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처 재량지출 최소 10% 구조조정하라".. 12년 만에 초강력 조치
기획재정부는 13일 정부 전 부처에 배포한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을 위한 추가 지침’에서 “모든 재량지출 사업을 원점(Zero-base)에서 재검토해 최소 10%를 의무적으로 구조조정하라”고 통보했다.재량지출은 각 부처가 규모와 대상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는 지출이다. 공무원 인건비, 국고 보조 SOC(사회간접시설) 사업비 등이 해당된다.
이번 추가 지침은 지난 3월 말 문재인 정부 당시 기재부가 배포한 ‘지침’보다 지출 구조조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당초 “모든 재량지출 사업을 10% 수준 구조조정하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최소 10%’라는 표현을 사용해 지출 축소를 반드시 10% 이상하도록 못을 박았다. 국가 채무 증가를 최소화하고, 대선 공약을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허리띠를 단단하게 졸라매겠다는 것이다.
재량지출 10% 수준 구조조정은 거의 매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 등장하지만, ‘최소 10%’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유럽 재정 위기 당시인 2010년 이후 12년 만이다. 기존 예산 편성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사업도 3월 지침에서는 ‘국고 보조 사업’에 한정했지만, 이번 추가 지침은 ‘모든 재량지출’로 범위를 확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새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어 예산안 지침도 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예산의 절반 정도가 재량지출이다.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원)에서는 304조5000억원이 재량지출에 해당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건비 등 경직성 지출을 빼고 최대 150조원 정도가 순수하게 재량지출에 해당된다”면서 “10%인 15조원 감축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법에 따라 지출 규모가 결정되는 복지 분야 등의 의무지출도 “부정 수급 방지 등 지출 효율화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지침을 만들었다.
기재부는 12일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도 국채 발행 없이 지출 구조조정, 초과 세수 등만으로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7조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선 것은 돈 쓸 곳은 많은데 나랏빚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2021년 2년간 적자국채를 각각 100조원 이상 찍어냈고, 30%대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가 넘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제시한 적정 수준(60%)을 넘어서면 국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국제 평가가 악화될 수 있다.
새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는 노령 기초연금을 30만원에서 40만원까지 높이고, 병사 월급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며, 0~11개월 유아를 둔 부모에게 월 100만원 급여를 1년간 지원하는 방안 등이 있다. 추가 지침에는 “내년 예산을 요구할 때 새 정부의 신규 정책 과제에 대해서는 추진 방식, 연차별 투자 소요 등을 포함한 세부 중기 실행 계획을 첨부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기재부는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내년 예산안을 편성해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명동 국제금융센터에서 민·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재정 지출은 계속하되,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책·민생 행보로는 첫 대외 활동을 경제 점검회의로 잡은 것이다. 그만큼 대통령이 경제 위기 관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코로나 여파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금융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무역 수지 적자 전환, 실물 경제 둔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일수록 위기에 선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내외 경제 여건이 급변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매우 어렵다”며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늘 현장에서 답을 찾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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