다. 영화 삼국지 DVD도 전편을 보내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누리꾼들이 소녀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고 소개했다. 다른 중국 매체들도 이 영상을 보도했다.

공식적으로 '중립' 노선을 표하지만 사실상은 러시아 편을 든 중국 정부의 '속마음'을 이 소녀가 대변했다는 시각이 매체들 보도의 행간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