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묶으려다 제 발 찍었네

[경향신문]
아스널, 토트넘과 숙명의 라이벌전
손흥민 수비하다 PK 헌납, 퇴장, 쐐기골 허용 ‘완패’

살라흐, 기다려 토트넘 손흥민이 13일 런던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후반 2분 리그 21호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손, 리그 21호골…살라흐와 1골 차
EPL 득점왕 레이스 역전 가시권
아시아 선수 최초 ‘타이틀’ 기대

팀 3골 모두 관여하며 경기 지배
토트넘 ‘챔스 티켓’ 희망도 이어가

손흥민(30·토트넘)이 이제 득점 선두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를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도 더 이상 꿈은 아니다.

손흥민은 13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1~2022 EPL 22라운드 순연 경기에 선발 출전해 팀이 2-0으로 앞선 후반 2분 쐐기골을 터뜨렸다.

아스널 수비수들이 페널티지역으로 파고드는 해리 케인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공이 흐르자 손흥민이 재빨리 달려들어 오른발 강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이 골은 손흥민의 이번 시즌 리그 21호골이다.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살라흐(22골)와는 이제 1골 차다.

살라흐가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침묵하는 사이 손흥민이 8경기에서 10골을 터뜨리는 무서운 기세로 따라붙었다. 손흥민의 올시즌 21골은 역대 EPL의 아시아 선수 최다골 기록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EPL에서 득점왕에 오른 아시아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손흥민은 그 최초의 타이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현재 득점 3위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호날두가 18골을 기록 중인데 1경기밖에 남겨두지 않고 있다. 득점왕 경쟁 구도는 살라흐와 손흥민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남은 일정은 손흥민이 살라흐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손흥민은 번리, 노리치시티(23일)와 리그 2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반대로 살라흐는 사우샘프턴(18일), 울버햄프턴(23일)과 리그 2경기에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15일),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29일)까지 치러야 한다. 승점 86의 리버풀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 승점 3 뒤진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데, 골득실에서 맨시티가 크게 앞서 있어 리그 우승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FA컵과 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고, 살라흐도 리그 경기에는 최소한만 뛰게 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의 1골(1도움)을 포함해 이번 시즌 공식전에서 총 22골(8도움)을 기록, 지난 시즌에 만든 자신의 한 시즌 공식전 최다골 기록과도 벌써 어깨를 나란히 했다.

득점뿐 아니라 이날 경기 자체를 손흥민이 지배했다. 토트넘-아스널전은 ‘북런던 더비’로 불리는, EPL을 대표하는 더비 매치 중 하나다. 토트넘이 3-0으로 이긴 이날 경기의 3골 모두 손흥민이 관여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21분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파울을 당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 페널티킥을 케인이 성공시켰다. 전반 37분에는 손흥민이 올린 코너킥을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헤딩으로 돌려놨고, 이를 케인이 재차 헤딩슛으로 밀어넣었다.

손흥민은 이제 이틀 뒤인 15일 번리전에서 득점 1위를 노린다. 번리는 좋은 기억이 많은 상대다. 손흥민은 번리와의 11차례 공식전에서 3골·3도움을 올렸는데, 그중에는 2020년 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시상을 안긴 원더골도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